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이야기

김치를 시장에서 사고팔았던 기록은 조선 후기에 중국을 오갔던 사신들의 기록에서 처음 찾아볼 수가 있다. 병자호란 때 유민으로 끌려가 중국 땅에 정착했던 조선인 후예들이 김치를 담가 먹으며 고국의 음식문화를 유지 했다.

그러다가 중국에 방문한 조선 사신들이 지나다니는 연행로 길목에서 조선인 관료들을 대상으로 김치와 동치미를 판매하였으니, 이는 김치를 대상으로 상행위를 한 첫 기록에 해당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것을 본격적인 김치 판매라고 보기는 힘들다.

김치 산업화는 국외에서 먼저 이루어졌는데, 이 역시 1900년 초 하와이로 이민 간 교민들에 의해서였다. 김치 없이 살 수 없는 한국 교민을 대상으로 김치를 판매하기 위해 현지 교민에 의해 김치공장이 세워졌고 1960-1970 년대까지 하와이 김치공장이 상당히 활발하게 운영되었다.

국내 김치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베트남전이 그 계기이다. 1967년, 파월장병들에게 전투식량으로 김치를 제공하기 위해서 통조림 형태의 김치를 개발하여 대량 생산하게 된 것이다.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중동에 파견된 근로자를 위해 급식용으로 냉동 김치 수출이 크게 늘어났고 국내에서도 납품이 증가하면서 김치가 본격적으로 상품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생산 규모만 확대되었을 뿐 가공 기술은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

* 마트에서 판매되는 포장 김치

1980년대 중반 큰 규모의 회사들이 설립되면서 제조 시설과 생산 공정의 기계화, 현대화가 이루어졌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김치의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다.

또한 김치 포장 기술이 개선되어 병이나 플라스틱 봉지 등에 담은 다양한 단위의 제품들이 생산되었으며, 일본 등으로 해외 수출이 증가하면서 김치산업이 본격적인 수출산업으로 성장하기 시작 했다.

1980년대 이후 생산시설의 기계화 및 자동화와 관련된 노력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한 과학적 품질관리 연구 또한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저장성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건조 김치, 냉동 김치 등을 개발하여 상품화를 시도하기도 하고, 풍미나 저장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균주를 발효숙성에 이용하는 기술 등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을 겨냥한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특정 성분을 첨가한 기능성 김치의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소금과 염장식품에 관한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김치가 나트륨 섭취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저염 김치가 상품화되고 있으며, 최고급 재료를 활용한, 특급호텔의 프리미엄 김치가 등장하기도 하고, 소비자의 입맛에 따라 소량으로 주문 받아 생산하는 맞춤김치 제조업체도 생겨 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