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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조리서 이야기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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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4. 음식 조리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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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음식 조리서에 반영된 우리말

♣ 음식 조리서에 반영된 우리말의 모습

한글 음식 조리서는 국어사 연구자들이 주로 이용해 온 언해본과 구별되는 몇 가지 특성을 가진다. 첫째, 한글 음식 조리서는 한문본이 없는 한글 필사본이다. 그리하여 음식 조리서의 한글 문장은 한문에 구속되지 않아 일상생활의 언어를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한글 음식 조리서는 공공성(公共性)을 갖지 않으며, 한 집안의 사사로운 목적을 위해 작성된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특성으로 인해 음식 조리서에는 음식 관련 어휘를 포함하여 일상생활을 반영하고 있는 어휘 자원이 풍부하다.

음식 조리서에는 음식 이름은 물론 각종 식재료 이름, 조리 기구 이름, 각종 그릇 이름 등 명사가 실려 있고, 각종 조리법과 관련 된 동사가 풍부하다. 온도어, 미각어, 정도 부사, 상태 부사, 의성어, 의태어에 해당하는 순우리말 어휘도 다수 등장한다. 이런 어휘들 중에는 오로지 음식 조리서에서만 확인되는 것도 적지 않다.

음식 조리서의 국어 문장은 당시의 일상어를 보다 잘 반영하고 있으며, 일반 언해서에서 찾기 어려운 생활 어휘를 제공해 준다. 이러한 점에서 음식 조리서는 국어사 연구의 지평을 확충하는 새로운 자원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음식 조리서는 어휘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특히 음식 조리서는 물명(物名) 연구에 유용하다. 음식 조리서에는 음식 재료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동식물 관련 물명 어휘가 많이 발견된다. 또한 음식을 만드는 데 소용된 조리 도구와 그릇의 이름이 다수 실려 있다.

음식 재료의 분량을 표현하는 각종 단위 명사가 실려 있기에 이 방면의 연구에 도움이 된다. 조리 방법과 과정을 묘사하는 설명문 속에는 조리의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와 조리 동사의 정도를 표현하기 위해 동원된 각종 부사가 다수 나타난다.

부사 혹은 부사어 연구에 음식 조리서는 매우 쓸모 있는 자료이다. 그리고 음식 맛을 표현하기 위해 다수의 미각어가 쓰인 점도 음식 조리서의 중요한 특징이다. 여타의 다른 문헌에는 나타나지 않는 희귀한 어휘가 조리서에서 확인된 것도 적지 않다.

음식 조리서의 서술 방식은 항상 음식명을 표제어로 삼고 이 음식의 조리법을 설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갖가지 음식명과 술 이름이 실려있다. 예컨대 ≪음식디미방≫의 음식명 중에는 ‘만두법’, ‘증편법’, ‘밤설기법’, ‘다식법’, ‘붕어찜’, ‘쇠고기 삶는 법’과 같이 현대인도 그 뜻을 금방 알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섭산삼법’, ‘스면법’, ‘빙사과’처럼 무슨 음식인지 알 수 없는 것도 적지 않다.

≪주방문≫(규장각 소장)의 음식명 중에 ‘우근겨’가 있는데 한자어 ‘竹節(죽절)’로 표기되어 있다. 많은 음식 조리서 중에서 ‘우근겨’는 이 문헌에만 실려 있다. ‘우근겨’ 전후에 ‘듕박겨(中朴桂)’, ‘산자(散子)’, ‘강졍(羌淨)’ 등이 배열되어 있는 점과 들어간 재료 및 만드는 법으로 보아 강정의 일종이다.5)

음식 조리서에는 조리에 들어간 각종 양념 이름이 다수 등장한다. ≪음식디미방≫에 쓰인 양념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이광호 2000).6)

