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는 우리 나라 중부 동쪽에 위치한 지방으로 동쪽은 해안선을 따라 동해와 접하고 있고 서쪽은 황해도, 북쪽은 함경도와 각각 경계를 이룬다. 또 서남쪽은 충북, 경기와 지류가 이어져 있고, 남쪽은 소백 산맥을 경계로 경상북도와 접해 있다.
또한 태백산맥의 깊은 준령 이 척추처럼 뻗어 있어, 산촌과 어촌들, 그리고 그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농촌이 각기 다양한 식생활을 보여준다. 대개 태백산맥을 기점으로 하여 영서 지방과 영동 지방으로 나뉘는데 영서에서는 농작물이, 영동에서는 수산물이 많이 생산되어 이를 이용한 음식이 발달되어 있다.
음식은 서울과는 달리 사치스럽지 않고 극히 소박한 편이다. 전반적으로 쌀보다는 옥수수(강냉이), 메밀, 감자 등 질 좋은 밭작물이 많이 생산되며 산악지대에서는 도토리, 상수리, 칡뿌리 등 산채가 풍성하다.
따라서 쌀떡보다는 잡곡으로 만드는 떡이 많고 감자를 중심으로 한 밭작물과 산채를 이용하여 만든 떡이 발달한 것도 특징 이다. 지역적으로 보면, 영동지역에서는 송편을 많이 만들고 큰일이 있을때에는 절편과 인절미를 주로 만든다.
강원도 영동지방에서는 송편을 손으로 꾹꾹 눌러서 빚는다고 하여「꾹꾹이떡」, 「쥡떡」, 「오매두(다섯마디)떡」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에 비해 영서 지역은 화전마을이 많아 논과 밭은 적으나 산기슭 화전에 잡곡을 많이 심어 옥수수, 조, 수수, 감자, 메밀로 만드는 떡이 많다.
편의 웃기로 쓰이는 경단, 주악 등은 농촌에서 제례 때 조금씩 만들고, 특히 옥수수의 생산이 많아 옥수수가루에 강낭콩을 섞어 만든 잡곡 설기떡을 잘 만들어 먹었다.
또 강원도에사는 절편을 큰 떡, 절 떡이라고도 하는데 보통 절편은 신랑집에서 신부집에 해 보내는 떡으로 큰 일이 있을 때에 만드는 떡이라는 의미가 깃들여 있다. 이밖에 인절미를 찰떡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특히 밀납(밀기룸)을 참기름 대신 찰떡에 발라먹는 것은 강원도만의 특징 이다.
이 밀납은 벌집을 통째로 달여 식힌뒤 표면에 응고되는 왁스형태의 노란색 응고물을 말하는데 토봉이 성행했던 강원도에서는 귀한 참기름 대신 밀납을 떡에 발라 먹었는데, 밀을 바르면 떡이 굳거나 상하지 않아 오래두고 먹을수 있었다.
겨울이면 얼린 인절미(찰떡 덩어리)를노릇하게 화롯불에 구워 먹기도 하였는데, 간식이 부족한 어린들에게는 최고의 별미음식 이었다.
강원도의 대표적인 떡으로는 감자떡(감자송편), 감자시루떡, 감자경단, 언감자떡, 감자투생이, 감자뭉생이, 옥수수설기, 옥수수보리개떡, 옥수수칡잎떡, 찰옥수수시루떡, 메밀총떡, 댑싸잎리떡, 메싹떡, 도토리송편, 무송편, 칡송편, 방울증편, 호박시루떡, 구름떡, 수리취개피떡 등이 있으며 함경도 지방에서 전래된 오그랑떡, 괴명떡, 곱장떡 등을 즐겨 먹기도 하였다.
보편적으로 강원 떡은 다양하지 못할 거라 생각되나 홍정유(洪鼎裕)가 지은 동유가(東遊歌)에서는 강원도회양(1945년 광복 당시 38도선 이북지역에 해당하는 철원, 이천, 평강, 통천, 고성, 회양, 김화, 화천, 양구, 인제, 양양의 11개 군중 하나)에서 대접받았던 음식에 관하여 적은대목이 있는데 철종13년(1862년) 금강산을 여행하였던 홍정유는 수장헌(水長軒)에서 대접받았던 음식의 맛을 잊지 못해 나물 반찬에 길들여진 위와 창자가 놀라게 된다고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점심(點心)을 먹을 때에/ 냉면(冷麪)에 송병(松餠)하고 화전(花煎)을 지져 놓고/ 점병(粘餠)을 부치는데 물에다 가루타서/ 밀개떡 모양으로 얇게 부쳐내어 사면(四面)으로 두루 말아/ 인절미 모양 같다(하략)
이 노래로 미루어 강원도의 반가에서는 떡을 상식(常食)으로 하여 식후 즐겨먹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강원도 일대에는 여서낭이 많았는데 마을의 수호신으로 모셔졌으며, 특히 동해안에서는 고기잡이 배의 안전과 풍요를 가져다 준다고 믿었었다.
지금도 속초지방에서는 남녀 성황신에 대한 굿풀이가 한판 걸친 후 용왕굿을 벌이며 용떡놀이를 즐겼는데「용떡」은 주민들이 집안에서 정성껏 만들어 한두집씩 들고나와 커다란 제상에 올려 만선기와 오방기를 꽂고 대규모 굿판을 벌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형이 척박하고 먹을것이 부족했던 산간오지에서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야산에서 나는 미황색의 부드러운 흙을 소나무 껍질과 섞어서 떡을 빚어 먹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전해지는데 백토 산지로 유명한 강원도 양구지방 방산자기 가마터 부근에서는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었던 시대에는 백토를 곱게 빻아 반죽을 하여 떡을 만들어 먹었다고 전해진다.
쓰지도 달지도 않음 밋밋한 맛을 내는 흙떡을 먹고 난 후에는 배가 부르고 힘도 솟지만 소화가 안되고 심한 변비증세를 일으켰다고 전해진다. 이런 이야기는 곡창지대인 철원지방에서도 전해 내려오기도 한다.
이와 같이 과거 강원도에서 떡은 특별한 날의 별미 음식의 개념과 함께 부족한 쌀을 보충하여 배고품을 달래기 위한 주식대용의 애환이 서려 있기도 했지만 건강하게 잘먹고 잘사는 법(Well-Being Life)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요즘 흰쌀 대신 몸에 좋은 감자, 옥수수, 메밀 등 잡곡으로 만들어 지고 있는 소박한 강원 떡의 영양적 가지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