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한반도에 전래되면서 그에 따라 불교음식도 유래되었고, 이는 고유한 우리나라 전통음식과 만나 발달하게 되었다. 초기 불교의 수용은 왕실에 의해서였고, 따라서 궁중음식과 사찰음식이 함께 어우러져 발달하였다. 사찰음식은 그 사회의 문화적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삼국시대 불교가 전래된 이후 살생을 금지하는 계율에 의거하여 채식 위주의 사찰음식이 많이 발달하였다. 고려시대 불교가 더욱 융성해지면서 식물성 식품을 맛있게 먹는 법을 연구하다 보니 기름과 향신료 이용이 많아졌다.
육식을 절제하는 계율을 바탕으로 쌈·국·무 침 등 채소 음식과 특히 채소 저장음식인 절임, 침채류가 개발될 수 있었다. 또한 밀가루나 쌀가루를 기름, 꿀, 술로 빚어 기름에 지지고 튀기는 유밀과가 유행하였으며, 이는 불교의식 중에서 헌다의식의 발달과 더불어 다과문화로 발달하였다.
조선시대에 들어서 유교가 숭상되면서 불교의 차문화는 쇠퇴하였으나 여전히 식생활문화는 불교의 것을 그대로 따르는 경향이 많았다. 사찰음식의 특징은 우유 및 유제품을 제외한 일체의 동물성 식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술과 오신채(五辛菜)라고 하는 다섯 가지 매운맛을 내는 채소인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를 금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동물성 식품을 금하는 이유를 대승경전인《열반경(涅槃經)》(동국역경원, 1986)에서 는 ‘육식이 자비의 종자를 끊는 것’이라고 하였고,《능가경(楞伽經)》(신성현, 1994)에서 는 ‘옛날부터 반복되어 온 윤회 속에서 부모, 형제, 남녀권속과 친구, 모시는 이와 부리는 이가 생을 바꾸면서 새와 짐승의 몸을 받았는데 어떻게 그들을 먹겠는가’라고 하여 금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교도가 받는 기본계인 5계 가운데 첫 번째 계율이 불살생계로 육식은 반드시 살생을 동반하여야 하므로 불교를 열심히 공부하는 스님이나 신도는 육식을 하지 않는다. 또한 술을 금하는 이유로는 술에 취하는 것이 모든 죄의 근원이 되며, 지혜의 종자를 끊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오신채에 대하여《범망경(梵網經)》에서는 이러한 다섯 가지 식품은 익혀 먹으면 음욕을 일으키고, 날것으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을 증대시킨다고 하여 수행에 방해가 됨을 지적하였다.
조리방법도 간단하여 주재료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리도록 양념을 제한하고 있으며 화학 조미료 대신 다시마, 버섯, 들깨, 날콩가루 등의 천연조미료를 사 용하여 음식의 맛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 또한 산중의 약용식품을 자주 이용하므로 사찰음식은 상당한 약리적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사찰에서는 음식을 만드는 일이 수행자의 한 과정으로 간주되며 이때 삼덕(三德)이라 하여 정결, 경연, 여법의 세 가지 덕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한다. 정결함이란 청정한 채소를 이용하는 것으로 인공조미료나 방부제가 들어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부드러운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며, 오히려 단단한 음식이 바른 음식인 것으로 인식 하는 것이 경연함이다. 이는 섬유소가 많은 단단한 음식을 어떻게 입에 맞게 부드럽게 조리할 것인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의미한다고 한다.
여법이란 불법(佛法)에 의거한 바른 생활을 의미하는 것으로 조리에 있어서 양념을 할 때 단 것, 짠 것, 식초, 장류 순으로 넣고 그 양도 적당히 골고루 넣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삼덕을 우리의 식생활에 연관지어 보면, 자연식품을 이용하고, 가급적이면 간결한 조리과 정을 이용하여 자연식품의 맛과 영양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