∙ 장류: 건장, 된장, 장, 장국, 전국장, 지령, 지령기름, 전지령, 초지령, 토장, 청장, 단지령기름

∙ 가루류: 겨자, 토장가루, 후춧가루, 소금, 깨소금, 천초가루, 잣가루

∙ 기름류: 기름, 참기름

∙ 즙(물): 생강즙, 생치즙, 백청, 즙청, 꿀, 꿀물, 염초, 엿, 청밀

∙ 채소류와 열매류: 마늘, 건강, 생강, 파, 후추, 천초, 잣

양념류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고추의 출현이다. 고추는 ≪음식디미방≫, ≪주방문≫ 등에 등장하지 않는다. 고추장 만드는 법은 ≪규합총서≫(고려대 소장 필사본, 권 1 24장), ≪규합총서≫(목판본, 6장), ≪주식시의≫(28장) 등에 보이는바, 한글 음식 조리서 중에서는 모두 19세기 문헌에 나타난다.7) ‘고쵸’에 대한 문헌의 기록으로 보아 약재용 으로 쓰던 토종 고추가 일찍부터 이용되었던 듯하다.

임진왜란 이후 새로운 품종의 고추가 유입되었고, 이것이 양념 재료로 널리 활용된 것이라 짐작된다. 고추가 양념 재료로 쓰이지 않았던 때에는 천초와 후추를 매운맛 내는 재료로 사용했었다. 위 장류의 ‘지령’은 간장물을 뜻하는 경상 방언형인데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쓰이고 있다.

음식 조리서에는 조리 도구 혹은 각종 그릇 이름이 다수 등장한다. ≪음식디미방≫에는 ‘관질그릇, 놋그릇, 사그릇, 냥푼행기, 단지, 대접, 쟁반, 접시, 채반’ 등과 같이 음식을 담는 그릇 이름이 많이 보인다. 이 책의 ‘밥보자’는 보자기를 뜻하는데 현대 경상 방언의 ‘밧부재’로 이어지고 있다. 솥 이름으로는 ‘솥, 화솥, 노고, 가매, 새용, 퉁노긔’가 나온다.

≪주방문≫에 나오는 ‘고오리’는 현대어 ‘소줏고리’에 그 흔적을 남겼다. ‘고txt_1묵’은 ‘고txt_1’를 사용하여 만든 묵을 뜻하는데 ‘고조’는 술이나 기름을 짜내는 데 쓰이는 기구 이름이다.

음식 조리서의 어휘 중 주목할 만한 범주는 부사들이다. 특히 상징 부사로서 흥미로운 것이 발견된다. ≪주방문≫의 ‘뭉귀염뭉귀염’은 김 따위가 솟아오르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며, 현대 국어의 ‘뭉게뭉게’로 이어졌다. ≪주방문≫의 ‘워석워석’은 다른 문헌에 보이지 않는 상징 부사이다.

옛 시조의 “창 밧긔 워석버석 님이신가 니러 보니”(≪청구영언≫)에 ‘워석버석’이라는 부사가 나타난다. ‘워석워석’과 ‘워석버석’은 같은 뜻의 부사로 생각된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워석’이 등재되어 있고, 그 뜻은 ‘얇고 뻣뻣한 물건이나 풀기가 센 옷이 서로 세게 스치거나 부서지는 소리’라고 되어 있다.

‘워석워석’의 작은말인 ‘와삭와삭’은 19세기 말기 문헌인 ≪국한회어≫(241쪽)에 처음 등장한다. ≪음식디미방≫의 ‘즐분즐분’은 밥솥의 물이 약간 질척거리는 모습을 나타낸 상징 부사이며, 현대 경상 방언형 ‘질분질분’의 선대형이다. ≪음식디미방≫의 txt_2는 현대 국어 ‘자란자란’의 선대형이다.

이 낱말은 ‘샘이나 동이 안의 물이 가장자리에서 넘칠락 말락 하는 모양’을 형용한 의태어이다. ‘뭉귀염뭉귀염’과 같이 단일 부사가 두 번 반복된 부사를 형태론적으로 합성 부사라 부른다.

