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보화반’ 진주비빔밥
‘일곱 가지 보석이 있는 꽃밥’ 이라는 뜻을 가진 ‘칠보화반’은 진주비빔밥의 또 다른 이름으로 진주는 천년고도의 역사를 간직한 경상남도의 중심도시이다.
예로부터 민족문화정신의 진원지라 할 만큼 천 년 고도의 역사를 간직한 충절과 교육.문화.예술의 고장으로 이름난 고장인 진주는 조선 고종 33년(1896년)에 전국을 13도로 개편함에 따라 경상남도에 속해지고 도청소재지가 되어 관찰사가 진주에 상주하였으며, 경남행정의 중심지가 되었다.
진주시는 동쪽으로는 창원시, 함안군, 서쪽으로는 하동군, 남쪽으로는 사천시와 고성군, 북쪽으로는 산청군과 의령군이 접해 있어 서부 경남지역의 중심도시로 바다와 육로를 연결시킬 수 있는 교통적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다.
남쪽으로 강이 흐르고 동서와 북쪽이 들판으로 뻗어있어 천혜의 요새인 진주는 진주성과 촉석루를 비롯한 진주8경의 아름다운 고장이다.1)
진주 남강위에 떠있는 바위로 당초 위험하다 하여 위암으로 불리다가 논개가 왜장과 함께 남강에 투신 순국한 뒤 의암이라 불려지기 시작했으며 인조 7년(1629년)에 정대륭이 바위의 벽면에 의암이라고 새겼다.
사적 제118호 진주성은 고려(高麗)말 왜구 방비의 기지였으며 임진왜란 때에는 진주목사(晋州牧使) 김시민(金時敏)이 왜군을 대파하여 임란 3대첩 중의 하나인 진주대첩을 이룩한 곳이다.
1593년 6월의 재침 때에는 민·관·군 7만이 끝까지 항쟁하다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였으며, 이때 의기 논개(論介)는 적장을 안고 남강(南江)에 투신하여 충절을 다한 곳이기도 하다.
미국 CNN에서 한국 방문시 꼭 가봐야 할 곳 50선에 선정된 진주 촉석루(晉州 矗石樓)는 남강변 벼랑 위에 우아하고 위엄 있게 서있는 우리나라 3대 누각 중 하나로 고려 고종 28년(1241)에 창건하여 8차례에 걸쳐 중수하였다.
남강과 의암, 진주성과 어우러져 천하의 절경을 연출하며 진주 8경 중 제1경을 자랑한다. 벼랑 위에 높이 솟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촉석루는 전쟁 시에는 지휘본부로, 평상시에는 향시를 치르는 고시장(考試場)으로 활용되었다.
진주비빔밥의 유래는 이곳 진주8경에서도 그 흔적을 뚜렷이 남기고 있다. 그 이유는 원래 칠보화반은 진주 기생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임진왜란 이후에 생겨난 음식이라는 점이다.
즉 왜란 당시 진주성에서 진주기생들이 논개와 함께 꽃처럼 산화한 역사적 사건과 관련을 맺고 있는데, 진주성에서 왜장들의 칼날에 꽃잎처럼 베어진 여러 명의 진주 기생들의 영혼이 극락정토로 가기를 기원하는 음식이 바로 칠보화반, 진주비빔밥의 유래가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1)
꽃밥이라고 불리는 진주비빔밥은 무엇보다도 시각적으로 가장 눈길을 끄는 비빔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맛과 영양이 뛰어나 조선시대에는 궁중에서 즐겨먹는 음식 중 하나였으며, 특히 태종 때에는 한양의 정승들이 비빔밥을 먹기 위해 천리 길 진주를 자주 왔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인데 진주비빔밥을 꽃밥 또는 칠보화반(七寶花盤)이라고 한 것은 황금색의 둥근 놋그릇에 여러 가지 계절 나물이 어우러져 일곱 가지 색상의 아름다운 꽃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2)
♣ 진주비빔밥, 일곱 가지 색으로 조화를 이루다
비빔밥 하면 전주비빔밥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미식가들 중에선 진주비빔밥을 제일로 치는 이도 있을 정도로 진주비빔밥은 별미 중의 별미로 꼽힌다.
