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김치의 기원이 되는 절임채소류는 상고시대부터 먹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시대까지 침채 등 절임채소류는 중국의 것과 큰 차이가 없으며, 문화 교류 및 재배채소의 동일성을 고려할 때 거의 같은 형태로 보인다. 고려시대에 접어들면서 저(范)는 좀 더 독창적인 진보를 하기 시작한다.
김치의 원료가 좀 더 다양해지고, 담금법도 다양해지면서 각종 향신료가 첨가된 양념김치, 물김치류가 등장하는 식으로 제조기술에서 많은 발전을 하게 된다.
채소류를 절인, 김치류의 기원인 절임채소를 담근 저(范)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우리나라 문헌인《고려사(高麗史)》에 처음 나타난다.《고려사》에서는 원구제향음식을 소개하는데 미나리저, 부추저, 죽순저, 무저 등 4종의 김치 이름을 선보인다.
처음 저에 대한 기록이 나오는 우리나라 문헌이지만 만드는 법에 대한 설명이 나오지는 않는다. 게다가《고려사》의 원구제향이 중국의 국가제사 방식을 따른 것이기에 이때 사용한 저는 절임채소류로 추정될 뿐이다.
고려때 부터는 절임 채소류를 만드는 방법이 비로소 중국이나 일본과는 점차 구별되어 가는 모습을 보인다. 미나리, 생강, 마늘, 파와 같은 향신채소가 첨가되는 양념침채법이 자리잡기 시작하고, 물김치류가 등장하면서 기존 장아찌 형태의 김치로부터 진화된 형태의 김치를 볼 수 있다.
김치의 재료가 다양해졌으며, 염제(溫齊)와 장제(醬齊) 같이 다양한 김치 재료들을 썰어서 담그는 방법도 나타나면서 저와는 구별되는 김치의 원형을 갖추어 가게 된다.
젓갈을 침채원으로 사용한 김치와 간장, 초장, 된장, 마늘즙을 침채원으로 이용한 김치의 제법이 나오고, 당과 식초 등의 조미료를 넣은 김치도 개발 된다.
* 조선 중기에 이르러 침채원이 다양해지고 각종 양념이 점가되면서 독장적인 방법이 개발되었다. 바로 재료를 1차로 소금에 절여 씻어낸 후 물기를 빼고 다른 양념과 혼합하는 방식이다.
기존 채소류 위주의 김치에서 꿩고기, 닭고기, 굴, 전복, 소라, 낙지 등의 어육을 이용한 다양한 김치도 생기고, 유자, 배 등의 과실류와 고수풀, 천초, 거목 같은 강한 향신료와 해초인 청각을 양념으로 첨가한 김치도 볼 수있다.
1700년대에 씌여진《증보산림경제》에는 좀 더 다양한 김치를 만드는 법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마른 새우가루, 혹은 새우살을 이용해 맛을 내는 비법도 나와 있어 상당히 진보된 형태를 보여준다.
조선 중기에 이르면서 침채원이 다양해지고 각종 양념이 첨가되면서 독창적인 방법이 개발되었다. 바로 재료를 1차로 소금에 절여 씻어낸 후 물기를 빼고 다른 양념과 혼합하는 방식이다.
원료를 깨끗이 씻어 염수로 염장하여 하루 정도 재웠다가 다시 물에 씻은 뒤 항아리에 넣고 다른 부재료, 양념들을 번갈아가며 켜켜로 담아 마지막에 염수를 항아리 주둥이까지 붓는 방식이다. 그리고 항아리를 봉하고 땅에 묻었다가 먹게 된다.
현재의 김치와 다른 점이라면 아직 고춧가루가 본격적으로 쓰이지 않았고, 주 원료로 배추가 사용되기 전으로 양념을 주원료와 함께 버무리거나 배추잎 사이사이에 끼워 넣는 방식의 제법이 등장하지 않았으며, 원료 자체에서 나오는 국물 외에 별도의 물이나 육수를 더 부어 국물이 많은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후 조선 후기에 고추가 본격적으로 김치의 양념에 사용되기 전까지는 고려시대의 김치형태가 그대로유지되면서 재료는 더욱 다양해지고 침채원 및 조미료에서의 변화만이 조금씩 나타나게 된다.
임진왜란(1592)을 전후하여 고추가 유입되고 나서 기존의 향신초에 비해 고추가 김치를 만드는 데 더 효과적이라 여기게 되면서 사용량이 점점 늘어 났을 것으로 보인다. 고추가 김치에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김치는 획기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고추가 김치에 사용되면서 마늘, 생강과 더불어 비린내를 효과적으로 제거해 주기 때문에 젓갈의 사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게 되었다. 저장기간이 길어져 좋은 맛을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되었으며 또 먹음직스러운 빨간색을 지니게 되면서 기능적으로나 심미적으로 완성도가 한층 높아지게 되었다.
최근 들어 김치에 각종 기능성 물질을 첨가하거나 특수 원료를 사용해 김치를 담는 제법을 연구해 기능성과 보존성, 풍미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어느 정도 김치 담그는 법을 발전시키는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 김치가 나오는 우리 속담
김치는 친근한 음식인 만큼, 속담에 자주 등장한다. 김치가 나오는 속담을 통해서 김치가 얼마나 우리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는지 알아보자.
▪ 파김치가 되었다.
▸ 무척 피곤하여 힘없이 축 늘어진 모습을 빗댈 때 쓴다.
▪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 상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속단하여 은근히 무엇을 기대할 때 쓴다.
▪ 김장 배추가 물러지면 집안일이 꼬인다.
▸ 김장 배추를 잘못 간수하면 얼어서 물러지게 되므로 잘 간수하여 얼지 않도록 하라는 속뜻이 담겨 있다.
▪ 김치는 절반양식
▸ 우리 식생활에서 김장김치가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지를 이르는 말이다.
▪ 다 파 먹은 김칫독
▸ 앓거나 굶주려서 눈이 움푹 들어간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쓸모가 없게 된 물건을 빗댈 때 쓴다.
▪ 2월에 김칫독 깨진다.
▸ 음력 2월에는 바람이 세다는 뜻이다.
▪ 열무김치 맛도 안들어서 군내부터 난다.
▸ 아직 익지 않은 것이 썩은 내부터 난다는 뜻으로, 사람이 미처 자라기도 전에 좋지 않은 짓부터 할 때 빗대어 쓴다.
▪ 나그네 먹던 김칫국도 먹자니 더럽고, 남 주자니 아깝다.
▸ 나는 그다지 가지고 싶지 않지만 남에게도 주기 싫다는 뜻이다.
▪ 젓가락으로 김칫국 집어 먹을 놈
▸ 됨됨이가 어리석어 되지 않을 일을 하는 사람을 조롱할 때 쓰는 말이다.
▪ 김칫국 먹고 수염쓴다.
▸ 흔한 김칫국을 먹고 좋은 음식을 먹은 것처럼 수염을 쓰다듬는다는 뜻으로, 보잘것없는 일을 하고도 겉으로 잘난 체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