음식 조리서에 쓰인 합성 부사로 ‘길즉길즉, 소솜소솜, 도독도독, 서운서운’ 등이 있다. 이런 부사는 여타의 한글 문헌에 잘 나타나지 않은 것들이다.

흔히 분류사 혹은 수량 의존 명사라고 부르는 단위 명사도 음식 조리서에 빈번히 쓰였다. 분량을 표현하는 ‘말’, ‘되’, ‘홉’이 특히 많이 쓰였다. ≪음식디미방≫의 ‘홉’은 수 관형사가 선행할 때 ‘다솝(다섯 홉)’, ‘여솝(여섯 홉)’과 같은 특이한 교체형을 보여 준다.

이는 당시 구어에서 발생한 음절 단축형을 반영한 것이다.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음식디미방≫의 ‘이사txt_5’은 ‘이틀사흘’의 음절 단축형이다. 일반 명사가 수량 단위 명사로 쓰인 것도 적지 않다.

‘복txt_1, 술[匙, 숟가락], 동txt_3, 그txt_4, 잔, 졉시, 사발, 듕발, 병, 대야’ 등의 명사는 주로 액체의 양을 표현하는 데 쓰였으며, ‘낯, 치, 마리, 줌, 가지, 번, 근, 양, 볼’ 등은 개수(個數) 표현의 수량 단위 명사로 쓰였다(이광호 2000). 음식 조리서는 언해본 의학서와 함께 분류사 연구를 위한 중요 자료라 할 수 있다.8)

음식 조리서에는 타 문헌에서 찾기 어려운 희귀 명사도 적지 않다. ≪음식디미방≫에 나오는 쌀 이름 ‘밋다니txt_6’, ‘낭경txt_1txt_6’은 어떤 쌀인지 알 수 없다. ≪주방문≫에 나오는 ‘어사리나모’는 옛 한글 문헌에서 처음 확인된 것이다.

≪주방문≫의 이 낱말은 현대 국어의 지역 방언형으로 알려진 ‘어사리나무’, ‘어아리나무’, ‘으아리나무’의 가장 오래된 문증 자료이다.9) ≪주방문≫의 ‘txt_7락’은 이 문헌에만 보이는 유일 예이다(이선영 2005).

누룩을 매우 쳐서 ‘txt_7락’ 없게 한다는 문맥적 의미로 볼 때 이 낱말은 누룩 따위를 빻을 때 생기는 ‘굵고 거친 알갱이’라는 뜻이다. ≪주방문≫의 ‘손녑txt_8’은 ‘손녑’과 ‘txt_8’의 합성어임이 분명하지만 ‘손녑’의 뜻을 알 수 없다.

5) ≪주방문≫이 저술된 지역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우근겨’라는 음식이 남아 있는 지역을 찾아내면 이 책의 지역 배경을 알아낼 수 있다.

6) 아래 분류는 이광호(2000)를 참고하되 명칭과 종류에서 필자가 약간 조정한 것이다. 독자의 편의를 생각하여 고어 표기를 모두 현대 국어 표기로 바꾸었다.

7) 한문본에서는 이보다 빠른 시대의 문헌에 고추장법이 나타난다. 이시필(李時弼, 1657∼1724)이 지은 ≪소문사설(謏聞事說)≫에 ‘苦艸醬(고초장)’이란 제목 아래 담그는 법이 설명 되어 있다(정경란·장대자·양혜정·권대영 2009:30).

8) 언해본 의학서의 분류사에 대한 연구는 석주연(2011)을 참고할 수 있다.

9) ‘어사리나무’는 표준어 규정 제3장 제2절 제21항에 등장하는바, ‘개나리’를 표준어로 삼고 ‘어사리나무’와 ‘어아리나무’는 비표준어로 처리하였다. 이러한 표준어 규정 때문에 한국어는 ‘어사리나무’를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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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출처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한식진흥원 •전북음식플라자 •우석대학교 식품영영학 윤계순 교수 •호서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정혜경 교수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백두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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