‘칠보화반’이라고 하는 것은 ‘일곱 가지 보물이 있는 꽃밥’이라는 뜻으로 동황색의 둥근 놋 그릇과 흰 빛깔의 밥, 그 위에 얹은 다섯 가지 나물 이렇게 일곱 가지 색상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마치 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진주비빔밥의 칠보화반(七寶花飯)의 칠보에는 유래가 있다. 불교 경전중의 하나인 법화경(法華經)에서 극락(極樂)을 설명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그 곳은 금, 은, 유리, 파리(수정), 진주, 마노, 산호 등의 일곱가지 보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칠보는 진주성 전투와 관련된 논개와 기녀들의 숫자를 전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꽃밥이라는 뜻의 화반 역시 이들 기녀들의 존재에 대한 경외감과 감동을 화려한 음식으로 표현했다는 점과 함께 진주 기생들이 가장 공을 들여 만들어낸 음식이 비빔밥이었다는 사실에서 진주의 향토음식인 ‘칠보화반’의 원형을 여기에서 찾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 화려한 꽃밥을 만들다
화반은 우선 일반 밥을 짓듯이 하지 않는다. 양지머리를 푹 고아 그 물로 밥을 짓는다. 이 밥 위에 갖가지 나물과 속대기 무침, 그리고 황포묵을 올리는데 그 특징 중 하나는 다른 지역에서는 쓰지 않은 속대기 무침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칠보는 바닷내음을 물씬 맡을 수 있다. 이같이 재료를 배합하여 비빔밥의 모양을 갖추더라도 화반은 반드시 해물보탕을 준비해야 한다.
해물보탕은 칠보화반에서 매우 중요한 특징으로 만드는 것이 수월하지는 않다. 해물보탕은 먼저 참바지락과 마른 홍합을 다져 넣고 참기름에 볶아 마른 문어 삶은 물을 붓고 이를 자작하게 끓여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화반을 먹을 때 반드시 해물보탕 한 수저씩 끼얹어서 비비면 잘 비벼질 뿐만 아니라 이것이 천연조미료 역할까지 하여 비빔밥의 맛과 영양을 한결 높여준다. 게다가 해물에는 머리를 좋게 하는 타우린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점에서 칠보화반의 영양가치를 높여준다.
칠보화반에 사용되는 나물들은 진주 지역에서 생산되는 여러 가지 산채나물들과 박나물, 죽순, 부추, 애호박, 무나물, 숙주나물 등 다양한 재료들이 올려지는데 제철에 나는 신선한 것을 선별하여 철마다 채소를 달리 사용하였다.
화반은 나물들을 만드는 과정도 매우 섬세한데 채소들을 나물로 만들 때 이를 데치고 조리고 볶는 정도가 각기 다 다르고 무칠 때도 종류마다 어떻게 어느 정도의 강도로 무쳐야 하는지도 다르다.
고사리의 경우 끓는 쌀뜨물에 데친 다음, 이를 불려서 잘게 썰어 물기를 꼭 짜야 한다. 그런 다음 여기에 마늘과 간장을 넣어 무쳐서 볶다가 다시 갓 볶은 깨소금과 갓 짠 참기름을 넣어야 그 맛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무, 물외, 박, 도라지의 경우는 곱게 채를 썬 다음 솥을 달구어 집간장을 두루고 무르게 볶아야 한다. 그래서 붉은 빛이 나면 여기에 깨소금과 참기름을 살짝 쳐서 나물로 완성시킨다.
칠보화반은 육회가 올려짐으로써 맛과 영양 면에서 조화를 이룬다. 육회는 비빔밥을 잘 비벼지도록 할 뿐 아니라 감칠맛과 부드러운 식감, 그리고 뒷맛을 훌륭하게 해준다. 육회에 사용되는 소고기는 기름기가 없는 우둔살 부위만을 골라 선택한다. 이것을 가늘고 곱게 채 썰어 참기름을 듬뿍 넣고 배즙, 마늘 등의 양념으로 무친다.
윤기가 흐르는 육회를 비빔밥의 중앙에 올리면 꽃처럼 피어난 칠보화반이 완성된다. 실제로 육회를 올림으로써 천연의 식물성 재료와 동물성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과 필수 지방산을 충족시키면서도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까지 더해져 건강한 식품이 된다.
이렇게 완성된 칠보화반을 놋그릇에 담아낸다. 음식을 완성시키는 것은 그것을 담는 그릇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칠보화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운 꽃 모양으로 음식을 담아내기 위해서 여러 가지 나물이 각자의 색으로 잘 살아날 수 있도록 정성을 들인다.
또한 칠보화반은 식지 않은 밥이라야 제대로 맛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예로부터 보온에 탁월한 놋그릇을 선택한 것이다. 또한 미적인 면에서도 놋그릇은 칠보화반의 멋과 맛을 한층 부각시킬 수 있다.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