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디스가 인식한 한식의 특징
한식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고 있으나, 우수한 음식이란 잣대나 가치 기준만으로는 세계화를 추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식 세계화의 진정한 의미는 세계 속에서 한식이 대중화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 음식을 외국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하고, 음식 조리에서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재료를 재배하고 생산해야만 한다.
성공적인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는 정부, 외식업계, 식품업계가 모두 함께 협력하여 해외 시장의 고객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들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식자재 개발 및 마케팅 활동을 함께 실행해 나가면서 시너지를 창출하고 한식 세계화의 기대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음식문화의 수용은 매우 보수적인 특성이 있으므로 세계화를 위해서는 각 나라의 지역적 특성과 문화적 특징, 인종적·사회적 특성에 따라 조리방법이나 사용하는 식재료 및 식습관 등을 달리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음식의 현지화란 원초적인 한식의 맛을 살리면서 동시에 현지인의 입맛에도 부합하고, 제공되는 음식의 형태나 서비스 등을 통해 세계인의 정서에서 풀어낸 우리음식의 정서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한식을 평가하고 한식을 새롭게 해석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현지인들의 식습관, 음식 문화 및 사고방식을 이해하며 외국인들 관점에서 한식의 특성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사하고자 외국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질적 연구를 수행하였다.
심층면접 기법은 문헌조사나 설문조사에서는 포착하기 어려운 개인적 견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해석을 가능하게 하여 한식에 대한 살아있고 개별적인 현지인들의 제언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파라과이 푸디스들에게 한식의 종류와 분류를 제시하지 않고 자신들이 알고 있거나 과거 경험해 본 한식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메뉴와 그 이유를 질문하였다. 또한 한식 문화의 전체적인 특징, 조리 과정 및 관능적 특성 등을 자신들의 생애사와 함께 자유롭게 이야기하게 하였다. 인터뷰 내용을 기술한 후 내용을 분류하고 재구성하면 다음 표 12와 같다.
한식문화의 특성을 묻는 질문에서 한식은 ‘건강식’, ‘밥과 반찬문화’, ‘발효음식’, ‘다양한 양념류 음식’, ‘채소 음식’, ‘국물 음식’ 등을 독특한 한식 문화로 손꼽았다. 가장 지배적 의견인 ‘건강식’은 기름과 소금의 사용이 적고, 채소 사용이 많다는 점 등으로 설명하였는데 이는 대부분 한식의 영양학적 우수성을 지식적으로 인지하였다.
몇몇 푸디스들은 실제 자신들이 한식을 먹은 후 피부가 좋아지고, 피로를 덜 느끼며, 다이어트에 좋으면서 에너지를 느낀다고 대답하여 한식의 우수성을 체험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또한, ‘독특하고 이국적이다’라며 새로운 음식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한식의 조리상의 특성은 식재료 중 ‘채소 사용이 많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으며, ‘고기를 얇게 썰어서 양념한다’, ‘조리 과정과 조리법이 간단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조리 과정과 조리 법이 간단하다’는 견해는 대부분의 푸디스들이 이미 만들어진 된장, 고추장 등의 소스를 넣고 무치거나 끓이는 등의 간단한 조리 과정만을 거쳤기 때문이다.
이렇 듯 한식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조리 과정의 복잡함이 소스류 가공과 유통의 발달로 인해 외국인들에게는 의식되지 못하고 있었다.
한식의 감각적 특성으로는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다채롭다’, ‘고기음식이 달콤하 여 새롭다’, ‘무의 아삭함과 오징어의 딱딱함은 좋지 않다’, ‘젓갈, 된장찌개 냄새가 고약하다’ 등으로 시각적으로 독특하고 화려하여 끌리지만 발효음식의 독특한 향은 처음에 거부감을 갖게 하는 것으로 보였다.
또한, 질감에서는 아삭하거나 딱딱한 질감을 낯설어 하는 현지인들의 취향을 고려하여 한식을 현지화해야 한다. 경험한 한식 중 가까운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메뉴에 대한 질문에서는 ‘불고기’, ‘갈비’, ‘돼지고추장구이’, ‘삼겹살과 상추쌈’, ‘김치찌개’, ‘닭고기탕’, ‘감자탕’ 등 대부분 육류 요리가 선호되고 있었다.
