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을 푹 고아서 국물을 밭여 그 국물에 쌀을 넣고 끓인 죽이다. 닭을 푹 고아 그 즙액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닭의 영양소가 유출되어 있어 맛이 좋고 영양이 우수한 음식이다.
조리할 때는 닭을 다리·날개·등·가슴 등으로 나누어 중닭(약 700g) 정도 한 마리에 물을 2ℓ정도 붓고 처음에는 센 불에서 끓여 한소끔 끓어오르면 불을 줄여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계속 곤다. 닭의 살이 뭉그러지고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면 국물을 식혀 기름이 윗면에 떠서 굳도록 한다.
기름이 떠올라 모여 굳으면 기름은 제거하고 국물은 솥이나 냄비에 옮겨 담아 가라앉은 찌꺼기를 제거한다. 이렇게 준비한 국물에 쌀을 넣고 죽을 쑨다. 국물과 쌀의 비례는 4 : 1 정도로 하고 먹을 때 소금으로 간을 한다.
평안도에서는 냇가나 강가에 나가서 물고기를 잡아 어죽을 쑤어 먹는 요리가 유명한데, 이 때 물고기 대신 닭을 가지고 나가서 죽을 끓여 먹으며 즐기는 풍습도 있었다. 닭죽은 여름철 보신음식으로 좋고 병후나 노인의 보양음식으로도 적합하다.
죽이 다 되었을 때 달걀을 풀어 줄 알이 지도록 하거나 반숙 정도로 연하게 익도록 가미할 수 있는데, 이때 곱게 다진 마늘을 약간 가미하면 맛이 잘 어울린다.
또는, 닭의 살을 가늘게 찢어서 조금만 가미하여 끓여도 무방하다. 병후의 보양음식인 경우, 또는 별미음식으로 끓이는 경우 등을 구분하여 기호에 맞추어 닭국물의 농축농도와 양념의 여부를 결정한다.
조상들은 비단 복날뿐만 아니라 여름철이 되면 하루쯤 날을 잡아 가까운 사람들끼리 얼마씩 추렴하여 산수가 좋은 곳을 찾아가 차가운 계곡물에 탁족(濯足)을 한 다음 시원한 나무 밑에 둘러앉아 닭백숙이나 닭죽을 삶아 먹고 술도 마시며 하루를 즐기기도 했다.
잠시 더위도 잊고 피로도 풀며 영양 보충과 보신을 하자는 것이었다. 이럴 때 잡는 닭은 병아리와 큰 닭의 중간 정도로 자란 영계를 최고로 친다. ‘영계’는 아직 알을 낳지 않은 어린 닭이라는 의미이다. 영계는 흔히 ‘약병아리’라고 하듯, 보신에 좋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닭백숙을 만드는 법은 영계를 잡아 잔털을 말끔히 뽑아내고 깨끗이 씻어서 항문 쪽을 조금만 자른 다음 내장을 다 들어내고 배 안을 깨끗이 씻어낸다. 그리고는 미리 물에 불려놓은 찹쌀과 밤· 마늘· 대추 등을 배 안에 넣고 실로 잘 동여 맨 다음 국물이 뽀얀 유백색이 되도록 통째로 맹물에 백숙(白熟) 상태로 바특하게 고아낸다.
오늘날 인류가 사육하고 있는 가축으로서 닭의 조상은 인도와 동남아시아에 야생하고 있었던 들 닭이라고 한다. 이 들 닭이 기원전 6∼7세기부터 사람들의 손에 의해 사육·개량되기 시작하면서 가축으로 정착된 것이다. 우리의 옛 문헌에도 일찍부터 닭에 관한 기록들이 종종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부터 소·돼지 다음으로 널리 식용되고 있고, 백숙·찜·불고기·회 등 다양한 조리법이 개발되었다.
조선조 중기에 서유거가 엮은 『증보산림경제』에는 병아리를 적당히 잘라 파, 소금, 기름으로 볶아 10분쯤 익힌 뒤 후추, 천초, 물, 술을 넣고 익히는 연계 찜, 암탉의 배에 도라지, 생강, 파, 천초, 간장, 식초, 기름 등 7미를 넣어 항아리에 담아 중탕으로 찐 칠향계 법 등 우리 전통 닭찜 요리법이 나온다. 그냥 맹물에 삶아내는 듯 한 요즘의 닭찜에 비해 아주 고아스럽다.
이 닭백숙은 현대에 와서도 변하지 않는 영원한 보양식이다. 한여름 더위를 피하려 계곡을 가면 이런 계곡 근처의 음식점에 가면 늘 있는 메뉴가 바로 닭백숙이다.
백숙은 한자로 흰 백(白)에 익힐 숙(熟)이다. 그러니까 ‘고기나 생선 따위를 양념을 하지 않고 맹물에 푹 삶아 익힘. 또는 그렇게 만든 음식’이라는 뜻이다.
소 돼지 말 잉어 도미 같은 고기가 모두 백숙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소 돼지 말 잉어 도미백숙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맑게 끓이는 육류로는 닭이 가장 맛있다. 흔히 닭으로 백숙을 만들다 보니 백숙 하면 닭백숙을 떠올리게 된 듯하다.
닭고기 맛은 쇠고기 돼지고기에 비해 그리 강하지 않다. 이게 매력이다. 은근하게 받는 구수한 맛과 감칠맛이 입맛을 당긴다. 이 맛은 고기 자체보다는 국물을 냈을 때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데, 그 중 제일이 바로 백숙이다.
백숙에서 닭살을 다 뜯고 나면 죽이 남는다. 닭 맛을 아는 사람들은 닭살보다는 이 죽을 더 좋아한다. 쌀알에 은근히 밴 닭고기의 구수한 감칠맛은 위장 저 아래에까지 스며든다. 닭과 함께 쪄낸 죽은 별로다. 쌀을 불려 슬쩍 김을 올린 죽이 제대로다.
닭백숙에서 한 단계 나아간 음식이 ‘닭 한마리’다. 1960년대 동대문에서 시작한 음식이라고 하는데, 이제는 전국으로 퍼졌다. ‘닭 한마리’는 고기 맛에 국물 맛, 그 국물에 요리되는 칼국수 맛까지 볼 수 있는 음식이다.
하나의 음식 재료로 한자리에서 이렇듯 다양하게 맛볼 수 있도록 고안된 음식은 드물다. 또 여기에 가래떡이나 감자 따위를 익혀 먹을 수 있으니 ‘닭 한 마리’는 다양한 맛을 추구하는 데 적당한 음식이다.
♣ 실속 있는 식사 ‘백숙 백반’이 8천원?! ⊙.⊙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3회 20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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