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기
사람들이 낯선 음식 먹기를 시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릴 적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음식에 비해 새로운 음식을 경험하고 적응하는 것은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어려운 것이다. 사람들이 음식을 경험할 때에는 여러가지 인지 과정들이 작용한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을 먹을 때 생기게 되는 인지 과정으로 음식의 맛, 냄새, 식감, 소리 등이다. 이것들이 결합해 먹는 경험을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이 경험의 의미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맛에 대한 기억, 음식을 먹게 된 동기, 새로운 음식에 대한 두려움 정도 등 다양한 인지 과정의 영향도 받게 된다.
또한 음식을 먹는 장소나 시간에 따라서도 같은 음식이라도 그 경험과 의미는 매우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우리는 이 단원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넘쳐나고 있는 음식의 진정한 의미와 맛을 느끼기 위해 어떤 부분의 이해가 필요한지 생각해 보기로 하자.
♣ 우리는 왜 먹을까?
■ 살기 위해
우리에게 음식은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에서 문화로 발전해 왔다. 인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처음 수만 년 동안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식량을 찾으러 다녔고, 식량이 부족한 겨울을 나기 위해 사냥한 짐승과 채집한 식물을 저장하는 방법도 고안하게 되었다.
그 후 정착생활을 하면서 동물을 사육하고, 곡물과 채소, 과일도 재배하기 시작했다. 가옥 건축과 그릇 제조 기술의 발달은 식량을 더욱 오래 저장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조리를 통한 다양한 음식의 형태를 제공하였다.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면서 지역과 기후에 따라 여러 가지 조리법·저장법 등이 발달하게 되었고, 사람에게 음식은 생존을 위해 배를 채워야 하는 단순한 식량에서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즉 음식은 사람이 활동하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며 음식을 만들고 먹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특정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 즐거움을 위해
현대사회에서 음식은 살기 위한 목적 이외에 즐거움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 ‘생각하기에 좋은 것이 먹기에도 좋다’라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유명한 축구선수가 먹는 음식과 동일한 음식을 먹으면 축구스타가 될 수는 없지만 스타와 동일한 음식을 먹는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이 음식을 섭취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 음식에 담긴 관념을 소비하고 즐거움을 얻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음식은 사람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거나 정화를 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어느 사회나 자신들이 먹는 음식이 다른 집단의 음식보다 맛있고 특별하다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은 음식을 먹는 동안 즐거운 마음을 만들어 내게 된다.
전통적으로 종교는 이와 같은 음식에 대한 믿음을 만들어 내는데 일조를 했다고 할 수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주요 종교인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유대교 등은 금기식과 허식 등 엄격한 음식규제가 있으며 식사자체도 성스러운 행위이거나 도를 연마하기 위한 수행의 하나로 여긴다.
이때의 음식 준비와 섭취는 어느 한 집단의 소속원으로서 행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과정 중의 하나라 여기게 되고 큰 의미가 부여된다. 종교에 따른 의미 있는 음식섭취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음식으로부터 마음의 여유와 즐거움을 얻게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는 소울푸드(SoulFood)이다. 소울푸드는 미국 남부에서 노예로 끌려온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먹었던 음식으로 지치고 고단한 생활에 마음을 달래주던 음식을 이르는 말이다. 현대에 와서 소울푸드는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삶에 활력을 주는 음식을 의미하며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울푸드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소울푸드로서의 음식은 단지 생존을 위한 음식이 아니라 각 개인의 이야기와 추억의 매개이며 아프고 힘든 마음을 다독여주고 살아갈 힘을 보태주는 삶의 원동력이 된다. 꼭 비싼 음식을 먹어야 음식을 제대로 즐기는 것이 아니다.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라도 내가 원하고, 그것을 먹고 즐거워지고 건강해짐을 느끼면 그것이 바로 음식을 즐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사람들은 인생을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자연적·사회적 환경과 개개인마다 형성되는 가치관 등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하게 되고 그로부터 즐거움을 얻게 되는 것이다.
■ 어울리기 위해
어울리기 위해 음식을 나누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매우 보편적인 일이며 역사가 깊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여러 사람이 모이면 두레상 차림을 한다. 두레상 차림은 둥근 상에 음식을 모두 올려놓고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게 차리는 상차림이다.
이러한 두레상 차림은 친지,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즐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를 한다. 또한 사람 사이의 관계를 좋게 만들고 의사소통을 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 두레상 차림은 집이 아닌 음식점에서 모임이나 회식의 형태로 변형되어 이어 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음식점을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만남의 장소로서의 의미가 크며 음식을 먹으면서 기쁨과 즐거움을 함께 누리기 위한 목적이 있다. 이렇게 즐거운 일을 함께 축하하거나, 하루 일을 마치고 함께 소회를 털어놓는 자리에서의 음식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우 중요한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