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에는 ‘잔칫집에 홍어가 빠지면 섭섭하다'고 하여 예로부터 잔칫상 뿐만 아니라 제사상, 차례상에도 빠져서는 안되는 중요한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만큼 품격과 영양 면에서도 홍어의 탁월함은 예로부터 널리 인정받았고, 조리법도 발달하였다. 고문헌에 남겨진 기록을 통해 홍어의 여러 조리법을 살펴보자.
♣ 고문헌 속 홍어
먼저 18세기에 쓰인 <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 홍어를 쪄서 먹는 방법과 홍어 알을 맛있게 먹는 법이 나온다.
홍어(洪魚)
봄에 철쭉이 필 무렵에는 먹을 수 없다. 끓는 물에 점액을 씻어내고 편으로 잘라 감장즙에 쪄서 먹는다. 홍어의 미수정 알을 즙에 섞어 먹으면 맛이 좋다.
서유구(徐有)가 36년 동안 집필한 농업백과사전인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는 ‘홍어붕어법(紅魚魚法)’이라고 하는 조리법이 등장하는데 이는 홍어를 발효시켜 먹는 또 다른 방법이다.
홍어·붕어법(紅魚魚法)
홍어나 붕어의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 1근을 소금 1냥에 반나절 절였다가 점액을 깨끗이 씻어내고 물기를 말린다. 매번 소금 2냥을 생선살에 뿌리고 홍국가루 2냥, 파 흰 부분 2줄기 가늘게 썬 것, 시라 약간, 산초 100알, 술 반 잔을 넣고 섞어 단지에 담고 단단히 밀봉한다.
또, ‘천지간에 이런 음식이 어디 있겠는가’ 라고 감탄하고, 술집에서는 ‘이 음식이 있으면 술을 몇 배나 더 판다’라고 했던 음식으로 ‘홍어 식해’가 있다. 대체 어떻게 만들었을까?
식해
전라도에서는 여름에 가오리와 홍어를 가마니에 싸서 잿속에 묻어두었다가 며칠 만에 꺼내어 보면 썩어서 빛이 붉고 진이 나고 맛은 겨자와 같아진다. 먹으면 콧구멍을 콕 쏴야 잘 삭았다고 대단히 좋아서 먹는다. 술집에서는 이렇게 잘 된 가오리가 있으면 술을 몇 배나 더 판다고 한다. 천지간에 이런 음식이 어디 있겠는가. 풍속에 젖어서 잘 먹는 사람이 이렇게 깨닫지를 못하니 매우 가엾어 한다.
<우리음식>이라는 책에서는 홍어를 각종 생선, 야채와 함께 ‘생선지지미’로 먹었던 기록도 나온다.
생선지지미
가오리·메기·홍어·고등어·대구·명태·도루묵·쏘가리·수조기·우레기·상어·정어리·갈치 이상의 생선은 토막 지어 씻어 놓고, 무·배추·파· 콩나물·호박·감자 등의 채소와 두부를 섞어서 간장·고추장을 섞은 엷은 국물에 파·마늘을 다져 넣고, 후춧가루와 기름기 있는 고기나 좀 넣고 넉넉하게 지진다. 도미·농어·잉어·방어·삼치·참치 같은 상등 어류는 다른 요리에 쓰고, 남은 뼈와 대가리와 꽁지토막과 부레 등은 지지미에 쓴다.
이처럼 홍어는 다른 생선과 만나 또 다른 조화를 이루며 특유의 풍미를 이어왔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홍어를 가장 원형 그대로의 맛으로 먹는 방법은 ‘홍탁삼합(洪濁三合)’이란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