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족제도의 변화
가족제도의 변화에 대해서는 가부장제 가족제도로부터 양성평등 가족제도로 변화한 내용을 민법의 관련조항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1958년에 민법이 공포된 이래 여러 차례에 걸쳐서 가족관련 법조항이 개정되었지만, 2005년 민법 개정에서 비로소 우리나라 가족제도는 가부장제 가족제도에서 양성평등 가족제도로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 가부장제 가족제도
조선시대에 편찬된 경국대전 이래 가족제도와 관련된 법령의 제정 역사를 보면 다음과 같다(법제처). 일제강점기 하에서 조선민사령이 1912년 3월에 제정되었으며, 광복 이후 1958년 2월에 대한민국 민법이 공포되었고 1960년 1월부터 시행되었다.
한편, 호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1960년에 제정된 호적법은 본적과 호주 및 가족에 관한 사항 등을 규정하였다. 1960년에 제정된 호적법은 가부장제 가족법의 성격을 갖고 있는데 이 법에서 호적의 기재순위는 가부장인 호주를 우선 기재하고 이어서 호주의 직계존속/호주의 배우자/호주의 직계비속과 그 배우자 순으로 기재되었다.
호주제 폐지 이전의 민법 친족편 2장 호주와 가족을 보면 ‘제778조(호주의 정의) 호주는 일가의 계통을 계승한 자, 분가한 자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하여 일가를 창립하거나 부흥한 자는 호주가 된다’라고 되어 있으며, ‘제779조(가족의 범위) 호주의 배우자, 혈족과 그 배우자 기타 본법의 규정에 의하여 그 가에 입적한 자는 가족이 된다’라고 되어 있어서 이는 곧 가족이란 가부장제 가족을 규정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서 민법의 가족관련 조항들이 개정되었으나 가부장제 가족특성은 물론 남녀불평등 소지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런데 2005년 3월 호주제가 폐지됨에 따라서 2007년 5월에 호적법이 폐지되었으며 민법 친족편에서 가부장제 가족제도와 관련되는 조항들 대부분은 삭제되었다.
(2) 양성평등 가족제도
2005년 3월 호주제가 폐지됨에 따라서 호적법은 2007년 5월에 폐지되었고, 2008년 1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가(家) 중심의 호주제를 대체할 새로운 제도가 확정되어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의 헌법이념을 구체화할 수 있게 되었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은 2008년 1월 1일부터 획기적으로 달라진 가족제도의 절차법으로 ① 부성주의 원칙의 수정, ② 성(姓) 변경, ③ 친양자 제도 등 새로운 제도가 차질없이 시행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호주를 중심으로 가(家) 단위로 호적을 편제하던 방식을 국민 개인별로 등록기준지에 따라 가족관계 등록부를 편제한다.
즉, 가(家)의 근거지로 호적의 편제기준인 본적 개념을 폐지하고, 각종 신고를 처리할 관할을 정하는 기준으로서 ‘등록기준지’ 개념을 도입하였다. 등록기준지는 가족이 동일한 등록기준지를 가질 필요가 없고, 개인이 자유롭게 변경 가능하다(대법원).
한편 부모가 혼인신고 시, 출산한 자녀가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합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게 되었다.1) 이는 구법에서 부계가족계승의 본적 개념과 출산아는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을 기본으로 했던 것2)과 비교하면 우리의 가족제도의 기본 틀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 민법[전문개정 2005.3.31], 제781조(자의 성과 본) ①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
2) 민법[일부개정 2002.1.14 법률 제6591호], 제781조(자의 입적, 성과 본) ①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르고 부가에 입적한다.
2) 여성노동환경의 변화
여성노동환경의 변화에 대해서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를 3단계의 시기로 나누어 각 시기별 취업여성의 특징을 서술하고, 이러한 특징이 조성된 노동환경의 변화를 살펴본 후 여성취업과 관련하여 남녀고용평등법을 중심으로 한 제도의 변화를 간략하게 소개한다.
제1시기와 제2시기는 1970년대 중후반에서 나누어 본다. 이는 여성취업자가 농업에서 비농업 부문으로 전이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비농업 부문의 여성경제활동인구(249만 3,000명)가 농업 부문의 여성경제활동인구(236만 7,000명)를 추월하기 시작한 시점이 1977년이기 때문이다.
