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산 갓김치는 예로부터 밥도둑으로 유명했다. 밥 위에 척 얹어서 먹는 매콤하고도 알싸한 맛과 향 때문인데, 갓김치 담아 먹는 방법도 시대의 변화를 거치면서 조금씩 달라져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갓으로 담근 김치 조리법을 한국의 고문헌 속에서 찾아보자면, <음식 디미방[閨是議方]>에선 산갓김치, <시의전서(是議全書)>에선 상갓김치, <조선요리제법>에선 갓김치의 조리법이 등장해 예로부터 갓김치를 즐겨 먹었음을 알 수 있다.
산갓김치(산갓침치)
산갓을 다듬어 찬물에 씻고 더운물로 헹군 다음 작은 단지에 넣고 따뜻한 물을 붓는다. 구들이 아주 뜨거우면 옷으로 단지를 싸서 익히고, 그렇지 않으면 솥을 이용하여 중탕으로 익힌다. 너무 뜨거워서 산갓이 지나치게 익어도 좋지 않고, 또한 너무 덜 뜨거워 산갓이 익지 않는 것도 좋지 않다. 산갓을 씻을 때 찬물에만 씻고 더운물에 헹구지 않으면 쓴 맛이 난다.
산갓김치는 갓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드는데 이럼으로써 효소를 활성화 시켜 톡 쏘는 겨자냄새가 강해지게 된다.
<동문선(東文選)>은 조선시대 성종의 왕명으로 신라시대에서 조선 숙종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역대 시와 문장들을 엮어서 모은 책으로, 여기에 산갓김치에 대해 읊은 시가 나오는데, 그 표현이 일품이다.
날로 씹으니 어찌나 매운지 산방에서 전하는 묘범에 따라 끊는 물에 데쳐 김치를 만드니 금새 특이한 냄새가 난다. 한 번 맛보자 눈썹을 찡그리고 두 번 씹자 눈물이 글썽이고 맵고도 달콤한 그 맛은 계피와 생강을 깔보니 산짐승, 물고기의 맛 온갖 진미와 비할 바 없다.
조선 말기의 요리책 <시의전서(是議全書)>에 나오는 상갓김치는 나박김치와 섞어 먹는다. 무, 무순, 미나리 등 부재료를 넣은 김치에 검은 장을 타서 먹는 것이 이채롭다.
상갓김치(香芥沈菜, 상갓침치)
입춘날 무를 가늘게 채치고, 무순, 미나리, 순무, 움 승검초를 넣고 끓인 다음 나박 김치를 심심하게 담가 더운 데 둔다. 이것이 익을 때가 되면 산갓을 뿌리째 깨끗이 골라 씻어 그릇에 담고 끓는 물에 산갓이 익지 않을 정도로 3~4번 넣었다가 꺼낸다.
물에 산갓을 넣고 입으로 불기를 겨자를 개듯 많이 분 다음 종이로 두껍게 여러 벌 덮고 솜옷을 눌러 김이 조금도 새지 않게 한다. 이렇게 30분 정도 두었다가 산갓을 꺼내어 먼저 담았던 김치에 섞어 검은 장을 타서 먹으면 된다. 김이 나면 산갓의 맛이 쓰며 산갓이 지나치게 자라서 쇠한 것은 잘 쉬고 맛이 좋지 않다.
근대에 들어서의 갓김치 조리법은 <조선요리제법>과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 등에서 살펴볼 수 있다.
갓김치
재료-갓 두 사발(썬 것), 파 4개, 고추 3개, 소금 적당히, 마늘 반쪽, 미나리 반 보시기(썬 것)
갓 줄거리는 껍질을 벗겨 한 치 길이로 썰고 미나리도 깨끗하게 씻어 한 치 길이로 자른다. 갓의 연한 속잎을 넣고 고추, 마늘, 파 등도 곱게 채쳐서 함께 넣고 간을 잘 맞추어 익혀서 먹는다.
갓김치[芥]
갓만으로 줄기는 껍질을 벗기고 잎사귀를 연한 것으로 다듬어 씻는다. 소금에 잠깐 절였다가 고추, 파, 마늘, 미나리를 넣어 물을 붓고 익히면 맛이 다른 김치보다 훨씬 싱싱하고 씩씩하고 좋다.
현대에 와서 갓김치 담그는 법으로 따지자면 고수 중의 고수가 바로 돌산 주민들이다. 평생동안 갓김치를 즐기며 사는 돌산읍 사람들은 큰 명절 직전 이면 집집마다 김치를 담는다고 하는데, 쏟아지는 갓김치 주문이 마치 밀 물 같다고들 한다.
돌산 갓김치는 주재료인 돌산 갓에 파와 고춧가루, 마늘, 생강, 멸치액젓과 생새우를 함께 갈아 만든 양념을 한데 섞어 버무린 김치이다. 갓 특유의 매운 맛과 젓갈의 잘 삭은 맛이 입맛을 돋워 한 번 맛을 본 사람들은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깊은 맛을 자랑한다.
그렇다면 돌산지역 장인들은 어떻게 김치를 담그는 것일까? 그 비법을 한 번 알아보자. 맛있는 최적의 갓김치를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온도와 염도’이다.
♣ 돌산 갓김치 담그는 법
하나, 돌산 갓을 다듬어서 10% 농도의 천일염 소금물에 3~4시간 동안 잘 절인다.
둘, 절인 갓은 3~4회 세척하여 염도를 2~3%로 낮추고 소쿠리에 받쳐 자연 탈수시킨다.
셋, 멸치젓은 맑은 젓국으로 준 비해 놓고 고춧가루는 따뜻한 찹 쌀 풀에 불려 놓는다.
넷, 멸치젓국, 찹쌀 풀에 불린 고춧가루에 생강, 마늘, 생새우 등 양념을 섞어 파와 갓을 버무린다.
다섯, 버무린 갓을 반으로 꺾어 접은 다음 항아리에 꼭꼭 눌러 서 늘한 곳에 저온 숙성시킨다.
숙성온도가 저온일수록 김치 맛은 일품이 된다. 이는 발효 중 생성된 휘발성 유기산들이 낮은 온도에서 갓김치 속으로 잘 스며 들기 때문이다. 말로 형언하기 힘든 그 독특한 알싸함! 원기를 되찾고 싶다면 지금 당장 밥 한 술에 ‘돌산 갓김치’를 척 얹어서 권하고 싶다.
“자, 한 입 크게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