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생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의 초점이 개별 영양소나 식품이기보다는 전반적인 식생활인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또 건강을 위한 식생활에 관한 지침도 대부분 건강한 식사 구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대중매체에 소개되는 정보들은 아직도 개별 영양소나 식품에 관한 소개가 많다.
어느 질병에 좋다고 매체에 소개된 식품이 다음 날이면 시장에서 동이 난다는 이야기는 이미 많은 사람들을 통해 되풀이된 이야기 이다. 특정 영양소나 식품의 좋은 점 또는 나쁜 점이 소개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해당 식품의 구매나 거부 반응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게다가 무엇을 먹고 병이 나았다, 건강 증진을 위해 나는 매일 이것을 먹는다 등의 내용이 대중매체에 거의 매일 소개되고 있어서 이제는 그 많은 정보 속에서 적절한 것을 취하는 것 자체도 만만치 않은 일이 되어 버렸다.
믿을 수 있는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들이 뒤섞여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상황은 오히려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 걱정, 화, 공포, 무관심 등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세상에는 좋은 식품, 나쁜 식품, 좋은 영양소, 나쁜 영양소는 없다. 하나로서 완전한 식품이나 식품군은 없으며 반대로 완전히 건강에 해를 끼치는 식품이나 식품군도 없다. 즉, 태생적으로 좋거나 나쁜 식품을 지목할 수 없다.
식품은 저마다 다양한 영양소 구성을 하고 있으며 먹는 것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장기간 특정 식품이나 식품군만을 많이 먹거나, 반대로 피한다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는 건강에 좋은가 나쁜가만 따져서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맛, 기호, 몸의 생리적 상태, 심리적 상태, 시간, 생활방식, 경제적 문제, 환경 등 매우 복합적인 요인들이 함께 관여한 결과로 식품을 선택한다.
또한, 식품 선택을 한 가지, 한 번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 여러 번 한다. 그 결과 우리는 매일 여러 식품의 조합인 ‘식사’를 하며 살아있는 동안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따라서 자신의 에너지 필요수준 내 에서 전반적으로 건강한 식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그런 건강한 식생활은 평생 지속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식생활은 평생 영위하는 것이기 때문에 꾸준히 지속할 수 있도록 실천하는 것이 쉽고 먹는 즐거움도 보장해줄 수 있어야하기 때문 이다.
최근에는 이를 반영하여 전반적인 식생활이 어떤가에 따라 질병에 걸릴 위험이 낮아 지거나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개별 영양소나 식품 섭취량은 다른 영양소나 식품 섭취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건강지표에 영향을 줄 만큼 사람들 간의 영양소 섭취량의 차이가 크지는 않다.
즉, 개별 영양소나 식품의 섭취량의 차이가 건강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통계적으로 결론을 내릴 만큼 충분히 크지 않다는 것 이다. 따라서 특정 영양소나 식품의 섭취와 질병과의 관계가 뚜렷하게 파악되지 않는 경 우가 많다.
그래서 특정 영양소나 식품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전반적인 식생활과 질병 과의 관련성을 보기 위한 연구 방법이 사용되어 왔으며, 이런 연구를 식사패턴 연구라고 한다. 식사패턴을 연구하는 방법 중 하나는 미리 정의된 기준을 얼마나 잘 따르는 식사를 했는지를 점수화하여 연구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수집 된 과학적 증거와 현재의 영양학 지식 또는 이론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식사 지침이나 권장 사항을 지키는 정도를 점수화하여 어떤 지수index를 만든다. 이런 방법은 이론적 으로 이끌어낸 식사패턴 평가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경험적으로 이끌어낸 식사패턴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미리 건강한 식사 패턴을 설정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다변량 통계 기법을 이용하여 실제 사람들이 섭취하는 식사 내용으로부터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식사패턴을 추출하는 것이다13).
즉, 미리 정의된 기준은 없고 지금 분석하는 식사 자료로 부터 여러 가지 식사패턴을 도출해보는 경험적인 방법이다. 이렇게 사람들의 식생활 조사 자료를 분석하여 도출한 식사패턴과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 간에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다수 발표되었다.
최근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 과일, 계란, 생선, 우유의 섭취가 많은 ‘건강 한국식’패턴이 대사증후군 위험이 낮은 반면 육류와 주류 섭취가 많은 ‘고기와 알코올’패턴이 대사증후군 위험이 높았다는 보고가 있었다14).
30~79세 여자 4,984명의 식품섭취빈도조사 자료로부터 요인 분석을 이용해 도출한 식사패턴 연구에서는 건강식 패턴을 따를수록 특히 폐경 이후 여성에서 대사증후군 위험이 낮았다15).
한편, 2001, 2005 국민건강영 양조사에 참여한 19세 이상 9,850명의 자료로부터 요인 분석을 실시하여 4개의 식사 패턴을 도출하였는데,
이 중 곡류, 채소류, 생선류의 섭취가 높은 식사 패턴이 대사증후군, 고중성지방혈증의 위험이 낮은 것과 관련 있었고, 반면 고기와 알코올 섭취가 높은 식사 패턴은 고중성지방혈증 위험이 높은 것과 관련이 있었다16).
20세 이상 성인 남녀 40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쌀밥과 김치를 특징으로 하는 패턴과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양의 연관성을 보인 반면, 과일 및 유제품의 섭취를 특징으로 하는 ‘과일 및 유제품’패턴은 고혈당, 고중성지방혈증 및 대사증후군과 음의 연관성을 보였다17).
종합하면 여러 식품군을 고루 적정량 섭취하는 식사패턴, 부족하게 섭취하기 쉬운 과일과 유제품을 적정량 신경 써서 섭취하는 패턴이 대사증후군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며 고기와 알코올 섭취를 주로 하는 식사패턴은 대사증후군 위험을 높인다고 요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