제2시기와 제3시기는 1990년대 중후 반 사이로 나누어 본다. 이는 1997년 경제위기로 인해 여성취업자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한국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는 노동환경의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여성노동환경의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통계청과 여성학 자료 중에서 관련 부분을 발췌하여 시기별로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1) 제1시기(1960~1970년대 중후반)
① 노동환경의 변화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급격한 산업화를 통해 역동적인 성장을 지속하였다. 정부주도의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한국은 가난한 농업국가로부터 산업화 된 자본주의 국가로 이행하게 되었다. 후발 산업국가인 한국의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 의 배경에는 발전국가3)모델이 있었다.
발전국가모델의 핵심은 국가주도 산업화에 있다. 크루그먼(Paul Krugman)은 발전국가모델을 수용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에 대해 논하면서, 이러한 성장에는 욕구충족의 절제 및 희생감수와 같은 요인들이 기여했음을 지적한다(Krugman, 1994).
이러한 절제와 희생감수의 경험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경험이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여성들의 노동환경과 관련하여 큰 변화를 가져다 준 경험이었다.
한편으로는, 고향과 친족을 떠나 도시로 이농하는 급속한 도시화와 더불어 어린 미혼 여성들의 상당 수가 ‘식모’라고 불리던 직업 경로를 통해 도시로 유입되었고, 제조업 부문의 값싼 노동력 수요의 증가로 이들이 제조업 부문 노동시장으로 진입한 현상이 그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농촌을 중심으로 전개된 새마을운동이 농촌의 기혼여성을 대거 농업노동으로 끌어들였다(김혜경, 2007). 이 시기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963년 37.0%에서 1975년 40.4%로 완만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강이수, 2007).
3) 발전국가는 경제발전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며 이를 위해 관료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등 경제발전에 있어서 국가가 결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의 형태를 의미한다(안승국, 2009).
② 제도의 변화
초기 산업화 시기에 우리나라의 정책은 급속한 경제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에 정부는 1960년대 초 베이비붐에 주목하면서 경제적 관점에 의거하여 인구억제를 위한 가족계획사업을 실시하였다.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여성의 취업증대에 따른 자녀양육문제와 가족지체문제가 정치적 쟁점이 되었지만, 정부는 경제성장논리 하에서 이러한 쟁점에 비개입주의를 고수하였다.
또한 가족부양에 대해서 가부장제에 근거한 가족책임주의적 사고가 지배적이어서 자녀양육의 사회화를 위한 공적 지원이나 제도적 지원장치가 미비하고 체계화되지 못하였다(이진숙·안은숙, 2006).
(2) 제2시기(1970년대 중후반~1990년대 중후반)
① 노동환경의 변화
1960년대 노동집약적 경공업, 1970년대 자본기술집약적 중공업을 중심으로 급속한 산업화를 이룩한 후, 1980년대 이후 서비스 산업이 발전하면서 음식, 숙박, 가사 등 개인서비스업과 금융서비스업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이 시기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980년 42.8%에서, 1990년 47.0%로 꾸준하게 증가하였다. 특히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의 여성취업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강이수, 2007). 대체적인 서비스 산업의 팽창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의료, 교육 등 공공 서비스는 정체 상태에 있었다.
특히, 노동력 재생산 부문이 서구와 같이 국가에 의한 공공서비스로 인식되지 못하여 적극적으로 확대되지 못하였다. 한편, 신중간계층의 형성과 물질화의 심화 현상을 보인 이 시기에 남성노동자의 고학력화, 고임금화로 이어졌고, 저임금 남성노동력을 구하기 어렵게 되었다.
또한 교육 수준의 향상으로, 주로 제조업 생산직에 종사하던 미혼여성들이 1970년대 후반부터 서비스 산업으로 이동하면서 제조업 생산직에서는 미혼여성노동력도 구하기 어렵게 되자 대체노동력으로 기혼여성들이 충원되기 시작하였다.
제조업 생산직 여성노동자의 경우 1985년에 기혼여성이 미혼여성의 수를 압도하였고, 1998년에는 기혼여성노동자들이 제조업 생산직의 주력군이 된 것을 알 수 있다(한국여성개발원, 1999).
② 제도의 변화
미혼뿐만 아니라 기혼여성노동력의 수요 증가라는 노동환경의 변화와 여성노동자의 노동시장 참여 증대에도 불구하고 여성노동자는 노동현장에서 남녀차별적인 상황에 놓여있었고, 1980년대 중반까지는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신경아, 2007).