이는 파라과이가 육류 중심 음식문화이기 때문이며 친근한 육류를 새로운 양념류와 조리법으로 가공하였을 때 거부감이 줄어들고 새로운 맛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 푸디스의 한식 현지화를 위한 전략
▪ 공통된 음식문화
파라과이 푸디스들의 인터뷰 사례를 통한 파라과이인들의 식문화 특성과 그들이 인지하는 한식의 특성, 그리고 한식의 현지화를 위한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파라과이는 사방이 볼리비아, 브라질, 아르헨티나에 둘러싸여 있고 파라과이강을 경계로 원래부터 파라과이 영토였던 남동부 지방과 북부, 차코라고 부르는 북서부 지방으로 나누어진다.
국토의 40%를 차지하는 남동부 지방은 브라질 고원의 가장자리에 해당하며 파라과이 평원으로 열대삼림이 울창하고 토양이 비옥한테다 강수량이 풍부하여 농업과 목축업이 발달하였다. 북서부는 건조한 초원과 밀림지역이며 연평균 기온이 24.5°C로 매우 무더운 지역이다.
북서부 지방은 미국계 석유회사들이 석유 채굴권을 획득하여 미국의 군용비행장과 같은 군사시설이 많다. 아순시온이 위치하고 있는 남동부 지역은 과거 백인들이 소를 방목하는 목초지로 주로 사용되었으며 파라과이는 목축업이 발달하여 치즈와 육류 음식을 선호하였다.
파라과이 음식 중 아사도는 숯불이나 그릴의 한 가지인 파릴라parilla에 쇠고기 중에서도 특히 갈비뼈 부위를 통째로 굽는다. 쇠고기뿐만 아니라 소시지나 돼지고기도 가끔 구울 때가 있다. 아사도는 다른 양념은 하지 않고 굵은 소금만 뿌려서 간을 맞춘다.
오레가노, 파슬리, 칠리 등으로 만든 치미추리chimichurri소스와 함께 먹거나 레몬즙을 뿌려 먹기도 한다. 이에 따라 파라과이인들은 한식 중 불고기, 갈비, 돈육 양념 주물럭과 같은 음식을 선호하였으며, 특히 한국식 양념인 달콤한 불고기 소스와 매콤한 고추장 소스에 구운 음식은 매우 흥미롭고 이색적인 문화의 소재로 인식하였다.
파라과이 전통 빵 중의 하나인 치파chipa는 치페라chipera로 불리기도 하며 식물성 기름, 알미돈유카가루, 계란, 우유, 소금, 옥수수 가루, 아니스, 그리고 파라과이 전통 치즈인 케소 파라과이queso paraguay를 섞어 반죽하는 것이다.
치파 고유의 고소하고 깊은 참맛을 내는 기술은 치파를 구워내는 과정에 있다. 흙으로 만든 커다란 불가마인 따따꾸아tatakua를 장작불로 30분 정도 뜨겁게 달군 후 그 안에 있는 재를 모두 제거하고 여기에 다양한 모양으로 만든 치파를 철판에 담아 불가마에 넣어 20분 정도 구운 다음 꺼내면 모든 공정이 끝나게 된다.
치파는 가장 흔하게 먹는 음식으로 발효된 치즈가 들어가 시큼한 향을 풍기는데 이러한 발효음식은 한국의 발효음식을 접할 때 익숙하게 수용할 수 있는 접점이 된다. 푸체로는 고기가 붙은 뼈와 채소를 삶은 요리로 파라과이에서 옛부터 먹던 스튜이다.
살코기는 주로 백인들의 몫이었고 원주민들은 뼈 부산물에 물을 붓고 우려내어 옥수수가루로 경단을 빚어서 여러 가지 채소와 함께 끓여먹었다. 이 음식 문화의 특성으로 한식의 찌개와 국물음식을 쉽게 받아들이고 선호하였다. 파라과이의 요리 가운데에는 일반인들이 즐겨 먹는 엠파나다empanada가 있다.
