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식조리법의 일반적 특징
한식의 조리를 위해서는 다듬고 씻고 자르는 등 기본 조리조작이 필요하며, 되도록 한입 크기로 작게 썰어 준비해야 하므로 칼로 써는 동작이 많이 요구된다.
기본 조리조작은 성형, 수세, 침지, 절단, 마쇄, 혼합, 압착 등의 목적으로 다듬기, 빚기, 씻기, 누르기, 말리기, 우려내기, 불리기, 담그기, 절이기, 썰기, 찢기, 갈기, 찧기, 빻기, 으깨기, 섞기, 짜기, 굳히기 등의 방법이 있으며, 이는 조리준비과정으로서 음식에 따라 재료를 다루는 과정을 말한다.
(2) 비가열 조리방법
열을 가하지 않고 조리하는 방법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술이나 젓갈, 장, 김치 등을 만들 때 ‘띄우다’, ‘삭히다’라고 표현하는 발효법이다.
곡물에 누룩이나 맥아를 물에 풀어 섞어 만든 술이나 식혜,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소금물을 부어 만든 장류, 생선에 곡물을 섞거나 그대로 삭혀 만든 식해나 젓갈류, 채소를 소금에 절여 담근 장아찌류나 김치류 등의 조리법은 미생물에 의한 효소작용으로 각종 아미노산과 젖산, 알코올을 생성하게 하여 독특한 식미와 질감을 갖게 한다.
또한 음식 중에 생채, 무침, 쌈처럼 ‘무치거나 버무리기, 싸기’와 같은 조리과정으로 음식을 완성하는 방법을 말한다.
(3) 가열 조리방법
① 습열조리법
■ 물의 매개가열 : 조리 시 물과 함께 가열하는 조리법으로 조리에 사용한 물을 모두 사용하는 ‘짓기, 쑤기, 조리기’와 조리 후 물을 버리는 데치기, 삶기 등이 있다.
조리시 간에 따라 식품의 질감과 연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밥, 국, 찌개, 나물, 찜 등 한국음식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조리법으로 육류지방의 섭취량을 최소화하고 채소의 부피를 적게 하여 많이 섭취할 수 있으며, 전분의 충분한 호화를 돕는 장점이 있다.
‘쑤기’는 곡식의 낟알이나 가루를 오랫동안 끓여 호화시켜 죽, 풀, 또는 묵이 되도록 하는 조리법이다. 데치기는 끓는 물에 채소 등을 잠시 넣었다가 꺼내 살짝 익히는 것으로 ‘튀하다’, ‘토렴하다’라는 용어와 의미가 유사하다.
특히, 토렴(退 染)은 밥이나 국수 등에 더운 국물을 부었다가 따라내어 덥히는 것을 말하는데, 경상도와 제주도 등에서 꿩이나 쇠고기, 채소 등을 끓는 물에 살짝 넣었다가 익혀 먹는 것으로서 샤부샤부의 우리말이라 할 수 있다.
■ 수증기 매개가열 : 수증기를 이용하여 찌는 방법으로 음식의 맛과 향, 모양을 최대한 유지하는 장점이 있어 모양을 살려야 하는 고급스러운 음식을 만들 때나 음식을 재가열할 때 사용하며 이와 같은 조리법을 이용한 음식에는 선, 찜, 찌는 떡 등이 있다.
② 건열조리법
■ 공기 매개가열 :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굽는 방법으로 팬을 이용하거나 석쇠나 불에 직접 굽는 직화구이가 있다. 팬에 녹차잎을 볶거나 기름 없이 참깨나 곡물을 볶는 방법으로 육류나 어류는 간장양념이나 소금에 재워두었다가 석쇠에 직접 굽는 직화구이를 말한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대체적으로 꼬치에 꿰어 굽는 것을 적(炙)이라 분류하였고 직화로 굽는 것을 구이(灸)로 분류하고 있다. 석쇠에 올려 불 위에서 직접 굽는 갈비구이, 너비아니, 조개구이, 조기구이 등은 열에 의하여 식육 표면의 단백질이 응고되어 내부 육즙의 용출이 적으며 캐러멜화가 되어 특유한 풍미와 맛이 있다.
특히, 너비아니의 원조이며 고려시대 개성지방의 명물이었던 설하멱(雪下覓) 혹은 설야적(雪夜炙)은 고기를 석쇠에 구워 눈이나 냉수에 담갔다가 유장을 발라가며 다시 굽기를 두세 번 반복한 것으로 고기를 부드럽게, 지 나치게 타지 않게 익히는 조리법이다.
《음식디미방》에 소개된 가지누르미, 동아적 조리법에 ‘셜야 꿰듯이 하여’라는 설명이 있는데 조선시대에도 설하멱과 같은 조리법이 일반적이었다.
또한《규합총서》에는 ‘정한 백지에 물을 적셔 고기를 싸 틈 없이 하여 구워 반만 익거든 종이를 벗기고 기름장 발라 쓰라’고 기록되어 한지를 물에 적셔 재료를 싸서 굽거나, 한지를 물에 적셔 석쇠 위에 올려놓고 재료를 구웠다.
또한 닭이나 오리에 통째로 진흙을 발라 모닥불에 굽는 방법도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조리방법으로, 이들 조리법은 간접구이와 직접구이의 중간 형태로 재료를 태우지 않고 익힐 수 있는 좋은 구이방법이라 할 수 있다.
■ 유지 매개가열 : 기름을 사용하여 가열하는 방식으로 소량의 기름을 사용하여 볶거나 부치거나 튀기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는 기름이 귀한 편이었으므로 기름으로 익히는 전과 누름적, 유밀과, 유과 등은 일상식보다는 혼례, 회갑, 생일상 등 잔칫상 이나 제사상에 빠지지 않고 꼭 오르는 음식이었다.
‘지지기’는 유밀과, 부각 등 비교적 많은 기름을 사용하여 익히는 조리용어였으나 1948년 우리 음식, 1940년 말 가정요리 이후의 조리서에서부터 ‘튀기기’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지지기’는 ‘부치기’와 같은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다.
(4) 조리방법에 따른 음식의 분류
한식의 명칭은 된장찌개, 갈치조림, 갈비찜 등의 예와 같이 재료명과 조리법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짓기, 쑤기, 볶기, 부치기 등 조리법을 중심으로 음식을 분류하면 주식으로는 밥, 죽, 미음, 응이, 국수, 수제비, 만두, 떡국류, 부식으로는 국·탕, 찌개, 전골, 나물, 쌈, 적, 구이, 전, 조림, 초, 볶음, 선, 찜, 회, 무침, 포, 부각, 튀각, 순대, 편육, 족편, 젓갈, 식해, 장아찌, 김치류, 기호식 혹은 후식으로는 떡, 과정류, 음청류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그중 누르미의 조리법은 현재 변형된 형태이며《음식디미방》에 기록된 대로 밀가루, 간장, 참기름을 섞어 즙을 만들어 고기 등의 재료를 썰어 넣고 걸쭉하게 끓인 음식(개장국누르미) 또는 밀가루에 참기름, 후추, 천초, 생 강가루 등을 넣고 걸쭉하게 즙을 만들어 꼬치나 적에 뿌리는 음식(개장꼬치누르미)이다.
가지누르미, 석화누르미, 동아누르미, 대구껍질누르미, 적란누르미 등은 1800년대 이전의 조리서에 있는 누르미로 적을 구운 후 걸쭉한 밀가루즙을 뿌리는 음식이었 나 이후에 등장하는 사슬누르미, 잡누르미, 화양누르미 등은 밀가루즙을 발라 굽는 현재의 누름적 형태로 변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