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주 제조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과일을 발효한 다음 압착하는 방법과 과일즙을 분리한 다음 발효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과일을 그대로 발효하는 방법은 적포도주 제조법과 동일하고 과일즙을 분리한 다음 발효하는 방법은 백포도주 제조법과 동일하다. 과일즙을 분리하기 어렵거나 압착기가 갖춰져 있지 않을 경우 과일을 발효시킨 다음 압착해야 발효액을 분리하기 쉽다
가. 과일주 제조 과정
동일한 과일이라도 압착을 한 다음 발효시키면 가벼운 와인을 빚을 수 있고, 과일을 발효시킨 다음 압착을 하면 색이 진하고 맛이 무거운 과일주를 빚을 수 있다. 이렇듯 원료는 동일하지만 제조 과정에 따라 다양한 맛의 과일주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원료의 특색에 따라서 다양한 제조법이 적용될 수 있다
나. 원료 준비
과일 생산은 계절적으로 한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딸기는 3월에서 5월경까지, 매실과 복분자는 6월, 캠밸얼리는 8월에서 9월, 개량머루는 9월, MBA는 다른 포도보다는 늦은 10월경에 생산된다. 이렇듯 과일은 수확 기간이 매우 짧다. 사과나 배를 제외하면 상온에서 저장할 수 있는 기간도 매우 짧다.
따라서 과일주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좋은 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딸기나 복분자 같은 것들은 쉽게 변질되므로 수확 후 곧바로 냉동시켰다가 연중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복분자는 외기 온도가 25℃ 이상 올라간 초여름에 수확하기 때문에 수확 후 곧바로 냉동시키지 않을 경우, 초산균이나 야생 효모가 급속하게 증식한다.
이들 오염균은 발효할 때 효모보다 먼저 증식하므로 발효주에서 초산취가 심하게 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복분자처럼 높은 온도에서 수확하고 빨리 변질되는 것들은 수확 후 얼마나 빨리 냉동시키느냐가 과일주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수확할 때 외기 온도가 25℃ 정도면 수확한 복분자의 품온은 복분자 자체의 호흡열에 의해 30℃ 이상까지 올라간다. 이때 초산균의 증식 속도는 약 40분에 2배로 증식하므로 6시간 정도 냉동을 지체했다면 거의 1,000배 정도 많은 초산균이 증식했다고 할 수 있다. 원료는 가능하면 수확 후 곧바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매실은 대부분 청매를 수확하여 유통하므로 향기로운 매실주를 담기 위해서는 매실을 2~3일간 후숙시키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포도는 대부분 생식용으로 재배되기 때문에 유럽의 양조용 포도보다는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제조법과 두 품종 이상 블렌딩 방법을 이용하여 고품질의 과일주를 생산할 수 있다.
캠밸얼리나 MBA는 우리나라에서 양조용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이들 품종에 개량머루를 블렌딩하면 색도나 떫은맛을 보강할 수 있다. 블렌딩할 경우 이들 품종과 개량머루의 수확 시기가 다르므로 각각 다른 시기에 과일주를 빚어 서로 블렌딩하여 숙성시키기도 한다.
오디나 개량머루는 블렌딩용으로 매우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포도는 보랏빛 안토시아닌(델피니딘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개량머루가 블렌딩용으로 적합하며, 붉은색을 띠는 딸기는 오디나 복분자가 블렌딩용으로 적합하다.
(표 4-1) 과종별 생산 시기
* 블렌딩
다. 아황산염 처리
과일주를 빚기 위해서는 과일을 으깨어 압착하거나 그 자체로 발효시켜야 한다. 과일을 으깰 때 가장 큰 변화는 과일의 세포 안에 들어 있던 폴리페놀성 물질이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하면서 급격하게 산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폴리페놀의 산화 물질은 갈색을 띠게 되고 이들 물질은 과일자체의 향기를 변화시킨다.
이런 변화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방법이 (폴리페놀의 산화를 방지하는 목적으로) 아황산염을 처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원료에 100~200ppm(0.01~0.02%) 정도 처리를 한다. 아황산염 처리의 또 다른 목적은 원료 표면에 붙어 있는 야생 효모나 초산균 등을 살균하거나 생육을 억제하는 것이다.
