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김치를 담그는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하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중국이 김치 기원에 대한 논란을 의도적으로 제기하기도 하였고, 일본이 상업적으로 만들어낸 기무치의 강세도 이어 지고 있는 가운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결국 한국의 김치가 그 문화의 독창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김치는 양념과 젓갈로 버무린 한국식 저장채소로, 계층과 지역을 막론하고 한국인들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다. 김치를 만들기 위한 일련의 과정인 김장 문화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며, 가족 간 협력 증진의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또한 김장 문화는 인간이 자연과 어울려 사는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되었다. 김장 준비는 1년이 걸린다. 봄에는 새우젓, 멸치젓 등 다양한 해산물 젓갈을 준비한다. 여름에는 천일염을 구비하고, 늦여름에는 고추를 말려 고춧가루를 빻아 놓는다.
늦은 가을 김장철이 되면 지역 공동체는 다 함께 모여 길고 추운 겨울을 이겨낼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를 확보하도록 한다. 초겨울이 되면 주부들은 날씨와 기온을 따져 김장 날짜를 정하고 드디어 김장을 한다. 한국의 김장문화는 여러 면에서 매우 뜻깊다.
* 도시화, 서구화, 상업화 시대에도 한국인들은 가정에서 직접 김치를 담그거나 친척들이 정기적으로 제공해주는 김치를 먹고 있다.
첫째, 김장은 온 국민이 다 해당되는 행사이므로 국가 전체를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 준다. 둘째,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져 내려온 김장은 한국인들이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게 하며, 결속을 다지고 한국인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제공하는 보이지 않는 문화유산이다.
셋째, 김장은 자연재료를 창의적으로 이용하는 식습관을 가진 국내외 다양한 공동체들 간의 대화를 촉진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유산이 겉으로 드러나 보이게 하고 있다.
넷째, 한국의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대량의 김치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지역의 생태환경에 따라 가장 적합한 재료로 김장 방식을 창조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다섯째, 김장은 한국인의 정체성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왔다.
도시화, 서구화, 상업화 시대에도 한국인들은 가정에서 직접 김치를 담그거나 친척 들이 정기적으로 제공해주는 김치를 먹고 있다는 점은 김장이 현대사회에서 가족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