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대부분의 과일은 과일주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맛에 관여하는 산이나 당, 폴리페놀류의 함량, 과일주의 색에 관련되는 안토시아닌 성분, 기타 향기 성분의 함량에 따라 과일주 제조법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산의 함량이 많은 오미자나 매실은 희석이 필요한 반면, 캠밸얼리와 같은 포도는 희석할 필요가 없다. 당분이 적은 과일은 알맞은 알코올 도수의 과일주를 생산하기 위해서 당을 더 첨가해 줘야 한다.
* 캠밸얼리
가. 장과류
장과류에는 포도, 머루, 블루베리 등이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장과류는 캠밸얼리, MBA(일명 머루포도), 거봉, 개량머루, 블루베리 등이다. 이들 과종은 대부분 과일주용으로 이용되며 과일주를 생산할 수 있다. 특히 포도에는 여러 가지 품종이 있어 향과 맛과 색이 다양한 과일주를 생산할 수 있으며 포도의 종류와 이용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캠밸얼리
수확 시 캠밸얼리의 당도는 12~15˚Brix이며 산의 함량은 0.5~0.7% 정도이다. 캠밸얼리의 보랏빛 색소는 델피닌계 안토시아닌 색소이며, 과일즙의 함량이 많기 때문에 포도주를 제조하면 색이 엷어진다. 떫은맛을 내는 타닌의 함량은 비교적 적은 편으로 가벼운 타입의 과일주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
캠밸얼리는 미국종과 유럽종의 교잡종으로 미국종 콩코드에서 주로 풍기는 달콤한 러브러스카향이 진하게 난다. 비교적 높지 않은 20℃ 정도에서 발효한다. 공기의 접촉을 막고 숙성시키면 러브러스카향이 진한 과일주를 만들 수 있다.
(2) MBA
MBA는 베일리(Bailey) 품종에 머스캣 함부르크(Muscat Hamburg) 품종을 교배하여 육종한 것이다. 유럽종 포도의 유전자와 머스캣 향이 함유되어 있다. 포도송이가 너슬너슬하며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MBA 품종은 일본에서 도입되었다.
1966년에 생식과 양조 겸용으로 선발되어 지금까지 이용되고 있다. MBA 품종은 가을 날씨가 건조할 경우 당도가 20˚Brix 이상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알코올 농도 11%의 과일주를 가당하지 않고 빚을 수 있다. 캠밸얼리와 비교했을 때 안토시아닌 색소와 타닌 함량이 높아 캠밸얼리보다 무거운 타입의 과일주를 만들수 있다. 안토시아닌 색소와 타닌 함량이 매우 높은 개량머루와 블랜딩한다면 경쟁력이 있는 고품질의 과일주을 생산할 수 있다.
(3) 개량머루
개량머루는 산의 함량이 높을 뿐만 아니라 안토시아닌 색소와 타닌 함량이 다른 포도보다 훨씬 높다. 당도는 14~17˚Brix로 11% 이상의 과일주를 빚으려면 가당 해야 한다. 총산은 0.8~1.2%로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수확 시기를 늦춰 산의 함량을 떨어뜨린 후 수확하든지, 발효할 때 일부 산을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발효할 때 산을 떨어뜨리는 방법으로는 유산균에 의한 말로락틱 발효가 있다. 또한 저온에서 숙성시키면 일부 주석산이 금속 이온과 결합하여 주석을 생성하게 되므로 장기간 숙성할 경우 산의 함량이 낮아진다.
나. 인과류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인과류로 사과와 배를 들 수 있다. 사과의 산 함량은 품종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후지(부사)의 경우 0.3~0.5% 정도다. 저장할 경우 산의 함량이 0.2~0.3% 정도로 낮아진다.
일반적인 과일주의 산 함량은 0.4~0.5%로 가을에 수확한 사과는 과일주용으로 적절한 산의 함량을 보이나, 저장한 사과일 경우에는 사과주를 발효할 때 구연산을 0.1~0.2% 첨가해 주는 것이 좋다. 사과는 향기가 은은해 과일주 생산에 좋은 원료로 저온 발효(15℃ 내외)시키면 향기가 풍부한 과일주를 빚을 수 있다.
