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돌산과 그 곳의 사람들, ‘돌산 갓김치’가 가져다 주는 식도락의 즐거움, 그리고 발효과학의 진미가 빚어내는 맛있는 식문화를 만나본다.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김치’. 한국에는 팔도에서 발달한 수십 가지의 김치가 있다. 그중에서도 특유의 맛과 향으로 한 번 맛들이면 빠져들지 않고는 못 배기는 김치가 ‘갓김치’이다. 김치 본연의 맛을 살려주는 주재료인 ‘갓’에 관해서부터 알아보자.
♣ 주재료 ‘갓’의 정체
갓(mustard leaf)은 쌍떡잎식물 양귀비목 겨자과(십자화과)의 한해살이 식물로, 학명은 Brassica juncea czerniak et coss이며 한자로는 ‘개채(芥菜)’ 또는 ‘신채(辛菜)’라고도 한다. 우리가 잘 아는 겨자가 바로 갓의 씨앗이다.
한반도에서는 오래 전부터 갓이 자생되어 김치나 나물로 먹어왔다. 돌산 갓의 재배는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돌산(突山) 세구지 마을에서 재배하기 시작하여 퍼져나갔고, 1980년대 들어서는 돌산 전 지역에서 재배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돌산읍에 가면 돌산 갓을 재배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인심 좋은 할머니가 내미는 갓을 직접 맛보는 것도 예사 풍경인데, 그 맛이 참 궁금해진다.
“이거 먹어보세요”
“아삭 아삭 음~”
코를 찌르는 매운맛인가 했는데, 부드럽게 알싸하다. 질기지 않고 연하다.
“지금 나오는 갓이 제일 맛 있어, 겨울 지나면서 얼고 녹기를 반복해서 덜 맵고 더 달아요!”
♣ 연중재배가 가능한 돌산 갓
돌산 갓은 종자의 특성상 휴면이 없어 일 년에 3번에서 4번까지도 수확이 가능하다. 봄 재배의 출하기는 4월 15일부터 10일간이고, 여름재배는 8월 20일부터 약 20일간 추석 전에 이뤄진다. 가을재배는 10월 25일부터 약 한 달간으로 재배환경과 품질 면에서 가장 좋다.
겨울재배는 1월 중순 부터 설 명절 전에 하는 시설재배와 3월 20일부터 약 20일간 하는 노지월동 재배형태로 나눠진다. 지구온난화 탓에 겨울이 짧아지면서 노지월동재배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밭이 노는 겨울에도 돌산의 어느 밭 가장자리에서는 갓이 자라고 있다.
돌산 갓은 2010년 지리적 표시에 등록됐다. 다른 지역과 구분될 만큼 맛이 남다르다하여 정부로부터 공식 인증을 받은 것이므로, 다른 지역에서 난 갓은 돌산 갓이라고 표기할 수 없다.
♣ 돌산 갓의 新 품종들
이처럼 갓은 이름 앞에 ‘돌산’이란 수식을 붙여야 제대로 대접을 받는다. 2009년부터는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입맛을 고려해 품종개발에도 힘써 왔는데, 품종별로 그 용도가 다르다.
여수 돌산 갓 1호인 ‘늦동이(Neugdongi)’와 4호 짱돌이(Jjangdoli)는 김장용, 2호 ‘순동이(Sundongi)’는 김장용 및 쌈용, 3호 ‘신동이(Sindongi)’와 7호 자람이(Jarami)는 물김치용, 5호 ‘쌈돌이(Ssamdoli)’는 쌈용, 그리고 6호 ‘꽃돌이(Kkotdoli)’는 가로화단 조성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한 품종이다.
사랑스러운 순수 한국이름 만큼이나 그 맛도 좋다. 이러한 품종들은 생태적으로 적응하여 지역특산품으로 정착된 사례이다. 지금의 돌산 갓이 있기까지는 참 많은 노력들이 있었다고 한다.
여천 군농촌지도소가 1980년부터 1990년까지 49ha, 37개소에서 시범사업을 꾸준히 실시한 결과 돌산 갓은 1991년 여천군 지역특산품과 전라남도 특산품으로 지정되었다. 이어서 1992년에는 여수농협 돌산 갓 김치공장이 설립됐으며, 1994년 돌산 갓 영농조합법인도 설립되었다.
돌산 갓 김치공장이 설립되면서 재래식 가공형태에서 벗어나 공장형태로 생산이 전환된 이후에는 국내는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에도 진출해 돌산 갓의 브랜드 가치가 날로 신장하고 있다.
대체 돌산갓의 어떤 매력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일까? 돌산 갓김치의 맛을 관광객에게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알싸하고도 쌉사래한 게, 감칠 맛이 돌면서 자꾸 먹고 싶어요, 정말 맛있어요.” 이러니 갓 하면 ‘돌산 갓’이 천하제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