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이 우리나라 전통 음식문화와 어우러져서 형성된 독특한 음식문화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채식문화가 발달하고 산채류를 활용하였다. 우리나라는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농사를 짓는 가축을 귀하게 여겨서 자연히 육식을 절제하게 되었으며, 더불어 스님들이 채식문화를 주도하였다.
산이나 들에서 나는 제철의 나물들을 국·무침·쌈 등으로 먹고, 그대로 말리거나 소금물에 데쳐서 말린 다음 가루를 내어 쓰기도 하였다. 대표적인 것으로 개미취·수리취·더덕·잔대순·다래순·각종 버섯류 등이 있다.
채식은 불상생계를 지키기 위한 음식문화의 요소도 있지만 동시에 음식과 성품의 상관성이 높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다. 동물을 희생하여 만든 육식을 오래 섭취한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성격이 거칠고 포악해질 수 있으며, 화를 잘 내고 스스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나쁜 성격을 갖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이러한 성품을 순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정물을 소재로 한 무정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무정식품은 주로 채소를 중심으로 한 채식이 중심이 되었으며, 육식을 통해서 섭취해야 하는 단백질은 콩을 비롯한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하게 된 것이다.
사찰에서 두부 및 콩요리를 많이 먹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둘째, 튀각류, 부각류 등이 개발되었다. 음식재료가 식물성 식품으로 제한되었기 때문에 채소를 이용한 여러 음식을 개발하고자 하였으며, 이에 부족한 열량과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다양한 튀각과 부각이 발달하였다.
셋째, 저장음식이 발달하였다. 겨울을 나기 위하여 제철이 지났어도 필요한 영양소를 다양한 방법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저장음식이 개발되었다. 겨울철 음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에 사찰에서는 다양한 발효식품들을 활용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저장식품으로는 김치, 된장·고추장·간장 등의 장류, 장아찌류 등이 있다. 특히, 절에서 담가 먹었던 김치는 파, 마늘, 젓갈을 넣지 않고 된장이나 간장으로 맛을 내는 등 속가의 김치와는 맛과 그 종류에서 큰 차이가 있다.
넷째, 다양한 약용식품을 섭생하는 방법이 강구되었다. 속가와는 달리 사찰음식에는 약용식품을 많이 활용하였다.
산초열매장아찌, 재피잎장아찌, 참죽장아찌, 자반, 씀바 귀김치, 고수나물, 무청, 머위잎쌈, 머위잎볶음, 더덕구이, 버섯구이, 도라지나물, 고사리나물, 각종 쌈, 쑥튀김, 도토리묵, 촛잎·망초·두릅·다래순·엉개나물 등 다양한 산나물 무침이나 전, 송차, 칡차, 마가목차, 녹차, 감잎차, 방아잎떡, 그 외에 다시마, 질 경이, 명아주, 비름나물, 소리쟁이, 얼레지, 양하, 신선초, 재치 등으로 만든 음식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다섯째, 일반조미료나 화학조미료를 대체할 수 있는 천연조미료가 개발되었다. 천연조미료로 사용되었던 식품에는 버섯가루, 다시마가루, 재피가루, 다시마물, 버섯물, 재피잎, 방아잎, 들깻가루, 들깨국물, 날콩가루, 참죽순 말린 것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처럼 불교는 장기간에 걸쳐 우리나라 식생활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쳐 왔고, 우리 민족은 불교문화 중 그 장점은 적극 도입하면서도 고유의 것은 어느 정도 유지함으로 써 불교를 우리 문화 속에 합리적으로 융화시켜 왔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