그러나 한국정부는 1975년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해’를 접하면서 여성지위향상에 대한 국제적인 자극을 받기 시작하였다. 1985년 여성단체들이 연합하여 ‘25세 조기정년제 철폐를 위한 여성단체연합회’를 구성하고 여성노동자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하였다(김영란, 2004).
이렇게 변화된 사회적 분위기와, 새로운 노동력 확보라는 정부와 기업의 실제적인 요구, 그리고 유엔 세계여성의 해 10주년 이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을 눈앞에 둔 정부에 대한 국제적인 외압 속에서 ‘남녀고용평등법’이 1987년 10월에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입법사상 처음으로 남녀평등만을 위해 제정된 대한민국 최초의 단행법률로서 사업주에게 근로여성을 위한 육아휴직제도와 수유·탁아 및 육아시설의 설치를 의무화하여 여성이 육아로 인해 취업을 중단함이 없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였다.
그러나 남녀고용평등법의 제정안 및 1차 개정안(1989년 4월)까지는 육아휴직은 모성보호에 대한 한 부분으로 보고 있어 전통적인 성역할분업의 사고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2차 개정된 안(1995년 8월)에서는 남성근로자도 육아휴직을 청구할 수 있게 하였으나 근로여성을 대신한 배우자인 근로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성역할분업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김영란, 2004).
(3) 제3시기(1990년대 중후반~현재)
① 노동환경의 변화
한국 사회는 1990년대 이후 경제 구조가 서비스 산업경제로 급격하게 재편되면서, 서비스 산업을 포함한 3차 산업 부문이 확대되었다. 따라서 여성노동력도 생산직의 비중이 감소한 반면 전문직과 서비스직이 크게 늘어나 2004년 전체 여성취업자 중 3차 산업 종사자는 73.5%, 2009년에는 78.9%를 차지하였다(통계청).
여성취업인구 중 전문직의 비중도 80년 3.6%였던 것이 90년에는 7.7%로 두 배가 되었고, 2000년대 초에는 13%를 넘어섰다(신경아, 2007). 서비스 산업으로의 재편과 여성취업의 고취와 더불어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의 기조 하에 성장을 거듭한 한국 사회는 1995년 OECD 가입과 함께 급속한 세계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나 1997년에는 경제위기를 계기로 정부는 그 이전 신자유주의적 발전국가의 역할, 즉 시장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개입 정책을 수정하기에 이르렀다(안승국, 2009).
그러나 구조조정과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실업률을 제어하는데는 효과가 있었지만, 중산층이 무너지고 대신 비정규직 일자리가 증가하면서 빈곤한 남녀노동자를 양산하게 되어 신빈곤층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남성의 1인 임금 으로는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기 어렵게 되었고, 기혼여성도 생계를 위해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즉, 이 시기 여성들의 취업 증가는 여성들의 학력이 신장하면서 직업의식이 향상된 것에도 이유가 있지만,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인해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면서 남성부양자의 역할과 규범이 취약해지는 가계 경제적 상황과도 직결되어 있었다(김혜경, 2007).
② 제도의 변화
1998년에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여성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고, 여성부가 신설되고 여성관련 법과 제도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였다.
그 결과 1999년에 신인사제도와 간접차별의 개념을 도입하여 노동시장에서 기회의 평등을 확대하는 한편 처음으로 성희롱을 공식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남녀차별의 한 방법으로 인식한 제3차 남녀고용 평등법 개정안이 의결되었다(김영란, 2004).
남녀고용평등법은 여러 차례 개정 과정을 거쳐서 8차에 이르러 일 중심에서 가정과의 균형을 중시하는 근로자들의 의식변화에 대응하고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참여를 위하여 일·가정 양립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법 제명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로 수정하였다(박선영 외, 2009).
이와 같이 남녀고용평등법은 여성노동환경뿐만 아니라 가족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고 있고 이러한 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정되고 있다. 이렇듯 제도는 세계화되어 앞서가고 있지만, 현실에서의 실효성에는 여전히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과 일·가족 양립정책은 대부분 대기업에 안정적으로 고용된 정규직 노동자들이 수혜자가 되는 현실이어서, 사각지대에 있는 자영업과 비정규직 여성들의 일·가족 양립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마경희,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