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뱅이밀은 우리 토종밀로 키가 50~80cm 정도로 작아 붙여진 이름이다. 키가 작으니 콤바인 등 기기 사용이 어렵고 수확량이 적어 개량종에 밀려 재배농가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거름을 충분히 주면 80cm 이상 자라고, 포기 번식이 왕성해 수확량도 늘리기 쉽다. 또 오랜 시간 동안 한반도 기후풍토에 내성을 키워왔기 때문에 병충해에 강하다.
앉은뱅이밀은 진주, 고성, 함안, 사천, 남해 등 경남 서남부 지역에서 재배되어 왔으나 지금은 진주시 금곡면 일대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100여 년 역사를 가진 금곡정미소만 소형제분기 몇대를 계속 유지·운영하며 앉은뱅이밀 소량도 제분해 주며 명맥을 이어왔다.
또 채종한 종자를 인근 농가에 보급해 전량 구매하는 등 꾸준히 앉은뱅이밀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데 힘써왔다. 앉은뱅이밀은 사라질 위기가 몇 번 있었다. 특히 계묘년(1963년) 5~6월에 두 달간 내린 비로 종자를 건지지 못한 농가가 많았다.
그해 금곡정미소는 빗속에서 밀 열매를 거둬 집안에서 말리고 관리해 앉은뱅이밀 종자 2말을 건졌다. 또 한 번 위기는 1984년 정부의 밀수매 폐지다. 이때 정미소 제분기도 없애도록 했다. 대기업들이 대형 제분 공장을 만들고 모두 수입밀에 맞게 제분기를 운영했다.
결국 20%였던 국내 밀 자급률은 1990년에 0.05%까지 떨어진다. 1991년부터 ‘우리밀살리기운동’이 시작되었지만 공장 가공이 용이한 개량종 ‘금강밀’ 위주였다. 앉은뱅이밀은 2013년 ‘맛의방주’ 등재 후 찾는 이들이 많아져 생산량도 많이 늘었다.
앉은뱅이밀을 쓰는 빵집이나 식당도 많이 생겨났다. 양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제분기가 많지 않아 일반 소비자는 여전히 금곡정미소 등을 통해 직거래로 구매해야 한다. 앉은뱅이밀은 껍질이 연해 96~97%까지 통째로 갈아내는 통밀가루 질이 특히 우수하다.
글루텐 함량이 적어 빵을 만들면 부피가 비교적 작지만 단맛이 많이 나고 특유의 향이 좋아 밀가루 반죽에 첨가물을 넣지 않는 수제비, 칼국수, 전 등에 좋다. 발효가 훨씬 잘되는 것도 특징이다. 조상대대로 내려온 토종밀이라 우리음식에도 많이 쓰였는데, 대표적인 것이 누룩이다.
통밀을 빻고, 빻은 밀에 물을 20% 정도 넣어 반죽한 후 적당한 온도에서 숙성시켜 만든다. 그렇게 만든 누룩은 막걸리에 많이 쓰였다. 경남 지역 전통 고추장에도 앉은뱅이밀을 넣었는데, 그 어떤 밀보다 고소한 맛이 난다.
* 등재 : 경남 진주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