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 지역의 식품 시장 현황과 진출 방안

최근 국내에서 중동 지역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것은 중동 음식을 세계음식 중 하나로 간주하고 문화적 호기심에 기인한 바 크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슬람 교리에 입각한 이른바 할랄 식품 소비시장의 규모가 커지자 철저히 경제적 관점에서의 전략적 접근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무슬림 인구가 증가하면서 그들의 소비, 특히 이슬람에서 허용하고 그래서 안전하고 깨끗한 할랄 식품에 대한 소비 규모가 큰 폭을 상승하고 있다. 세계 할랄시장은 현재 동남아시아 지역과 중동 지역으로 크게 양분되어 있다.

특히 중동 지역은 할랄 식품시장은 높은 소득에 기반하여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GCC 6개 회원국은 우리 나라의 식품 관련 기업이 새롭게 진출할 수 있는 최적의 권역으로 평가된다.

그것은 비록 세계 농산품 거래량의 약 4% 정도만이 GCC 권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산품과 관련된 부분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일부 국가에서는 식품 내수 시장의 거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Merrdad Tajkarimi 2012, 116)는 점에서 진출의 여지가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GCC회원국이 유사한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종교, 언어뿐만 아니라 식품 관리시스템과 식량 안보 프로그램에 있어서 매우 흡사하기 때문에(Al-Kandari, Jukes 2009) 시장 진입 시 규모의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과 인접 국가로의 파급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이와 더불어 걸프 지역 표준화 기구(GSO, GCC Standard Organization)가 할랄 인증 제도 도입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향후 GCC국가가 중동 내 할랄 식품 시장 및 관련 산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GCC를 주도하는 쌍두마차로서 글로벌 할랄 식품시장에서 권역 내 회원국 중 각각 1위와 2위의 실적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 나라 식품 기업의 현지 진출 시 선점해야 할 국가로서 손꼽힌다.

특히 아랍에미리트는 지난 2014년 모든 식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의무화하겠다고 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할랄 인증 사업을 차세대 사업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우리 식품기업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진출 시 전망이 밝음에도 불구하고 양 국가 식품시장에서 진출 실적은 미미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육류 또는 육류 가공식품 등의 수출 실적이 저조한 대신 과자류, 조미료, 라면 등 일반 식품 진출에 제한되어 있고, 아랍에미리트 시장의 경우에는 10대 주요 식품 수입국 명단에 한국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 정도로 인지도와 영향력이 상당히 부족하다.

앞서 살펴본 바대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한 걸프 지역 거주민들은 주로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 등 육류를 주 식재료로 조리하거나 먹기를 선호한다. 따라서 육류, 육류 가공식품, 낙농제품이 이들 국가의 농식품 수입 규모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위 분야 진출하기에는 많은 걸림돌이 있다. 먼저 육류 및 가공식품 부문에 있어서 기 진출 글로벌 브랜드 업체들의 입지가 확고하다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의외로 브라질, 프랑스가 주요 수입국이고, 아랍에미리트의 경우는 미국, 호주, 인도 등에서 육류를 공급받고 있다.

그 결과 후발주자로서 우리 식품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진출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기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 업체와의 주문자 상표부착생산 계약을 체결하여 그들의 유통망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다음으로 육류 수입원이 거의 고정된 상태이므로 육류 가공식품이나 유기농 식품 등 수출 식품의 종류를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차별화 전략 상품 개발의 일환으로 우리의 발효식품 개발이 요구된다.

앞의 장에서 언급한대로 걸프 지역 아랍인의 경우 이슬람 교리에 따라 발효식품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 나라를 방문하거나 체류한 경험이 있는 아랍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간장으로 버무린 잡채, 불고기 고추장이 사용된 비빔밥, 닭갈비 등에 대한 반응이 좋게 나타났다.

간장과 고추장은 전통적인 우리 나라의 발효식품이다. 이들 발효식품에 대한 거부반응이 낮은 것은 한국음식의 세계화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걸프 지역에 한류 확산에 따른 한국문화에 대한 무조건적 친근감에 비롯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단지 아랍 무슬림들의 종교적 문화적 거부 반응을 보다 희석시키기 위해서는 이들 식품의 발효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알코올 저감하고 특유의 냄새를 제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안정된 경제활동을 기반으로 구매력이 왕성한 걸프 지역 아랍인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건강 식품 선호 현상에 기대어 한국 전통식품이 건강식품임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도록 맞춤형 식품 연구를 강화하고, 그 결과를 이들 음식문화를 적용하여 효율적으로 홍보한다면 현재 활성화되고 있는 걸프 지역 식품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