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식동원(藥食同源)
한국 음식의 건강성을 잘 나타내 주는 말로 ‘약식동원(藥食同源)’이 있다. 약식동원이란 인간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약(藥)과 음식(食)이 그 근원이 같다는 개념이다. 최근 들어 한국 음식의 우수성 중 건강식임을 표현해 주는 키워드가 바로 이 약식동원이다.
이 말은 우리 조상들의 음식철학을 나타낸 것으로 오늘날 약식동원이라 하면 의약이나 음식이 다 사람의 몸을 보하는 동일한 원천이라는 의미이다. 서양에서 발달되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식사요법이라는 학문은 환자의 영양관리를 통하여 질병의 치료와 회복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 들어 잘못된 식습관에 의한 만성질환이 증가하면서 질병예방 차원에서의 식사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어 식사요법은 중요한 학문이 되었다. 서양에서는 주로 질병치료를 위해서 약을 사용하는데 이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원인을 찾아 집중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인 약을 처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약이나 수술을 중심으로 한 치료법에 덧붙여서 사용되는 방법이 식사요법이다. 이 방법은 영양관리를 통한 질병의 치료나 회복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서구 의학에서 식사요법은 어디까지나 약이나 수술 등의 치료법을 보조하는 것이지 치료의 중심에 있는 방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쉽게 말해 아프면 음식보다는 우선 약을 먹어서 치료하고자 하였다. 반면, 우리는 다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건강이 좋지 않다고 느껴지면 우선 몸에 좋은 것부터 챙긴다. 이 몸에 좋은 것이 대부분 음식이다. 그래서 오랜 세월 먹는 것이 병 치료의 중심을 차지해 왔다.
서양과는 다른 치료에 대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식료찬요』는 바로 이러한 우리의 음식에 대한 생각을 실천에 옮긴 책으로 이미 1400년대 중반 조선 초기에 세종, 문종, 세조의 3대에 걸쳐 어의를 지낸 전순의에 의해 발간된 귀중한 책이다.
이 책은 여러 책에서 그 존재만 알려졌을 뿐 발견되지 않다가 최근에 나타났다. 현재는 농촌진흥청에서 한의학자인 김종덕선생에 의한 번역본이 출간되어 귀중한 자료 역할을 하고 있다.
♣ 『식료찬요(食療纂要)』에 대하여
『식료찬요』는 조선 시대의 어의인 전순의가 일상적으로 쓰이는 음식 치료법으로 간편한 처방을 모아 45문을 만들어 쓴 책이다. 이에 세조가 직접『食療纂要』라 이름을 내리고 전순의에게 서문을 쓰라고 명하여 세조 4년(1460) 11월에 완성된 책이다.
□ 『食療纂要』 서문
人之處世 飮食僞上 藥餌次之 雖日如此 風寒署濕 禦之以時 飮食男女 節之以限 病何由生 然戒四時失序 平日尙小 亂日尙多 豈無入感乖辰之氣平逢以 古入立方 先用食療 食療不愈 然後藥治 且云 將食得力 太半於藥 又日 治病 當以五穀 五肉五果五 菜治之 奚在於枯草死木之根菱哉 此古人治病 必以食療爲先 可知矣 恭惟我聖上祖述農黃岐扁之妙 常(依) 審恤民瘍病之苦 每救諸醫不用食治之法 此醫家之所不忘也 雖然 臨病忿努遽之際 難考諸方 故臣以食醫心鑑 食療本草 補關食療 大全本草 等方 考選常用食治簡易之方 爲四十五門以進 賜名日 食療繁要 仍命序之 又敎曰 是方之中 所用穀 肉菜果 雖是恒食之物 名寶互素 恐其舛訛 故各門物類之下 或附以正音 使入入見之了然 用之無殘 于以見聖上博施濟衆 之道 至矣盡矣
□ 『食療纂要』 서문 의역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음식이 으뜸이고 약이藥餌가 다음이 된다. 시기에 맞추어 풍한서습風寒署濕을 막아주고 음식과 남녀 간의 관계를 한도가 있게 절제한다면 병이 어떤 이유로 생길 수 있겠는가.
그러나 간혹 사계절이 순서를 어겨 이상기후가 있으며, 평일平日(평온한 날)이 오히려 적고 난일亂日(어지러운 날)이 오히려 많으면 비정상적인 기운에 감응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고인古人이 처방을 내릴때는 먼저 식품으로 치료하는[食療] 것을 우선하고, 식품으로 치료가 되지 않으면 약으로 치료한다고 하였다.
또한 식품에서 얻는 힘이 약에서 얻는 힘의 절반 정도가 된다고 하였다. 또 말하기를 병을 치료할때는 당연히 오곡五穀·오육五肉·오과五果·오채五菜로 다스려야지, 어찌 마른 풀과 죽은 나무의 뿌리에 치료방법이 있을 수 있겠는가! 이것으로 고인이 병을 치료할 때 반드시 식품으로 하는 것을 우선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삼가 우리의 성상께서 신농神農, 황제黃帝, 기백岐伯, 편작扁鵲의 훌륭함을 서술하여 밝히시고 항상 백성들이 겪는 질환의 괴로움을 애통하고 불쌍하게 여기셔서 매번 여러 의원이 식품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쓰지 않는 것을 구원하려고 하시니 이것은 의가醫家들이 잊어서는 안 되는 바이다.
그러나 질병이 악화되는 때에 임하여 여러 처방을 꼼꼼히 살펴보기 어렵기 때문에 신臣이 식의심감食醫心鑑, 식료본초食料本草, 보궐식료補闕食療, 대전본초大全本草등의 방서方書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음식 치료법으로 간편한 처방을 꼼꼼히 살펴보고 뽑아 45문門을 만들어 바치니, 임금께서 식료찬요食療纂要라 이름을 내리시고 이어 다시 서문을 쓰라고 명하셨다.
또한 교서에 이 방서에 사용된 곡식, 고기, 채소, 과일이 비록 항상 먹는 것이라 하여도 그 이름과 실상이 서로 어긋나서 와전될까 걱정되기 때문에 각 문의 식품 이름 아래에 혹 정음正音을 달아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사용할 때 분명하게 의심된 바가 없게 하도록 교시하였다. 여기에 성상께서 널리 베풀고 민중을 구제하고자 하는 도道가 지극하고 극진함이 드러난다.
즉, 이상의 서문에서 보듯이 『食療纂要』는 식이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실용적인 조문만을 모아 간편하게 찾도록 저술된 책이다. 따라서 현존하는 고서 가운데 최고의 식이요법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