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이야기

독립운동가인 백범 김구 선생은 “피와 역사를 같이하는 민족이란 완연히 있는 것이어서 내 몸이 남의 몸이 못 됨과 같이 이 민족이 저 민족이 될 수 없다”고 하였다. 민족의 고유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뜻이다.

5000년 역사의 한민족은 콩과 채소를 발효시켜 먹는 문화를 형성하면서 음식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건국신화에서 단군이 곰과 호랑이에게 약쑥 한 줌과 마늘 스무 개를 먹고 100일만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되리라 한 것에서도 채소발효문화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대표적인 발효 음식인 김치 속에는 우리나라 고유한 얼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장은 겨우내 두고 먹을 김치를 한 번에 하는 음식 행사로 별다른 저장 음식이 없었던 시절, 겨울 반찬으로 김치는 든든한 음식이었다.

잘 익은 김장 김치는 채소가 귀한 겨울에 비타민과 단백질이 풍부한 영양공급원이었다. 11~12월 사이 약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집약적으로 김장을 담가야 하므로 서로서로 돕지 않으면 김장을 담글 수 없었다. 그래서 김장은 가장 큰 가정행사 중 하나가 되었다.

남편은 가장으로서, 주부는 주부대로 중요한 행사였다. 남편은 김장을 위해 쓸 목돈을 마련하고 김장독을 땅에 묻는 준비를 해야 했다. 주부는 김장 재료를 정성껏 1년 내 내 준비한다.

자연스레 가족 구성원이 노동을 나누어 하는 김장공동체가 형성되면서 김장을 담그고 나면 김치를 통해 감사와 정을 나누는 김장 문화가 생긴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모습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농경문화 시대의 전통이 고도로 산업화가 이루어진 지금까지 이어져 온다는 것이 매우 특이하다.

한 민족에게 김치는 한국의 얼을 담은 음식이며, 이 음식을 모두 모여 함께 돕는 김장 문화가 우리 민족이 으뜸으로 손꼽는 협동의 가치를 담고 있다. 이렇듯 김치 속에는 맛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13년 유네스코(UNESCO)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한국의 ‘김장’이 지정되었다. 유네스코라는 기구는 교육, 과학, 문화 등 지적 활동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촉진시켜 세계 평화와 인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유엔의 전문 기관이다.

인류가 보존해야 할 유형, 무형의 유산을 심사해서 지정한다. 유산으로 등록되면 세계적으로 보존해야 할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우리나라는 김치를 담가 먹는 ‘김장 문화’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 한민족에게 김치는 한국의 얼을 담은 음식이며, 이 음식을 모두 모여 함께 돕는 김장 문화가 우리 민족이 으뜸으로 손꼽는 협동의 가치를 담고 있다.

2012년에 문화재청은 ‘김치와 김장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해 시민 투표, 인식 조사를 실시했으며 지방자치단체와도 긴밀히 정보를 주고받으며 유네스코의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김장 문화는 유네스코 예비 목록에 등재되었고 여러 차례 까다로운 심사를 거쳤다.

드디어 2013년 12월 5일, 제8차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는 ‘김장 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시켰다.

김장이 가족의 일상 속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져 내려온 문화라는 점, 비슷한 천연 재료를 창의적으로 이용하는 식습관을 가진 국내외 다양한 공동체들 간의 소통을 촉진시키는 활동으로 보이지 않는 무형의 유산이 겉으로 잘 드러나는 활동이라는 점, 김장은 음식을 함께 만드는 공동체 문화의 가치로서 한민족 고유 자산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한민족 대표 발효식품인 김치와 김장 문화는 협동과 나눔의 삶을 귀하게 여기며 살아온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자랑스러운 문화라는 것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