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와 굴비 하면 흔히 노릇하게 잘 구워진 구이를 떠올리기 쉽지만, 그 조리법은 상당히 다양한 방식으로 맛과 풍미를 더하여 오랫동안 한국인의 밥상에 올랐다.
♣ 조기를 이용한 조리법
조기는 반찬은 물론 탕으로도 먹고 구이로도 먹고 젓갈과 어란으로도 만들어 먹었으며 술상이 차려지면 술안주로도 애용됐다고 한다. 조기를 이용한 조리법에 관한 기록이 고문헌 속에 선명하다.
비릿한 바람이 바다 어귀에 불면 노란 배 조기가 어선에 가득하지 불에 구우면 좋은 반찬이 되고 탕으로 끓여도 맛이 좋아라 그 모습은 비록 크지 않지만 쓰임새는 한두 곳이 아닐세 가장 좋은 건 굴비로 말리면 밥반찬으로 가장 으뜸이라네
그 유통과 소비에 관해서는 상인들이 운집하여 배로 사방에 실어나르는데 소금에 절여 포로 만들거나, 소금에 담가 젓을 만들어 전국에 넘쳐흐른다고 하였고, 귀한 사람이나 천한 사람을 막론하고 모두 이를 좋아하며, 바다생선(海族) 중에서 가장 많고 가장 맛이 있다고 하였다.
탕이나 구이 모두 좋다. 소금을 뿌려 통째로 말린 것이 찢어서 말린 것보다 맛이 좋다. 그 알로 담근 젓갈도 먹을 만하다. 조기로 탕을 만들 때 조기 허리를 구부려 넣으면 살점이 부서지지 않는다.
신해년(1791, 정조15) 3월 말 늦봄, 산자락에 가면 어른과 동자들이 봄가을로 산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예전에 품었던 마음이 흔쾌히 흔들렸다. …(중략) 좌우에 여러 벗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또 열두 명이었다. 드디어 삼해주(三亥酒)를 사고 안주로 쓸 조기[石首魚]를 구웠으며, 쌀밥과 청태(靑苔)를 싸들고 나란히 함께 산에 올랐다.
오래된 문헌 속의 글귀인데도 그 모양과 풍미가 눈과 혀에 가까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 굴비를 먹는 방법
굴비를 먹는 방법은 근대의 기록에서 두루 발견할 수 있다. 구워서 먹고, 두드려서 먹고, 찢어서 먹고, 양념에 찍어 먹는 등 여러 기록에서 조기와는 약간 다른 방법들을 전하고 있다.
굴비는 생선 조기를 소금에 절여서 말리는 것이다. 마른 반찬 중에 매우 좋은 것이다. 껍질을 벗기고 굵기는 새끼손가락만큼, 길이는 8푼 길이씩 잘라서 접시에 놓고 고추장을 찍어 먹는다. 굴비알은 통으로 꺼내어 한 푼 두께로 썰어 접시에 담아놓고 초고추장이나 초장에 찍어 반찬으로 하면 좋다.
굴비를 만들 때는 굵고 성한조기를 소금에 알맞게 절였다가 구부러지지 않게 반듯하게 놓고 두꺼운 (맷돌) 같은 것으로 꼭 눌러놓았다가 말려야 살이 톡톡 잘 일어나고 부서지지 않는다. 마르면 방망이로 대강 두들겨서 껍질을 벗기고 반을 갈라 그 너비대로 두껍지 않고 납작납작하게 저며 놓고 진간장을 넣는다.
굴비[鹽石首魚]는 한 철에 먹는 음식으로 반찬으로도 좋고 술안주로도 좋다. 알이 가장 맛이 있으며 영광굴비가 작기는 하지만 빛깔이 거뭇하고 알이 크며 맛도 아주 좋다. 굴비를 오래두면 기름이 나와 못 쓰게 되는데 가랑잎에 싸서 두면 기름이 빠져 오래두고 먹을 수가 있다.
오래 두고 먹는 방법까지 소개될 정도로 굴비는 다용도로 즐겨 먹던 음식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60여년 전, 굴비를 직접 만들고 먹기 좋게 활용하는 방법이 방신영이 쓴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에 나타나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생선 조기를 물에 넣고 아가미 밑으로 손가락을 넣어서 내장을 빼내고 아가미 속에 조름 털 같은 것도 꺼내 버리고 물에 잘 흔들어 씻어 채반에 건져 물기 없이 해놓고,
2. 조기 1마리씩 들고 소금을 아가미 속에 가득히 넣고 또 조기가 보이지 않을 만큼 앞뒤로 전부 뿌려서 볕에 바싹 말린다.
[비고]
1. 이 굴비 껍질을 벗기고 골패쪽처럼 썰어 접시에 담아 놓고 고추장을 찍어 반찬하고,
2. 굴비 알은 꺼내어 얄팍얄팍하게 썰어서 접시에 담아 놓고 초고추장이나 초장을 찍어 반찬으로 한다.
3. 굴비는 마른 반찬 중 매우 좋은 반찬이니 맛이 순후하고 여름철 찬거리가 귀할 때에 반찬이 된다.
4. 말려서 파는 굴비를 사려고 할 때에는 영광(靈光)굴비, 부안(扶安)굴비, 연평(延平)굴비 등 대개 이런 곳에서 만들어진 굴비가 명성이 높고 맛이 훌륭하다.
5. 굴비를 말리다가 뿌덕뿌덕 하게 될 때에 맷돌로 눌러서 한참 두었다가 다시 볕에 바싹 말려두고 쓴다.
♣ 오랜 전통의 별미 ‘고추장 굴비’
또 한 가지, 굴비를 활용하여 전통적으로 오래 즐겨온 별미가 ‘고추장 굴비’이다. 고추장굴비는 말린 굴비 살을 찢어서 고추장에 재워 굴비장아찌를 만든 것을 말한다.
굴비포를 숙성된 고추장에 담가두면 삼투압작용으로 인해 고추장이 굴비에 침투돼 특유의 맛을 내게 되는데, 약 1개월 정도 고추장 속에 숙성시킨 후 굴비만을 건져내 새로운 고추장과 혼합해 다시 1개월 이상 숙성시켜서 조미한다.
입맛 없을 때 맨밥 한 공기에도 꿀반찬이 되는 고추 장굴비는, 남도지방 특유의 풍미를 지닌 전통식품 중 하나로서 뇌리에 뚜렷이 기억될 것이다. 이제 믿고 먹을 수 있는 국내산 굴비로 앞서 보았던 조리법들을 활용해 영양만점 식탁을 꾸며보는 건 어떨까?
굴비 구이, 굴비 매운탕, 굴비 반찬 등 다양한 요리로 맛과 영양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