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미국에서 한국음식의 인지도가 중국이나 일본, 태국, 혹은 베트남에 비해서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미국인의 식품 소비 패턴이 건강과 기능식 위주로 변하고 이로 인해 아시아계 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등 미국의 식품시장의 여건 변화는 한식이 보편화될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고 본다.
아시아계 식품에 대한 수요의 증가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이들 식품의 수입이 증가될 수밖에 없다. 그림 3-2와 같이 미국의 한국식품 수입이 1998년 이후 완만하지만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시아 주요 국가 농산물의 미국시장 진출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의 경우는 2000년에서 2004년 사이에 196백만 달러에서 306백만 달러로 증가하였지만, 중국은 같은 기간에 2,143백만 달러에서 4,668백만 달러로 2배 이상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김재수, 2005).
또한 그림 3-3과 같이 미국의 전반적인 ‘소비자 즉석식품(consumer-ready products)’의 수입량이 1998년에서 2007년까지 약 40조 달러에서 70조 달러로 1.8배의 증가한 것과 비교해 보면 앞으로 한국식품의 미국 수출 증대를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편, 농수산물 무역정보에 따르면 한국 농수산물의 미국수출은 2004년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 2008년에 399.5백만 달러, 2009년 11월 기준 412.4백만 달러를 기록했다(Korea Agricultural Trade Information, 2009).
물론, 한국식품의 미국 수출량은 중국이나 태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출량이지만 미국에서 한식의 보편화 가능성은 낙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로, 첫째, 앞서 언급했듯이 뉴욕 타임즈나 미국 국영방송인 PBS 같은 미디어 들, 그리고 ‘미국 레스토랑협회’, ‘R&I’s’ 혹은 ‘Gourmet’ 같은 미국의 음식 관련 미디어나 저널들이 한국음식을 건강식으로 소개하면서 한식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미국의 건강잡지 ‘Health’는 2006년 3월호에서 한 국의 김치를 ‘소화 기능을 증진하고 유산균과 섬유소 및 비타민 C가 많은 건강식’으로 소개하였고, 일본의 콩 제품, 스페인의 올리브유, 그리스의 요구르트, 인도의 렌즈 콩과 함께 한국의 김치를 세계 5대 건강 식품으로 선정했다.
둘째, 미국의 한국 슈퍼마켓뿐 아니라 미국 슈퍼마켓 체인점에도 한국식품들의 진출이 증가하고 있다. 종가집김치는 2003년부터 미국의 한국 슈퍼마켓은 물론 미국 슈퍼마켓에도 진출하고 있고, 동원김치는 한국 슈퍼마켓 체인인 H마트와 독점 계약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라면은 미국인들뿐 아니라 미국에 거주하는 다른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아 농심 제품은 미국 최대 규모의 식품체인점인 ‘세이프웨이 (Safeway)’의 미국 전역 2,800개의 매장에서 직판되고 있으며 특히 매운 면류를 즐겨 먹는 히스패닉에 의해 코스코에서 농심 사발면에 대한 구매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건강식으로 두부, 두유, 소이버거와 소이버터가 인기 있고, 기능식으로 인삼 제품, east-to-prepared 식품으로 햇반, 가공 완제품인 전주비빔밥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불고기에 대한 욕구로 인해 불고기 양념소스에 대한 구매력도 상당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김재수, 2005).
셋째, CJ, 농심, 풀무원 같은 한국의 식품업체들이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 또한 한식의 보편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실질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교민 사회를 중심으로 라면을 수출해 온 농심이 2004년 ‘농심 아메리카’라는 브랜드로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설립하였고, 신동엽 농심아메리카 상무보 대우는 “아시아와 중남미계, 미국 현지인들로 소비층이 늘어나면서 수출 물량도 크게 증가해 현지 생산 필요성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또한 1995년 로스앤젤레스에 두부공장을 만들어 미국 사업에 뛰어들었던 풀무원 USA는 2002년 뉴욕공장, 2003년 로스앤젤레스에 제3공장을 완공하였고 2002년 이후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 풀무원 두부의 성공 비결은 두부소시지, 두부스테이크처럼 미국인 기호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탄탄한 유통망을 확보한 데 있다(한겨레신문, 2004).
CJ 는 미국에서 인수합병(M & A)과 외식산업 수출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2007년 9월 20일자 한국일보의 경제 한류 기사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2004년 5월 미국 LA에 CJ푸드빌의 베이커리 브랜드인 뚜레쥬르가 1호점을 열고 현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를 시작했으며, 2005년 5월에는 현지에 생지(베이커리 반죽)공장 가동을 시작했 다. 같은 해 8월에 LA에 2호점을… 미국에서는 현재 LA지역 5개 점포에 이어 애틀랜타에 2개 점포를 열었다.
CJ측은 올해 안에 미국 10호점까지 오픈할 계획이다. CJ는 또 2005년 말 미국 현지 식품회사인 ‘Annie Chun’을 인수했다.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Annie Chun’은 한국계 미국인이 설립한 회사로 규모는 작지만 최근 미국 식품시장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은 ‘내추럴 푸드(일체의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 식품)’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급성장하고 있는 회사다.
2006년 11월에는 미국 냉동식품 업체인 ‘Omni’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미주지역 시장을 공략할 발판을 마련했다. ‘Omni’는 1985년에 설립된 회사로 미국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만두 및 면류, 냉동밥, 육가공 제품 등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CJ는 ‘Omni’ 인수를 통해 보다 공격적인 미국시장 공략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CJ가 1997년부터 기내식으로 공급하기 시작한 햇반을 통해 한국 고유의 메뉴인 ‘비빔밥’을 외국인에게 선보인 것은 한국의 식문화와 맛을 세계인에게 알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2007년 4월부터는 생식용 두부 ‘행복한 콩 모닝두부’를 기내식으로 납품하고 있고 이 또한 외국인들에게 건강식의 하나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같이 식품회사들의 미국 현지 법인은 이전의 한인 위주의 사업을 넘어서 본격적인 미국시장 진출을 통해 미국에서 한식의 보편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