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기
1962년에 발족한 농촌진흥청은 시대적 상황과 요구에 따라 다양한 식생활 개선 및 교육 사업을 추진해왔으며, 이를 통해 식생활 개선 및 건강증진, 전통식문화 계승과 관련된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09년 식생활교육 지원법 제정 이후 식생활 교육이 영양교육 중심에서 건강, 환경, 배려의 핵심가치를 추구하는 녹색식생활 교육으로 패러다임이 변화되면서 농업·농촌을 대상으로 교육훈련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전국 농촌진흥기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져 가고 있으며, 일반 식생활교육 기관과는 차별화 되는 식생활 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대두 되었다.
본 장에서는 시장 환경변화와 식생활교육 정책의 세계적인 흐름을 바탕으로 새롭게 시도할 향토 식재료 맛 체험교육의 개념과 교육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 식재료 맛체험 교육
향토음식은 농촌 지역의 핵심자원으로 고부가가치화가 필요한 대표적인 상품이다. 농촌자원 소득화 사업의 일환으로 농촌교육농장, 농가맛집, 농촌 전통테마마을 등의 인프라 구축과 한국전통음식학교 운영을 통해 인력양성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지역으로 환원되는 부가가치 효과는 기대만큼 높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지역만의 차별화 된 향토식자원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해 고부가가치화하고, 고객 눈높이로 의사소통함으로써 지역 식재료의 판로 개척 및 농가소득 증대 방안을 함께 모색할 필요가 있다.
식재료 맛 체험 교육은 미각교육과 유사하다. 음식문화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식생활교육으로 미각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며 현재 소수 기관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다섯 가지 맛(五味), 즉 단맛, 짠맛, 신맛, 매운맛, 쓴맛을 중심으로 미각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식재료 맛 체험 교육은 기존 미각교육과 어떻게 다른 것일까? 식재료 맛 체험 교육은 기존 미각교육을 기본으로 하고, 각 지역 환경에 따라 맛이 다른 향토 식재료를 다섯 가지 감각을 모두 활용해 맛을 체험해 보고 느껴보는 교육이다.
우리 농산물의 진정한 맛을 더 깊이 있게 제대로 이해하고 직접 설명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농산물의 품질 특성을 정확히 설명하기 위해 특정 지역의 특산물과 지리적 특성 및 환경(떼루아 terroir)과의 연관성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 기존 미각교육과 차별화된 점이라 하겠다.
지금까지의 농업은 우리 농산물, 향토 특산물 자체의 우수성만을 강조하는 1차원적 홍보를 진행해 왔으나, 농산물의 우수성은 소비자가 원하는 잘 팔리는 경쟁력 있는 상품(商品)을 만드는데 ‘필요조건’일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감성 마케팅1) 및 체험 마케팅2) 시대를 맞이하여 소비자에게 식재료의 영양학적·과학적 우수성 보다는 ‘우뇌(감성)’를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제공’과 ‘기억에 오래 남을 체험 과정’의 설계가 점차 중요해져 가고 있다. 따라서 고객 접점에서 농산물을 직접 생산한 농부의 ‘한마디(해설)’는 그 어떤 정보보다 더 신뢰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식재료 맛 체험 교육을 통해 농산물 생산자는 자신의 농산물에 대한 고유한 특성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으며, 타 지역과 비교해 고유한 맛을 구분해 내고, 이를 통해 생산하는 방법을 개선하는 기회를 찾게 되거나, 식재료 홍보를 위해 소비자와 효과적인 소통 방법을 이해하는 등 지역 특산물 소비촉진과 보존에 기여할 수 있다.
실제 유럽의 농부들은 자신의 농산물에 대해 ‘미각교육자’이자 ‘식재료 해설자’의 역할을 담당하며 현장에서 고객과 소통하며 신뢰를 쌓고 있다. 식재료의 맛에 대한 생산자의 전문적이고 재미난 설명은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또한 어린이나 일반인 대상의 교육은 소비자의 오감을 깨워 소비자들로 하여금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이해하게 되고 반복적인 노출에 의해 그 맛을 기억하게 할 것이다.
맛은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 있어 어렸을 때의 초기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식재료 맛 체험 교육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 구매 순간 올바른 식재료를 선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로컬푸드, 유기농 식재료와 같은 올바른 식재료를 구매하는 착한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우리나라 농업·농촌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다.
1) 감성 마케팅: 향기·음악·맛 등 사람의 오감을 이용하여 판매촉진을 하는 마케팅을 말한다. 알리고자 하는 감성의 특성을 상품에 직접 넣거나 유통 매장이나 판매촉진 시점에서 특성을 첨가하는 경우를 말한다. 제품에 향기를 첨가하거나 의류매장에 라벤더향을 방향제로 사용해 쾌적한 매장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2) 체험 마케팅: 체험을 마케팅의 핵심으로 삼는 마케팅을 말한다. 마케팅과 대중문화의 합일화 현상으로 볼 수 있으며, 체험 마케팅은 감각(sense)·감정(feel)·인지(think)·행동(action)·관계(relation) 등의 5가지 차원에서 소비자가 최고의 경험을 직접 겪어보고, 이를 통해 브랜드나 상품에 대한 이미지를 높인다는 의미의 마케팅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