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조리서의 특징과 분류법
고조리서 이해에 있어서 두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조선시대 고조리서가 반드시 조선 고유의 음식을 내용으로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조리서인 『산가요록』에는 중국의 『제민요술』이나 『거가필용』 그리고 『산가청공』이라는 책에 나오는 조리법과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임원십육지』「정조지」나 『규합총서』에는 이러한 인용문헌을 일일이 밝혔지만, 다른 책에서는 별도로 인용문헌을 밝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가문에 전승되는 조리서라고 해서 모두 해당 가문 전승 음식을 내용으로 담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대전 회덕의 동춘당 송준길 가에서 『주식시의』라는 조리서가 발견되었다.
<주식시의(酒食是儀)>
이 책은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음식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지만, 『규합총서』와 비교한 결과 총 99가지 항목 중 약 50여 가지 항목이 동일하다. 당시에 목판본으로 제작되어 널리 읽혔던 『규합총서』의 내용을 일부 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조선시대 고조리서에서는 조리법의 분류가 근대와 달랐다. 일제강점기 이후 『조선요리제법』이나 조자호의 『조선요리법』에서는 조리기법에 따른 분류를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선시대의 조리서에는 조리기법에 따른 분류도 있지만, 식재료에 따른 분류도 있고, 이 두 가지 방법을 혼용하거나 아예 분류항목을 세우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음식디미방』에서는 면병류, 어육류, 소채류와 같은 재료별 분류법을 택하였지만 『산가요록』이나 『주방문』에서는 분류 항목을 세우지 않았다. 『증보산림경제』나 『고사신서』, 『고사십이집』 그리고 『규합총서』 등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재료별 분류를 따르고 있다.
그러다가 1800년대 이후로 가게 되면 『임원십육지』나 『군학회등』, 『시의전서』 같은 경우에는 조리기법별 분류를 따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후기로 갈수록 현대적 분류인 조리기법에 따른 분류를 하고 있어서 조리법의 발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분류기법은 근대기의 요리서에도 부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