반달 혹은 보름달 모양으로 만들어진 것이 보통이며, 가격도 저렴하여 일반 서민들의 식사대용으로 많이 사먹는 음식이다. 이 엠파나다의 속은 고기 다져 넣은 것, 옥수수와 치즈를 넣은 것, 햄과 치즈를 섞은 것, 달걀로 만든 것, 매콤한 소스를 넣은 것 등 속재료에 따라 맛과 크기가 각양각색이다.
원주민들은 엠파나다 한 두개 정도에 빵 하나와 음료수 한병이면 한끼 식사로 안성맞춤이다. 굽는 방법에 따라 기름에 튀기는 것과 오븐에 구워내는 것이 있어 각자의 구미에 맞는 것을 선택할 수가 있다. 대부분 엠파나다를 먹을 때는 매콤한 소스를 뿌려 가면서 먹는 경우가 많다.
특히 파라과이의 북부 더운 지역은 매운 피칸테를 더 많이 뿌려 먹어서 매운맛에 익숙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고추장도 맵지 않게 느껴진다고 하였다. 고추의 원산지가 남미인 것을 생각할 때는 이상한 일도 아니다.
▪ 차별화된 음식문화를 활용한 한식 상징화 전략
파라과이는 주 작물인 콩이 주요 수출품이다. 다국적 기업들이 자본을 투입하여 대량 생산하는 콩은 주로 콩기름으로 만든다. 반면 원예특용작물들은 소규모 농가에서 일부 재배하고 있어 영세성을 면치 못해 채소의 생산량이 매우 적다.
또 파라과이는 평균 기온이 25。C로 매우 무덥고 땅이 척박하여 채소가 자라기에는 부적합하다. 따라서 채소가 부족하고 가격도 비싸서 파라과이에도 채소 음식은 많지 않다.
채소는 조리시 수분을 배출하며 양념과 어우러져 소스가 형성 되어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데, 파라과이에서는 음식에 채소류 사용이 적고 거의 모든 음식을 식용유로 볶아 조리하고 있으므로 열량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섬유소, 비타민과 같은 영양소의 섭취 부족도 우려된다.
파라과이 음식문화는 대부분 유럽의 음식문화 영향을 받아 변형되었으며 과라니 원주민들의 전통음식문화는 많이 남아있지 않다. 즉, 파라과이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감자, 양파, 토마토 등의 채소는 자국에서 생산량이 매우 적어 대부분 인근 국가의 수입량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채소가 많이 들어가는 한식을 건강식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파라과이는 대부분 밥을 여러 다른 식재료와 볶아서 먹는다. 아로스 콘Arroz con 은 소금으로 간하여 지은 밥에 부재료를 넣고 볶은 후 간단한 스프와 함께 먹는 음식인데, 아로스는 밥을 의미하고 중간에 들어가는 콘은 ‘~와 함께’라는 뜻이다.
아로스 콘은 그 자체로 단일 음식이며 한끼 식사이다. 푸디스 인터뷰에 따르면 실제 파라과이인들 중 고혈압 환자가 매우 많다고 한다. 생태학적으로 무더운 날씨에서 탈수 등을 피하기 위해 식염 섭취량을 늘렸기 때문에 파라과이인들에게 고혈압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영양교육을 통해 과량의 식염섭취 부작용을 알고 있는 파라과이인들은 이제 담백한 한국의 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식 문화의 특성 중 대표적인 밥과 반찬문화를 타문화와의 차별성과 건강성으로 상징화시킨다면 한식의 현지화 전략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사료된다.
결론적으로 건강한 밥 문화와 마찬가지로 채소류 음식이 많은 한식은 파라과이인들에게 매우 건강한 음식으로 인지되고 있었으며 이는 추후 현지화를 위한 한식 상징화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키포인트라고 사료된다.
