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반가의 부인이 후손에게 요리법을 전해주기 위해 만든 ‘집안용’ 책이긴 하나 <음식디미방>은 단순한 요리책으로만 볼수는 없다. 이 고서가 발견된 직후 음식 연구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문학계에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고(古)조리서 연구가인 이성우 교수는 이 책을 두고 “아시아에서 여성이 쓴 가장 오래된 요리책으로, 세계 음식 문화사 측면에서 보아도 특별한 의의가 있다”고 그 가치를 매우 높이 평가했다.
옛날과 오늘날의 음식 문화를 비교.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이며, 거의 사라져버려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는 옛 전통방식의 조리법을 발굴할 수 있는 지침서로서도 사료적 가치 또한 뛰어나기 때문이다. 전통을 계승하는 데 기록의 힘이 이렇듯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장계향선생의 혜안이 있어 책으로 만들어 후손에 전해졌으니 다행이지, 그저 구전으로 며느리에게, 딸들에게만 조리법을 알려줬다면 오늘날 우리가 선조들의 전통 식문화를 알 길이 막막했을 것이다.
<음식디미방>은 우리나라 음식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인 것 외에도 17세기 우리말의 원형이 오롯이 반영되어 있다. 당시 한국어, 특히 경상도 북부 방언의 음운과 문법, 어휘 등을 연구하는 데 아주 귀중한 자료다.
학자들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충분히 발휘되고 있고 아기자기하며 누구나 읽어도 이해가 가는 형용사 사용, 동사와 명사의 절묘한 사용이 가히 압권”이라고 평한다. 물론 <음식디미방> 이전에 요리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의 한문으로쓰인 것이라 접근성이 떨어지며 간단한 소개 정도에 그쳐 실용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컸다. 그런 점에 비춰볼 때 한글로 쓰였을뿐 아니라 상세한 조리법을 정확한 어법과 다양한 표현으로 써놓은 <음식디미방>은 이전 요리책들과 차별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