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은 광활한 지역을 포함한다. 중세 아랍인은 오늘날 중동을 동부(Al-mashriq, 해가 뜨는 땅)와 서부(Al-maghrib, 해가 지는 땅) 등 크게 두 지역으로 구분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레반트지역(Levant), 걸프지역(The Gulf), 북부 아프리카(North africa) 등 크게 세 지역으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걸프 지역 음식과 음식문화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 레반트 지역과 북부 아프리카 지역의 음식과 음식문화를 먼저 고찰하고자 한다.
레반트는 초생달 모양을 일컫는 낱말로 오늘날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팔레스타인을 포함하며 위 국가들을 동에서 서로 연결할 때 초생달 모양을 닮았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공교롭게 이 지역은 티그리스강, 유프라테스강, 요르단강 등 풍부한 수자원을 확보하고 있어 기타 중동지역에 비해 일찍이 정착민에 의한 농경 생활이 시작되었다. 여기에 지중해성 기후로 사철의 구분이 있고 온화하여 곡식, 야채, 과일 등 농작물 생산이 용이하여 식재료가 풍부하고 그 만큼 음식 종류도 다양하다.
또한 요르단 페트라, 시리아 다마스쿠스 등이 중세 실크로드의 주요 도시로서 전 세계 향신료의 집산지이자 유럽 수출의 최종 관문 역할을 담당하면서 예로부터 향신료를 이용한 조리법이 일반화되어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주변 지역은 주요 올리브 생산지로서 음식에 올리브 열매와 기름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위에서 언급한 바대로 레반트 지역은 아시아와 유럽 간 교역의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하여, 서구의 음식과 음식문화를 비교적 일찍 수용했다.
중세 십자군 전쟁 발발의 원인 중 하나로 당대 최고 향신료였던 후추의 값을 중동 무역상인들이 과다하게 책정한 데 있다는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레반트 지역은 유럽과의 향신료 무역에 종사하면서 서구의 음식과 음식문화를 타 지역에 비해 빠른 시기에 받아들였다.
중동 기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조리법은 상당히 간단하다. 주로 정착생활을 하는 도시지역에서는 조리 시 오븐을 사용하고, 유목민 거주지에서는 그릴을 사용하여 굽는 조리가 많다.
또한 음식 첨가제로는 주변에서 확보하기 손쉬운 농작물을 주로 사용하는데 올리브기름, 레몬즙, 마늘 등을 거의 모든 음식에 넣는다. 마지막으로 이 지역 음식에는 버터, 크림을 잘 사용하지 않고, 파, 양파, 배추 등 야채는 주로 날로 먹는다(엄익란 2011, 191-192).
레반트 지역의 대표 음식으로는, 본 요리 이전에 전채 요리로 제공되는 멧제(mezz), 모양과 맛이 고로케를 닮은 팔라필(falafel), 말린 밀과 파슬리 가루를 섞어 만든 타불라(tabouleh), 우유 발효식품 라반(labaneh), 구운 가지를 으깨어 양념한 바바가누쉬(baba ghanoush) 등이 있다.
오늘날 멧제는 중동 대부분의 지역에서 식전 음식으로 제공되어, 중동 전체 대표 음식으로 간주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으로 북부 아프리카 지역의 문명은 주로 지중해안선을 따라 융성했다. 북부 아프리카의 음식문화를 언급할 때 토착 유목민인 베르베르인의 영향을 빼 놓을 수 없다.
다음으로 북부 아프리카 지역의 문명은 주로 지중해안선을 따라 융성했다. 북부 아프리카의 음식문화를 언급할 때 토착 유목민인 베르베르인의 영향을 빼 놓을 수 없다.
다음으로 중세 아랍인들이 동지역을 정복하면서 계피 생강 정향나무 사프란 등 다양한 향신료를 유입하면서 이 지역 음식의 대부분이 아랍화되었다. 마지막으로 북부 아프리카지역 음식 특색을 고찰하는데 있어서 유럽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북부 아프리카 입장에서 유럽은 지중해를 두고 마주한 지리적 근접성과 함께 근대 유럽의 식민지배 하에서 그들의 문화 특히 음식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프랑스의 지배를 받은 튀니지, 알레리 모로코에서 바게트가 주식이 되고 있고 이탈리아의 지배를 받은 리비아에서는 피자와 스파게티가 주식이 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영향을 증명한다.
북부 아프리카에서 사용되는 주 식재료는 쿠스쿠스(Couscous) 토마토 올리브 오일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쿠스쿠스는 고대 카르타고인들이 애용하던 식재료로서 주 성분은 밀과 그 부산물인 세몰리나(Semolina) 로 구성되어 있다.
오늘날 쿠스쿠스는 북아프리카 전체에서 공통적으로 애용되는 곡식으로 국가마다 조금씩 다른 조리법을 이용하여 쿠스쿠스 요리에 대한 국가별 자부심이 강하다(엄익란 2011, 183).
