김치 이야기

김치는 발효식품 가운데 가장 풍부한 영양성분을 함유한 음식 중 하나다. 다른 발효식품들이 한두 가지 원료를 숙성시키는 데 비해 김치는 신선한 채소와 갖은 양념을 함께 발효시키기 때문에 풍부한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다. 특히 잘 익은 김치에는 몸에 이로운 유산균이 많이 들어 있다.

숙성 과정 중 발생하는 유산균은 새콤한 맛을 더해줄 뿐만 아니라, 장속의 다른 유해균과 병원균을 억제한다. 기생생물에게 영양을 주는 숙주가 적정 양의 유산 균을 섭취하면 유산균은 숙주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유산균으로는 비피더스, 락토바실러스, 락토코서스 등이 있다. 유산균마다 면역체계에 하는 역할이 다른데, 특히 김치에는 유산균들이 다양하게 들어 있어서 면역력을 길러 준다. 김치에 들어 있는 유산균에는 락토바실러스, 락토코커스, 바이셀라 등이 있다.

* 현미경으로 본 김치 속의 여러가지 유산균들의 모습

김치를 먹으면 이 유산균들이 장까지 살아서 이동해 우리 몸의 면역 세포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면역력을 길러 주는 것이다. 김치에서 분리한 락토바실러스 사케아이 프로바이어6(Lactobacillus sakei proBio6) 균주는 우리 몸의 염증을 막아 주는 세포를 활성화시켜서 염증성 면역 장애를 조절해 준다.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름(Lactobacillus plantarum) 균주는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을 활성화시켜 알레르기 및 아토피 피부염을 줄여 주는 효과가 있다. 이 균과 비슷한 락토바실러스 사케아이 wikimlOO 균주 또한 장내에서 면역세포와 반응하여 아토피의 원인 물질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에 아토피를 예방하고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염증성 장질환도 완화시킨다. 몸이 튼튼하면 아무리 나쁜 병원균이 몸속에 들어와도 싸워서 이길 힘이 있다. 이것이 바로 면역력이다. 김치는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치 속에서 추출한 성분을 가지고 여러 가지 약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 김치는 음식 그 이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 사스와 김치

사스(SARS)는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으로 2002년 11월 중국 광동지역을 중심으로 발병이 시작된 전염병이다. 수개월 만에 홍콩, 싱가포르, 캐나다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2002년 11월에서 2003년 7월까지 유행하여 8096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774명이 사망하였다.

원인 바이러스는 사스-코로나 바이러스인데, 이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가면 약 1주일의 잠복기가 지난 뒤 열이 나고 기운이 없으며 머리가 아픈 몸살 기운이 나타난다. 발열, 무력감, 두통, 근육통 등의 증상이 신체 전반에 걸쳐 나타나다 심한 기침과 함께 숨쉬기가 어려워지고 심하면 죽음에 이르렀다.

바이러스로 전염되는 병인 사스는 감염 경로가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호흡기에서 나오는 비말(작은 침방울)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했지만, 뚜렷한 치료법이 없었다.

감염자의 90%는 1주일 안에 쉽게 회복되지만, 노인이나 만성질환자와 같은 허약자의 경우에는 중증으로 진행되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었다. 이때 유독 한국인들만 사스에 잘 걸리지 않았다.

그 이유를 여러 가지로 분석해 본 결과, 한국인의 면역력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높으며, 그 이유 가운 데 하나가 바로 김치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중국에서도 “한국인이 사스에 걸리지 않은 것은 김치를 즐겨 먹기 때문”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김치 열풍이 불었다.

한국인이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강한 것은 김치 때문이라는 속설도 2008년 서울대 연구진에 의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이뿐만 아니라 김치는 당뇨병과 심장질환, 비만 등 성인병과 대장암, 위암의 예방 . 치료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김치가 웰빙음식으로 소개되면서 김치에 대한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렇게 김치의 우수성이 세계에 알려지게 되면서 김치가 세계인의 음식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지금은 전 세계의 어느 곳에 가더라도 김치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 중국 상하이 슈퍼에서 현지인이 한국 김치를 고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