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본 논문에서 다룰 이론을 조망하기 전에, 먼저 요리책이라고 하는 매체에 관해 1)요리책의 정의 2) 요리책의 유형을 개략하여 설명하도록 하겠다. 요리책의 정의로는 다음의 논의를 살펴볼 수 있다.
헨리 노태커(Henry Notaker, 1941~)는 단순한 요리법(recipe)의 형태로만 전해지던 문서가 일정한 형식을 갖추고 하나의 장르로 정립된 것이 요리책(cookbook)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구성 요소로 요리책이 정의될 수 있으나, 요리책의 요지는 요리법이며, 포함의 정도는 논의가 필요하다.
헨리 노태커는 3분의 2 이상이 요리법으로 된 책이 요리책이며, 적어도 4~50%에 해당되는 요리법 형태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45) 본 논문에서도 요리책은 요리법을 포함하고 있는 매체로 정의하며, 연구의 대상이 되는 요리책은 내용의 절반 이상이 요리법으로 구성되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즉 소설이나 민담에서 요리법이 등장한다고 해도, 음식관련 문헌으로 연구에 사용될 수는 있으나 이를 ‘요리책’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궁중음식 관련 문헌인 왕실 발기(─記)의 경우, 재료의 수량만이 표기될 뿐, 요리법이 서술되어 있지 않으므로 요리책의 범주에 포함되지 못한다.
또한 인쇄기술이 도입되고 불특정 다수의 독자가 생겨난 이후의 요리책은 독자들에게 요리를 가공할 수 있는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 즉 출판·인쇄문화가 자리 잡은 사회에서 요리책은 실용서의 범주에 속한다. 요리책의 목적 또한 요리법을 원하는 최소의 독자를 만족시키는 데 부합해야 한다.
요리책의 유형은 <그림 1>과 같이 1) 책의 형태 2) 표기문자 3) 포함된 요리법 4) 요리법의 서술형태 등으로 분류될 수 있다.46) 먼저 책의 형태는 요리책 원본이 필사본인지 인쇄본인지와 관련된 것이다.
<그림 1> 요리책의 유형
인쇄본은 또한 전근대 인쇄본과 출판인쇄본으로 나뉘며, 전근대 인쇄본 목활자, 금속활자 등의 활자로 인쇄된 판본을 의미한다. 출판인쇄본은 근대 출판 기술이 도입되고 난 뒤 출판사나 출판업체에서 인쇄된 판본이다. 표기 문자의 경우 한문으로 된 것인지, 한글로 된 것인지에 따라 나뉠 수 있음을 말한다.
또한 국한문 혼용체의 경우도 포함된다. 포함된 요리법의 유형은 즉 요리책에 포함된 요리법의 종류가 주로 무엇인지에 관련된 것이다. 예를 들어 『음식디미방』은 어육·면·술 등 다양한 요리법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종합 요리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주방문』의 경우에는 술 요리법만으로 구성되어 있어 주제별 요리책으로 간주된다. 요리법의 서술 형태로는 1)이야기형 요리법과 2)재료순서나열형 요리법이 있다. 이야기형 요리법은 마치 구술로 설명하듯이 기록한 요리법으로 필사본 요리책에서 자주 사용된 방식의 서술 형태이다.
재료순서나열형 요리법은 요리가 전문화되고 계량화되면서 나타난 요리법으로, 재료 계량과 순서가 표기되어 있다. 재료순서나열형 요리법은 『조선요리제법』 1931년판부터 조금씩 그 형태가 나타난다.
『조선요리제법』 1931년판에는 이야기형 요리법과 재료순서나열형 요리법의 과도기 형태도 다수 등장하는데 본 연구자는 이를 ‘과도기형 요리법’으로 명명한다.
이는 이야기형에서 재료 계량이 추가된 형태로 조자호의 『조선요리법』 등에서도 이와 같은 과도기형 요리법이 나타난다. 다음의 <표 1>은 ‘떡볶이’ 요리법을 병렬하여 서술 형태를 비교해본 것이다.
<표 1> 요리법의 서술 형태: ‘떡볶이’ 요리법 비교
과도기형 ‘떡볶이’ 요리법의 밑줄 친 부분은 이야기형 요리법에서 재료계량이 추가된 것으로, 재료순서나열형 ‘떡볶이’는 과도기형에 나타나는 재료계량과 함께 1,2,3.…등의 순서가 나열되어 있어 과도기형 이후에는 요리 과정을 순서대로 구분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표 2> 요리책 유형 분류
<표 2>는 조선시대 요리책부터 해방 이후의 요리책까지에 대해 요리책의 4가지 유형을 대입하여 정리한 것이다. <표 2>에서 정리된 바를 통해 본 연구의 대상인 『조선요리제법』과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유형을 파악할 수 있다.
『조선요리제법』은 임의로 1판(1917)과 5판(1931)을 비교해봤을 때 두 책 모두 출판인쇄본이며, 한글로 서술된 종합 요리책이나 1판은 이야기형으로, 5판은 과도기형으로 서술되어 있다는 차이점을 가진다.
또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은 『조선요리제법』의 판본과 마찬가지로 출판인쇄본 종합요리책이지만 국한문 혼용체로 작성되었으며 『조선요리제법』 1판과 같은 이야기형의 서술 형태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