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기술의 백미 <영광굴비>를 제대로 맛보는 5가지 열쇠
전라남도 영광의 법성포 앞바다에서 잡히는 조기는 이 지역 고유의 전통 제조기술을 통해 오래 두고 먹어도 맛 좋은 영양만점 ‘굴비’가 되었다. 그곳의 햇살과 바람이 천일염과 보리, 고추장과 더불어 영광굴비를 품었을 때 빚어내는 전통기술의 우수성을 만나본다.
♣ 영광굴비, ‘조기’ 이야기
어느 나라에나 ‘국민 생선’이 있다. 일본은 도미, 중국은 잉어, 미국은 연어, 프랑스는 넙치를 즐겨 먹는다. 그럼 한국에서 오래도록 사랑받아 온 국민생선은 무엇일까? 명절이 되면 인기 선물목록의 윗자리를 차지하고, 조상을 기리는 제사상마다 빠지지 않는 품목으로, 한국에는 ‘굴비’가 있다!
최고의 밥상인 임금님 수라상에 진상되었다고 전해지는가 하면,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자린고비라는 인물이 천정에 매달아 놓고 한 번씩 쳐다보며 맨 밥을 먹었다'고 할 만큼 굴비는 맛좋고 귀한 음식으로 손꼽혀 왔다. 이렇게 조상들로부터 애호되었으며 오늘날에도 전통식품으로 기호도가 높은 굴비의 상징적인 이름이 바로 ‘영광굴비’이다.
‘영광굴비’는 대한민국의 청정해역인 전라남도 영광군 법성포 앞바다에서 잡히는 참조기를 통째로 말려서 가공하여 만든다. 이때 굴비 맛을 좌우하는 것이 원재료인 ‘조기’의 품질이다. 그럼 ‘조기’란 대체 어떤 생선일까? 그 내력을 알기 위해서는 조기에 대한 여러 가지 명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굴비 원재료 ‘조기’의 여러 가지 이름
조기는 전 세계적으로 160여 종이 있는데, 대한민국의 해안에는 12종이 서식한다.
참조기 Larimichthys polyactis , 부세 Pseudosciaena crocea, 황강달이 Collichthys lucidus, 눈강달이 Collichthys niveatus, 라강달이Larimichthys rathbunae, 꼬마민어 Nibea diacanthus (Lacepede, 굴비밥상), 수조기, 동갈민어 Nibea mitsukuri 염장된 조기를 해풍에 건조시키는 장면, 민태 Johnius grypotus, 민어 Miichthys miiuy, 보구치 Argyrosomus argentatus (Houttuyn, ), 흑조기 Atrobucca nibe는 조기의 학술적인 이름들이다.
이중에서 참조기, 부세, 보구치는 지금도 한국인의 생활 속에 사용되고 있다. 또 조기는 시기에 따라 물길을 쫓아오는 특성이 있어서 ‘추수어(추水魚)’, ‘추어(추魚)’라고도 불렸으며, 조기가 가장 맛있을 때인 4월 20일경 곡우(穀雨)에 잡은 조기는 ‘곡우살 조기’ 또는 ‘오사리 조기’ 라고 불러 왔다.
‘천지어(天知魚)’ 라는 재미있는 이름도 전해 내려오는데, 이는 조기를 말려 굴비를 만들 때 늘 지붕위에서 말리는 까닭에 접동새나 고양이가 감히 접할 수 없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조기의 이름 중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사람의 기를 돕는 생선’이라는 뜻의 ‘조기(助氣)’일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이름이 붙은 것은 조기의 가공 식품인 ‘굴비’도 마찬가지이다.
♣ 조기 가공식품 ‘굴비’
굴비 역시 조기 잡히는 시기에 따라 이름이 다양한데, 특히 곡우 때 잡힌 산란 직전의 조기로 만든 굴비를 ‘곡우살 굴비’ 또는 ‘오가잽’이라고 부른다. 또한 조기는 생김새에 따라 그 이름이 다르게 불린다.
대표적인 것이 ‘석수어(石首魚)’ 또는 ‘석어(石魚)’인데, 머릿속에 돌이 들어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물고기 색깔별로도 다르게 불렸다. 황조기, 노랑조기, 황화어 등은 몸색깔이 황금빛을 띠고 있어서, ‘황석어(黃石魚)’는 은황색, ‘백조기(白助氣)’는 흰색을 띠고 있어서 이름이 붙여졌다.
먹는 방법 및 가공법에 따라서도 그 명칭이 다양한데 오래 보관하면서 맛과 품질이 변하지 않도록 보리 속에 굴비를 저장한 것을 ‘보리굴비’, 굴비살만 발라내어 고추장에 버무려 숙성시켜 먹는 것을 ‘고추장굴비’라고 하였다. 조기 가공음식들은 지금까지도 사랑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