♣ 사례
▪ 아사도(asado)와 양념고기의 수용
한식 중 양념소갈비와 불고기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파라과이식 양념 안심구이인 아사도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사도는 소금과 레몬만을 사용하는데 한국 불고기는 양념이 특이하고 맛있다. 파라과이는 가스오븐이 발달하여 갈비구이를 자주 먹는다. 하지만 양념을 별도로 넣지 않는다. 한식은 양념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M씨, 여, 23세)
불고기는 부드럽고 달콤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맛이 있었다. (P씨, 38세, 여)
남미 음식은 고기를 통째로 굽는데 한국식 고기 요리는 얇게 썰어서 양념하여 익힌 것이 매우 흥미롭다. (R씨, 여, 36세)
선호하는 메뉴는 불고기와 돼지양념 고추장갈비이다. 처음 먹었을 때 이국적이고 새로운 맛이었다. 평소 매운맛을 선호하여 고추장갈비를 좋아한다. 파라과이에서는 고기에 양념을 하지 않는데 양념돼지갈비는 새로운 음식이다. 불고기를 처음 먹었을 때 고기가 달아 어색하고 이상한 맛이었으나 자주 먹다보니 이제 맛있게 먹는다. (H씨, 남, 20세)
▪ 소빠빠와 발효음식 수용
한식 중 상추쌈을 좋아한다. 삼겹살, 차돌박이에 쌈장을 넣어 쌈을 싸서 먹는 것이 맛있기 때문이다. (L씨, 23세, 여)
파라과이의 가장 대표적인 명절음식은 소빠빠와 치파이다. 소빠빠는 시루떡처럼 생겼는데 치즈를 넣은 것이고, 치파는 옥수수뭉치와 돼지기름, 치즈를 도넛 모양으로 반죽하여 화덕에 익힌 것이다. (O씨, 46세, 여)
한식 중 김치찌개를 좋아한다. 김치찌개와 비슷한 음식은 없지만 김치의 독특하고 매운맛이 맛있다. 또한 생선찌개도 좋아한다. 파라과이에 강이 많아 민물매운탕이 있는데 핫소스를 넣어 먹는다. (P씨, 38세, 여)
▪ 푸체로와 탕류의 수용
파라과이에서 겨울에 먹는 가장 흔한 일상식은 푸체로(puchero)이다. 쇠고기 부산물에 물을 많이 붓고 우려내어 옥수수가루로 경단을 빚어 콩, 옥수수, 양파 등을 넣고 끓인 음식이다. 또한 고기를 갈아서 끓여 소금과 후추를 넣어 먹는 소죠(soyo)라는 음식은 대표적인 서민음식이고 이 국물요리에 만디오카와 빵을 곁들여 먹으면 보통의 한 끼 식사가 된다. (O씨, 여, 46세)
▪ 피칸테와 고추장의 수용
파라과이에서는 만두음식인 엠파나다(empanada)에 피칸테를 찍어 먹는다. 매운 음식이 특색있고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한식의 특징은 이국적이고, 파라과이 음식과 다르기 때문에 끌리는 매력이 있다. (M씨, 여, 23세)
한국의 음식 중 김치찌개를 좋아한다. 국물이 있어서 좋고 매운맛이 좋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얻는 느낌이다. (L씨, 여, 23세)
파라과이는 피망을 주로 먹는데 끄으이(ky'yi)라는 작은 매운 고추가 있다. 끄으이와 마늘, 식초를 찧어 으깨어 식초에 넣어 보관하다가 생선조림 위에 소스로 뿌려 먹는다. 카세로(casero)라는 핫소스가 있지만 고추와 토마토를 섞은 것으로 많이 맵지 않다. 한식의 매운맛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H씨, 남, 20세)
▪ 아로스 콘과 밥
파라과이에서는 밥에 소금과 치즈를 넣고 밥을 한다. 한국 밥은 너무 싱거워 낯설고 맛이 없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소금으로 인한 건강상의 불이익을 알기 때문에 한국식 밥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M씨, 여, 36세)
한식을 처음 접했을 때 음식에 밥이 나와 이상했고 밥이 싱거워서 이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서도 밥에 소금을 넣지 않고 해 먹는다. (M씨, 남, 36세)
▪ 풍부한 유지 사용과 건강 한식
파라과이 음식은 볶음 요리가 많다. 양파, 토마토를 볶아 거의 식용유로 국물을 만든다. 즐겨 먹는 따야린(tallarín)을 만들 때 닭고기나 쇠고기를 기름에 튀겨 토마토, 양파 등의 채소를 식용유에 볶아 소스로 얹는다. (O씨, 여, 46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