마지막으로 걸프 지역은 오늘날 중동의 주요 산유국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오만, 예멘을 포함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은 대부분 사막으로 형성되어, 연중 강수량이 적고 농경에 부적합하여 일부 특정 지역에서만 곡식, 채소, 과일 등을 재배하여 식량의 자급자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때문에 사막 주변 지역의 유목민들은 목축 활동을 통해 작은 양의 육류와 유제품을, 걸프 만 해변의 거주민들은 연안에서 잡은 생선류를 주 식재료를 사용했다. 먼저 유제품은 걸프 지역에서 획득하기 가장 손쉬운 식재료이자 음식이다.
그 결과 오늘날에도 걸프 지역에서 유제품 소비가 많으며,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주로 낙타, 산양, 염소 등의 우유와 이를 숙성 가공한 치즈류가 주 식재료로 사용된다. 육류의 경우는 낙타고기, 양고기, 소고기, 닭고기 등을 모두 먹지만 일반적으로 소고기 보다 양고기가 더 많은 선호를 받는다.
특히 낙타고기는 주로 사막의 유목민이 즐겨 하는 음식이지만, 중요한 손님을 집으로 초청할 경우 낙타고기는 최고의 접대 음식으로 사용된다.
식재료 확보가 어려운 환경 탓에 음식의 종류도 다양하지 않고 조리법 또한 매우 단순하다. 게다가 척박한 사막을 계속 이동해야 하는 유목생활의 특성 상 많은 물건을 소유할 수 없었으므로 조리 기구 또한 최소한으로 갖추었다.
해서 냄비 한 두 개만을 사용하여 다양한 요리를 해야 했으며 주로 물의 사용을 억제해야 했으므로 국이 아닌 스튜 정도의 요리가 주를 이루었다. 먼저 육류를 이용한 조리법은 상당히 단순하다.
가장 일반적인 요리법은 생고기를 불에 구워 먹는 것이며, 비타민 보충을 위해 토마토, 양파 등을 꼬치에 끼워 함께 구워 먹는다. 만약 국물이 필요한 경우에는 고기와 상기한 야채에 향료를 더해 튀긴 후 물을 부어 걸쭉하게 끓여 먹는 방식을 취했다.
이 때 고기 냄새를 잡고 음식의 맛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 각양각색의 향신료를 첨가하는데 주로 검은 후추, 쿠닌 씨, 스틱 형태의 건조한 계피, 정향나무, 말린 생강, 심황 등이 주로 사용되었다.
오늘날 걸프 지역 거주민의 주식은 의외로 쌀이다. 걸프 지역에서 벼농사가 불가하기 때문에 쌀은 전량 수입하며, 주 수입국은 인도, 이란, 파키스탄 그리고 태국이 있다. 쌀은 주로 버터에 볶아 고기나 생선과 함께 요리한다.
아랍 속담에 ‘버터로 요리된 쌀은 천국에 들어간 사람들이 먹는 음식’으로 알려질 정도로 이들의 쌀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쌀과 함께 빵 역시 주식으로 소비량이 많다. 걸프지역 거주민들이 주로 먹는 빵의 원료는 밀가루로서 그 종류는 인도와 이란에서 유래한 것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빵은 인도에서 유입된 차바티스(chapatis, jabatis), 이란에서 유래된 쿠브즈 탄누르(khoubez tanoor, khoubez irani), 대추야자를 고명으로 넣은 쿠브즈 알 타므르 빵 그 밖에 기장으로 만든 빵(khoubez al-dokhn)과 참깨를 뿌린 빵(koubez al-simsim)이 있다(엄익란 2011,178).
오늘날 걸프지역 거주민들이 즐겨 먹는 이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에는 양 한 마리를 통째 요리하여 제공하는 알 꾸지(Al-qouzi), 육류, 생선 또는 새우를 쌀과 함께 조리해 내놓은 마추부스(machobous), 인도에서 유입된 브리아니(bryani), 고기, 야채와 함께 조리된 밀가루 음식 알 마르쿠끄(Al-marqoq), 만두와 비슷한 삼각형 모양의 인도에서 유래된 삼부사(samboosah), 이 밖에도 고기를 주 재료로 한 케밥(kebab), 쿠프타(koftat) 등이 있다.
걸프 지역은 과거 사막으로 둘러싸인 환경 탓에 타 문화와의 교류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제한된 식재료를 사용하여 간단한 조리법을 통해 독특한 음식문화를 형성해 왔다.
하지만 근대에 주변지역인 이란과 터키 그리고 영국에 의한 반강제적인 인도, 파키스탄인들의 걸프 지역 유입, 그리고 현대에 석유 부국으로 성장하면서 동남 아시아 출신들의 노동자 유입 등에 의해 이란, 터키, 동남 아시아 음식과 음식문화를 수용하게 되면서 이 지역 음식이 특색을 잃었지만 오히려 다양화, 보편화, 세계화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