배는 과일즙이 풍부하나 신맛과 향기가 거의 없어 배만으로 고품질의 과일주를 제조하기는 쉽지 않다. 배는 신맛과 향기가 거의 없다는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는데, 산의 함량이 너무 높아 단일 과종으로 과일주를 빚기가 어려운 과일과 혼합하여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미자나 매실의 경우 산의 함량이 5~6%로 신맛이 강해 이들 자체로 과일주를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에 신맛이 적은 배즙을 혼합한다면 신맛을 완화시킬 뿐만 아니라 매실이나 오미자의 향을 해치지 않고 과일주를 빚을 수 있다.
다. 핵과류
핵과류는 복숭아·매실·살구·자두와 같이 과일 속에 딱딱한 핵이 있는 과일류를 말한다. 핵과류는 펙틴질 함량이 높아 착즙이 어려우며, 술을 빚으면 혼탁하고 여과가 잘 되지 않는다. 펙틴질 함량이 높은 과일의 경우 과일주를 제조할 때 펙틴 분해 효소로 처리하면 착즙이 용이하여 착즙 수율을 높일 수 있다.
펙틴 분해 효소는 제조사별 차이가 크므로 제조사의 지시대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숭아는 잘 익었을 때 은은한 향기가 나므로 15℃ 정도에서 발효해야 복숭아 향기를 보존할 수 있다. 복숭아로 과일주를 제조할 때 복숭아를 쪼개어 씨는 분리해 내고 과육 으깸이를 2~3일 발효한 다음 압착하면 쉽게 발효액을 분리할 수 있다.
매실로 과일주를 만들기는 쉽지 않지만 앞에서 설명했듯이 매실즙과 배즙을 적당히 혼합하면 신맛이 부드러운 매실 발효주를 만들 수 있다. 시중에는 청매실이 많이 유통되고 있으나, 매실의 향은 조금 성숙된 황매가 강하다.
따라서 매실주용으로 황매를 사용하거나 청매를 구입하여 2~3일간 25℃에서 후숙을 하면 매실향이 풍부한 매실주를 빚을 수 있다. 단 후숙한 매실 표면에는 잡균이 많이 번식할 수 있으므로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골라내고 사용하기 전 찬물에 가볍게 헹구는 것이 좋다.
라. 딸기류
우리나라에서 과일주용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과일은 복분자다. 복분자는 나무 딸기류에 속하고 주산지는 고창이지만 인근 지역을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많이 재배되고 있다. 복분자는 껍질뿐만 아니라 열매살(열매에서 씨를 둘러싸고 있는 살, 과육)에도 다량의 안토시아닌이 함유되어 있어 색이 진한 과일주를 빚을 수 있으며 다른 과일주의 적색 보강용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복분자는 구연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신맛이 매우 강하다. 수확할 때 생과의 산 함량은 1.0~1.2% 정도로 매우 높고, 당 함량은 8~10˚Brix정도다. 복분자 특유의 풋풋한 향과 부드러운 맛은 고급 과일주 생산에 좋은 원료가 된다.
품질 좋은 복분자주를 빚기 위해서는 좋은 품질의 복분자 원료를 확보해야 한다. 복분자는 한여름에 수확하기 때문에 수확하는 순간 야생균에 의해 급속하게 품질이 떨어진다. 따라서 수확하자마자 가능한 빨리 냉동시켜 복분자 고유의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 과일주 제조 시 좋은 원료란?
- 품종의 특색이 가장 높게 발휘할 시기에 수확된 것
- 수확한 후 오래 저장되지 않은 신선한 것으로 발효 전까지 품온이 15℃ 이하로 유지된 것
- 당 함량은 높고 산 함량은 0.5∼0.6% 정도 되는 것(pH 약 3.6 이하)
- 레드와인 제조용인 경우 안토시아닌 색소 및 타닌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것
- 발효 전 다른 야생균에 오염이 되지 않은 싱싱한 것
- 농약이나 기타 불순물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
*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되는 과일주용 포도 원료 특성
- 캠밸얼리: 당도 12∼15˚Brix, 산 0.5∼0.7%, 과립은 보통이며 안토시아닌과 타닌 함량이 적음
- MBA : 당도 17∼21˚Brix, 산 0.5∼0.7%, 과립이 작은 편이며 안토시아닌과 타닌 함량은 보통
- 개량머루: 당도 14∼17˚Brix, 산 1.0∼1.5%, 과립이 작으며 안토시아닌과 타닌 함량이 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