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램프쿡 로고
    • 검색검색창 도움말
  •   
  • 고조리서 이야기 Ⅰ.

  • SNS 공유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카카오스토리 카카오톡
  • 이전페이지
  • 목차
  • 다음페이지
  • Chapter 9. 조선 양반가의 요리책 <음식디미방>
  • 이동

h2mark 여중군자(女中君子) 장계향과 전통을 잇는 후손들

우리가 오늘날 <음식디미방>이라는 귀한 전통 유산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장계향이라는 한 여인의 지혜 덕분이다. 이 책의 저자 장계향 선생은 선조 31년 경북 안동 금계리에서 태어나 숙종 6년 83세를 일기로 경상북도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에서 타계할 때까지 ‘여중군자’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삶을 살았다.

만년에 셋째 아들 갈암 이현일이 이조판서를 지내 정부인의 품계를 받고 ‘정부인 장씨’라 불렸다. 당시 여인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장계향이라는 이름은 훗날 연구에 의해 밝혀져 알려지게 되었다.

장계향 선생은 퇴계 이황의 학통을 이은 경당 장흥효의 무남독녀로,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학문을 접하며 자랐다. 일찍이 <소학>과 사서오경 등을 섭렵하고, 맹호화와 산수화를 즐겨 그렸으며, 시 짓기를 좋아했던 영리한 소녀였다고 전해진다.

19세 때 재령 이씨 가문의 이시명(1590~1674) 선생과 혼인했다. 장계향 선생은 안주인으로서 주변 사람들에게 칭송을 들을 만큼 성품이 훌륭했다.

남편과 서로 공경하며 일생 동안 해로한 것은 물론, 시가와 본가 두 집안을 사회 공동체의 기둥이 되는 어엿한 가문으로 일으켜 세웠으며, 10남매를 반듯한 인물로 키워냈다. 문화관광부는 선생의 업적을 높이 사 1999년 11월 ‘위대한 어머니상’ 수상자로 장계향 선생을 선정했다.

이는 여성으로서는 신사임당 이후 두 번째 선정된 문화 인물이라 의미가 크다. 장계향선생은 말년에 평생 동안 자신이 보고 배우고 느낀 지식을 집대성해 후손을 위해 <음식디미방>을 지었다.

한문 실력이 뛰어 났음에도 후세들이 늘 가까이 두고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꼼꼼하고 바르게 한글로 적었다. 후손 대대로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책 마지막 장에 당부의 말도 따로 남겼는데 매우 인상적이다.

“이 책을 이리 눈 어두운데 간신히 썼으니 이 뜻을 알아 이대로 시행하고 딸자식들은 각각 베껴 가되 이 책을 가져갈 생각일랑 마음도 먹지 말며, 부디 상하지 않게 잘 간수해 쉽게 떨어지게 하지 말라.” 만일 이 당부가 없었다면 이 요리책은 어떻게 됐을까.

어쩌면 오늘날 <음식디미방>이라는 걸출한 전통 조리서가 세상에 남아 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후손들은 지금도 선대 할머니의 뜻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재령 이씨 석계 13대 종손 이돈(76)과 종부 조귀분(66) 부부는 장계향 선생이 타계직전까지 살았던 두들마을에 남아 전통을 잇고 있다.

음식디미방 종부 조귀분씨
<재령 이씨 석계 13대 종부 조귀분씨>

특히 종부 조귀분 씨는 <음식디미방>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남다르다. 가문의 종부로서 선조의 뜻을 잇고 전통을 계승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에 기꺼이 자신을 바치고 있다.

<음식디미방>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국내는 물론이고 일본 NHK 등 외국언론의 취재 요청이 재령 이씨 가문에 쇄도했다. “처음에는 별로 부담감을 안 느꼈다”던 종부는 점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됨에 따라 자신에게 엄중한 책임이 안겨졌음을 깨달았다.

조귀분 씨는 현재 두들마을에서 <음식디미방>에 나오는 요리를 직접 만들어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책에 적힌 술 담그는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하기 위해 영양군에서 서울 녹번동까지 꼬박 1년간 일주일에 한 번씩 전통주를 배우러 먼 길을 올라왔을 만큼 열성적이다.

<음식디미방>이라는 전통을 자손에게 선물한 선조와, 이를 소중히 여기고 지켜 나가는 후손 모두에게 절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덕분에 현대에 사는 우리도 전통의 맛을 맛보는 행운을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 <음식디미방>과 두들마을

장계향이 거주한 두들마을 전경
<장계향이 거주한 두들마을 전경>

<음식디미방>은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에 살았던 장계향 선생이 후손을 위해 지은 음식 조리서다. 책은 앞뒤 표지 2장을 포함해 총 30장의 필사본이며, 1600년대 조선 중기 경상도 지방 양반가의 식문화를 소개한 귀중한 문헌이다.

영양군청은 현재 석보면 두들마을에 음식디미방 체험관, 전통주 체험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체험관에서는 장계향 선생의 후손인 재령 이씨 석계 13대 종부 조귀분 씨가 직접 음식을 만든다.

누구나 예약하면 종부가 만든 <음식디미방>의 요리를 맛볼 수 있으며 (소부상 3만 원, 정부인상 5만 원), 직접 만들어보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두들마을에는 장계향 선생이 마지막까지 살았던 석계 고택, 석천서당 등이 있으며 장계향 선생의 후손인 소설가 이문열 씨의 집도 자리하고 있다.

* 체험 문의 : 영양군 문화관광과 054-682-7764

  • 이전페이지
  • 목차
  • 다음페이지
  • 자료출처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한식진흥원 •전북음식플라자 •우석대학교 식품영영학 윤계순 교수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백두현교수
  • 자료출처 바로가기

향토음식 한반도통합본 후원금 모금안내 향토음식 한반도통합본 후원금 모금안내 바로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