오디나 복분자의 경우 원료 자체에 바람직하지 않은 균이 상당수 오염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 균의 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황산염 처리를 하면 과일주의 품질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아황산은 인체에 유해하므로 사용량이 제한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일주에서 최종 잔류 아황산 농도를 350ppm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아황산은 천식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아황산염(메타중아황산칼륨·K2S2O5)의 처리 시기는 원료를 파쇄할 때, 발효가 끝나고 1차로 침전물을 분리할 때, 저장할 때, 입병할 때 조금씩 나눠 처리한다.
원료를 파쇄할 때는 약 200ppm, 발효가 끝나고 1차로 침전물을 분리할 때는 100ppm, 6개월이나 1년 뒤에 장기 저장할 때는 50ppm 정도, 입병할 때는 잔류 아황산 농도를 분석한 다음 100ppm 농도가 되게 추가해 주는 것이 좋다
라. 과일즙 조정
원하는 알코올 농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과일즙에 적당량의 당분이 있어야 한다. 또한 효모의 생육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과일즙에 적당량의 질소질도 포함 되어 있어야 한다. 과일즙에 포함되어 있는 당의 약 5%는 글리세롤·호박산·젖산·초산 등 부산물로 변하고, 2.8%는 탄소원으로 소비하며, 0.2%는 발효되지 않고 잔당으로 남기 때문에 과일즙의 약 92%만이 알코올로 변한다.
과일즙의 당도를 가용성 고형물(˚Brix, g/100g)로 측정할 경우 실제 당의 농도는 ˚Brix 농도의 약 95%(g/100mL)가 된다. ˚Brix 농도는 과일즙 100g 속에 들어 있는 당의 양뿐만 아니라 당 이외의 유기산이나 단백질 등을 포함하는 가용성 고형물의 함량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모두 종합해 보면 최종 발효 후 알코올 농도는 과일즙의 당도에 0.57을 곱한 값이다. 즉 12%(v/v)의 과일주를 생산하려면 약 22˚Brix로 과일즙의 당도를 맞춰야 한다. 원하는 당도를 맞추기 위한 가당량은 아래 식에 따라 계산한다.
과일즙을 발효할 때는 과일즙 자체의 무게를 이용하면 가당량을 쉽게 계산할 수 있지만 과일 으깬 것을 발효할 경우에는 과일의 양에 대한 과일즙 무게를 환산해야 한다. 즉 과일 양에 과일즙 계수를 곱하여 과일즙 무게를 환산한다.
과일즙 계수는 과종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데, 과일 으깬 것 중 과일즙 비율이 높을수록 과일즙 계수가 높다. 예를 들어 배는 과일즙이 많기 때문에 과일즙 계수가 0.88이고, 개량머루는 0.75이다. 각 과종별 과일즙 계수는 (표 4-2)에 나타낸 바와 같다.
(표 4-2) 과종별 과일즙 계수
과일즙에 당 함량이 25% 이상이면 발효는 지연되고 휘발산류(초산)가 많이 생성된다. 포도주 제조에 있어서 원료의 산 함량은 적포도주용은 0.5~0.6%, 백포도 주용은 0.6~0.7%의 과일즙을 발효시키는 것이 좋다. 발효가 끝나면 숙성 중에 일어나는 주석 침전의 영향으로 0.1~0.15% 정도 산의 함량이 낮아진다
. 과일즙의 산 함량이 높을 경우, 산의 함량이 낮은 과일즙을 희석하여 산의 함량을 조정하거나 탄산칼슘을 첨가하여 산을 제거할 수 있다. 탄산칼슘을 사용할 경우, 산을 0.1% 제거하는 데 탄산칼슘 0.067%가 필요하다. 즉 탄산칼슘 0.1%를 처리 하면 산의 농도는 0.15%가 낮아진다.
