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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조리서 이야기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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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5. 내용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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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판본별 서술 방식의 변화

표준어가 한글학회에 의해 제정되면서 판본에 따라 표기법의 차이를 보이나, 『조선요리제법』은 모두 순한글로 작성되었다. 단, 『조선요리제법』은 판본 수가 많은 편에 속하며, 판본 별로 수정이 많았다. 이 때문에 『조선요리제법』의 서술법은 판본 별로 차이가 크다.

게국은 맑은 장국에 끓이는 것인데, 먼저 게를 물에 넣고 솔로 문질러 정하게 씻어서 발은 끝으로 두 마디씩은 잘라버리고, 남은 다리와 배딱지를 떼어 먼저 장국에 넣어 끓이고 등딱지 속에 있는 살(게장)은 다 긁어내어 그릇에 담아놓고 고기와 두부를 잘게 이겨 함께 담은 후, 갖은 고명을 치고 한참 주물러서 이것을 게딱지에 다시 담되 꼭꼭 눌러 쏟아지지 않게 하여 놓았다가 장국이 팔팔 끓을 때에 쏟아지지 않게 가만히 넣어서 한참 끓여서 푸나니, 풀 때에도 쏟아지지 않게 한 개씩 떠내서 풀 것이니라.118)

(필자가 현대어로 번역)

위는 1918년판에 등장하는 ‘게국’의 요리법이다. 이는 이야기형 서술 방식을 취한 요리법의 형태이다. 현대의 요리법과는 매우 다른 양상으로, 용량의 규격이나 엄정한 순서에 따른 요리 방식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요리법의 아주 오래된 서술 형태로, 『산가요록』으로부터 초기 『조선요리제법』까지 모두 이런 형태의 요리법이 나타난다. 또한, 재료가 달리 표시되지 않으며 ‘이야기형 서술 방식’을 취한 요리법을 보고 요리를 실제로 만들 경우 요리 행위자는 재료와 순서를 스스로 다시 재구성하여 숙지해야 한다. 다음은 1921년판의 게국 요리법으로, 1918년판과 큰 차이점은 없으나 문구가 다소 수정되었다. 밑줄 친 부분은 1918년보다 추가된 내용을 가리킨다.

게국은 맑은 장국에 끓이는 것인데, 먼저 게를 정히 씻어야 하나니 물에 넣고 다리를 단단히 모아잡고 솔로 문질러 정하게 씻어서 발은 끝으로 두마디씩은 잘라버리고 배딱지를 떼어 다리채 먼저 장국에 넣어 끓이고 등딱지 속에 있는 해감 주머니는 빼어 버리고 살(게장)은 다 긁어내어 그릇에 담아 놓고 고기와 두부를 잘게 이겨 함께 담은 후 갖은 고명을 치고 한참 주무러서 이것을 게딱지에 다시 담되 쏟아지지 않게 꼭꼭 눌러 담아 가지고 알 씌워 지져서 놓았다가 장국이 팔팔 끓거든 쏟아지지 않게 가만가만히 넣어서 한참 끓여서 대접에 푸나니 풀 때에도 쏟아지지 않게 한 개씩 떠내서 풀 것이니라119)

(필자가 현대어로 번역)

이와 다르게 1931년 판의 게국 요리법은 『조선요리제법』 서술법이 영양학의 영향으로 인해 급격히 변화하였음을 보여준다. 현재의 요리법과 상당히 비슷한 구성으로, 재료-요리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요리 방식의 경우 여전히 기존의 요리법의 내용과 유사한 이야기형 요리법에 속한다.

재료(적은 게로 끓이면 세사람이 먹을수잇음)

게 열개, 게란 세개, 두부 二十五匁, 고기 百匁(八十匁는 이기고 二十匁는 장국에 널것), 깨소금 한숫가락, 물 두사발, 파 두뿌리, 밀가루 ⼗匁, 호초 조금, 간장 반종자

게국은 맑은 장국에 끓이는것이니 고기를 얇게 썰어서 국을 끓이고 게를 물에 넣고 한편쪽 다리를 단단하게 모두어 잡은후 솔로 문질러 정하게 씻고 발톱을 잘라버리고 다리와 배딱지는 떼어 먼저 장국 끓이는데 넣어서 끓이고 등딱지 속에 잇는 해감주머니와 뼈는 빼어버리고 게장(살)만 다 긁어내어 그릇에 담아놓은후 연한 살코기 팔십문(八十匁)를 잘게 이겨서 게장그릇에 함께 담고 두부는 보자에 꼭 짜서 물기 없이 하여서윽거서 우에 함께 넣고 파와 마늘 조금만 이겨 넣고 간장 한 숫가락쯤 치고 기름과 호초가루와 깨소금을 함께 넣고 잘 섞어서 게딱지에 가득히 담고 쏟아지지 않도록 꼭꼭 눌러가면서 담아가지고 밀가루를 묻히고 게란을 묻혀서 펄펄 끓는 장국에 한 개식 가만가만 넣어서 익인후 작은합에 담아 놓나니라120)

재료를 표기하는 방식으로 문(匁)이 등장하며, 문은 일본의 중량을 표기하는 방식으로 돈, 돈쭝의 별칭이다. 또한, 재료를 표기하는 데 있어 ‘적은 게로 끓이면 세 사람이 먹을 수 있음’이라는 것은 식사 구성원을 고려한 것으로, 인수(人數)를 고려하지 않았던 전통적인 방식과는 다르다.『조선요리제법』에 표현된 게국을 현재의 방식으로 표기한다면 다음과 같은 방식이 된다.

식재료: 게 100g, 생미역 100g, 물 1.2L(6컵), 국간장 2큰술

조리 방법:

1. 게는 연한 소금물에 담가 깨끗이 건져 놓은 다음 게를 절구에서 곱게 부숴 고운체에 내려 게즙을 낸다.

2. 미역은 깨끗이 씻어 적당한 크기로 썬다.

3. 게즙에 물을 부어 끓으면 미역을 넣고 국간장으로 간을 한다.121)

현재의 게국 요리법은 재료와 순서를 제대로 표기하여 요리 방식을 구분한 것이다. 재료의 손질법, 실제 요리하는 법 등을 요리 진행상황에서 구분을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조선요리제법』의 경우 이 재료순서나열형 요리법으로 바뀌어 가는 과도기의 단계에 속하며, 재료와 순서를 어느 정도 분리했다는 점에서 재료순서나열형 요리법의 초기단계로 간주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해방 이후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에서는 재료순서나열형 요리법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1930년대 이후의 매체에 등장하는 요리법이나 발행되는 요리책의 경우에도 근대 영양학의 영향을 받은 재료순서나열형 요리법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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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출처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한식진흥원 •전북음식플라자 •우석대학교 식품영영학 윤계순 교수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백두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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