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좋은 생선인 조기의 원산지는 예로부터 관심의 대상이었다. 고문헌에 등장하는 조기 주산지에 관한 여러 기록이 이를 반영한다. 조기는 우리나라 동해에는 없고 서남해에서만 나는데 곡우 전후에 떼를 지어 남쪽으로부터 서쪽으로 회유하며, 이의 어획은 호남의 칠산에서 시작하여 해서의 연평해에서 성하고, 관서의 덕도(德島) 전양에서 끝난다고 하였다.
… 귀한 사람이나 천한 사람을 막론하고 모두 이를 좋아하며, 바닷고기(海族) 중에서 가장 많고 가장 맛이 있다고 하였다. 흥양(興陽, 전라남도 고흥군) 바깥 섬에서는 춘분(양력 3월 21, 22일)이 지나서 그물로 잡고, 칠산(七山)바다에서는 한식(양력 4월 5, 6일)후에 그물로 잡으며 해주(海州) 앞바다에 서는 소만(양력 5월 21, 22)이 지나서 그물로 잡는다.
흑산 바다에서는 음력 6~7월이 되면 밤낚시에 낚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때의 조기 맛은 산란 후인지라 봄보다는 못하며, 굴비로 만들어도 오래가지 못한다.
법성진(法聖鎭)의 동대(東臺) 위에서 멀리 칠산도(七山島)를 바라보면 바다의 형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매번 조기[石首魚]가 올라올 때가 되면 이를 잡으려는 배들이 바다 위에 늘어서는데, 영락없이 파리 떼가 벽에 달라붙은 것과 같아서 그 수효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문헌에서 보듯이 조기의 주요어장은 서해의 칠산 바다로, 지금까지 알려진 조기의 이동경로는 이러하다. 겨울철에 제주도 남서쪽 및 중국 상해 동남쪽에서 월동하고 봄이 되면 난류세력을 따라 북상하여 5월경 주 산란장인 연평도 근해에서 산란한다.
산란을 마친 어군은 계속 북상하거나 황해의 가장 깊은 중심 해역으로 이동하여 활발한 먹이 섭취 활동을 하다가 가을이 되면 남하한다. 따라서 북상하는 중인 4월 20일 경 전라남도 영광군 법성포 근해의 칠산어장을 지날 때 가장 알이 충실하고 황금빛 윤기가 나는 조기를 만날 수 있다.
황금빛 조기가 풍년인 모습을 조선 전기의 학자 김종직(金宗直)의 시문 집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비린 냄새가 가득한 3월 성곽하늘엔 복어와 조기[石首]가 바위 앞에 즐비하여 사공들 노 저어라 나뭇잎 같은 배들이 굽은 물가 그 어느 쪽으로 낚아서 가는고
서북쪽 큰 물결에 태양이 잠겨 있는데 구름 돛은 곧장 청주 서주를 까부르려 하누나 봄 꽃이 곱게 피면 기필코 거듭 와서 모름지기 몽산의 조기[石首魚]를 보아야겠네
문헌 속 법성포 고장 사람이 말하기를 “매년 3, 4월이면 제도(諸道)의 상선(商船)이 모두 이곳에 모여 조기[石首魚]를 잡아서 말리는데, 서봉 밑에서부터 꼭대기까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옛 사람들이 그 조기 맛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기록이 조선 말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丁若鏞)이 지은 <경세유표(經世遺表)> 와 서유구(徐有)가 기록한 어류학 기술서인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 생생히 남아 있다.
연평(延平) 바다에 조기[石首魚] 우는 소리가 우레처럼 은은하게 서울에 들려오면, 모든 사람이 입맛을 다시며 조기[魚, 속명은 石魚]를 생각한다고 하였다.
귀한 사람이나 천한 사람을 막론하고 모두가 조기를 좋아하고 바다생선[海族] 중에서도 가장 많고 가장 맛이 좋다.
♣ ‘참조기’로 만드는 영광굴비
영광굴비는 고문헌 속 그곳인 칠산 앞바다에서 잡은 산란 전의 참조기를 소금으로 염장하여 말린 음식을 말한다. 굴비 중에서도 참조기로 만든 굴비를 이른바 명품굴비로 꼽는데, 영광굴비는 한 눈에 보기에도 머리 쪽이 두툼하고 둥글며 비늘이 가지런하다.
여기에 윤기까지 자르르 흘러야 최상품이 된다. 그런데 요즘은 참조기로 만든 굴비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어구의 발달과 어선의 증가에 따른 남획으로 조기가 칠산 앞바다까지 올라오지 못하는 까닭이다.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참조기의 몸값이 치솟으면서, 소위 참조기로 만든 ‘진품 영광굴비’는 국내 유통물량의 5%에 불과하게 되었다. 그래서 영광굴비는 날이 갈수록 더욱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