탄산칼슘으로 처리할 때는 전체 과일즙에 직접 하지 말고 과일즙의 일부를 분리하여 처리한 다음 전체 과일즙에 다시 넣어줘야 한다. 탄산칼슘을 전체 과일즙에 직접 처리할 경우 탄산칼슘이 과일즙의 일부 유기산과 선택적으로 반응하여 과일즙의 유기산 균형을 깨뜨릴 수 있다.
마. 효모 접종
배양 효모를 사용할 경우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많으므로 건조 효모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건조 효모는 보통 500g 단위로 판매하며 4℃에 저장할 경우 1~2년간 사용이 가능하다.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건조 효모는 아황산에 내성이 있어 35~75mg/L의 아황산에서 발효가 무난히 진행된다.
사용 방법은 먼저 50%로 희석한(40℃ 1L) 살균 과일즙에 150~200g의 건조 효모를 넣고 30분간 활성화시킨 다음 100L의 과일즙에 접종한다. 건조 효모는 오래 보관할수록 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개봉하고 1년 이상 경과했다면 첨가량을 늘려주어야 한다.
바. 알코올 발효
알코올 발효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 관리와 잡균의 오염 방지다. 발효액의 품온은 목적하는 과일주의 품질에 따라서 다르게 조절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발효 중 과일 속의 타닌 물질이나 안토시아닌과 같은 색소 용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발효 온도가 25℃ 정도로 다소 높아야 좋다.
반대로 과일즙이나 과일의 신선한 향기를 남겨두고 싶다면 발효 온도를 15℃ 정도로 낮게 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적포도주는 23~27℃, 백포도주는 15~18℃가 적당하다. 발효 온도가 30℃를 넘을 경우, 향기 성분이 휘발하거나 초산균과 같은 유해균의 번식으로 포도주의 품질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알코올 발효는 열을 발생시키므로 반드시 냉각시킬 필요가 있다. 과일즙의 당이 1% 소비될 때 온도는 1.3℃ 올라간다. 우리나라에서 포도를 주로 생산하는 시기인 8월~9월의 평균 외기 온도가 25~30℃인 것을 감안한다면 발효기의 냉각 대책은 반드시 세워야 한다.
발효 중 온도가 가장 높게 올라갈 때는 효모 접종 후 2~3일경이다. 이때 효모의 균체 수가 최대치에 도달하며 균체 증식에 따른 발열 반응과 혐기적 상태에서 알코올 발효에 의한 발효열이 최대로 발생한다. 이후에는 품온이 조금 떨어진다. 발효 탱크가 클수록 발효열이 좀 더 오랫동안 지속된다.
사. 압착과 침전물 분리
과일 100kg에 60~80L의 과일즙을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자연과즙(Free run)이 50L 정도, 압착 과일즙이 20L 정도 된다. 압착 과일즙에는 고농도의 폴리페놀이 함유되어 있어 떫고 쓴맛이 강하다. 또한 열매 껍질이나 종자로부터 추출된 복잡 미묘한 향기가 함유되어 있다.
압착 과일즙을 청징 처리하여 자연과즙과 혼합하여 발효하거나, 자연과즙과는 따로 발효시켜 블렌딩용이나 증류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적포도주를 발효할 때는 안토시아닌과 폴리페놀의 추출 정도가 다른데 안토시아닌은 발효 개시부터 약 5일까지는 증가하며 그 뒤로는 약간 감소한다. 총 폴리페놀양은 발효 10일 정도까지 증가한다.
따라서 적포도주를 제조할 때 떫은맛이 너무 강하면 압착 시간을 가능한 앞당겨 떫은맛이 강한 폴리페놀의 추출을 방지해야 한다. 떫은맛이 약하여 무거운 느낌이 적으면 침용을 오랫동안 하는 것이 좋다. 압착 후 잔당 발효를 위하여 온도를 20~23℃로 낮춰서 3~5일 발효시키면 발효는 완전히 끝나고 효모와 기타 비발효성 물질이 발효통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말로락틱 발효를 하지 않는다면 가능한 빨리 침전물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침전물 제거가 늦어질 경우 침전된 효모의 분해로 인해 곰곰한 냄새가 날 수 있으며 포도주의 부영양화로 유산균이나 초산균 또는 산막효모 등 잡균이 번식하기 쉬워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