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조리서를 통한 한식 원형 찾기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조선 시대에 다양한 이유로 조리서를 집필했다. 봉제사와 접빈객이 중요했던 남성 유학자는 집안 대소사를 위하여 책을 썼으며, 의관들은 음식으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약이 되는 음식의 조리법을 남겼다. 이들이 한문으로 조리서를 쓴 반면 여성들은 한글로 자신의 경험을 남겼다. 여성들이 남긴 책은 남성 저자의 책에 비해 쉽고 구체적으로 조리법을 기술한 특징이 있다.
바로 이러한 여러 가지 다양한 조리서를 통해, 우리는 조선시대에 어떤 식재료가 사용되었는지, 어떤 조리법으로 요리가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식품학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문화사적인 측면에서도 이러한 조리서들이 전해주는 지식은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한식 세계화의 미래는 이러한 전통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에 뿌리를 둘 때 더욱 건실한 발전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 전통 한식의 원형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최근 한국 사회에서의 화두 중 하나는 한식이다.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 증가와 더불어 2008년 이후 시작된 정부의 한식세계화 정책도 한식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에 따라 당연히 전통 한식 원형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한식은 먹을거리 상품 이전에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이다.
한식을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문화상품으로 개발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한식세계화의 입장에서도 우선되어야 할 것은 전통 한식의 원형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이다. 음식은 다른 건축이나 의복과 달리 과거의 유물이 남아있지 않다. 그럼, 전통 한식의 원형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그런 의미에서 가깝게는 전통 한식의 원형을 찾을 수 있는 조선시대의 고조리서는 매우 중요하다. 엄격한 유교사회였던 조선시대에도 여성들은 문자생활을 하고 집필을 하였다.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조선시대의 고조리서들이다. 남성 사대부와 반가 여성들, 그리고 중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조선 사람들은 음식에 관심을 가지고 조리서를 집필했다.
그런데 이러한 조선시대의 고조리서들에는 흥미로운 특징이 있다. 현재 맛의 본향이라고 알려진 전라도 지역에서는 고조리서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는 반면, 유교문화가 발달한 경북 지역, 그것도 안동에서 집필된 고조리서가 여러 권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기록을 중시한 유교문화의 소산이라고 보인다.
조리서는 음식조리법을 기술한 과학서이지만 당대의 시대적 산물이므로 해당시대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고조리서를 통해 조선시대의 자연과 인간에 대한 이해체계를 세울 수 있고 음식과 인간과의 관계를 조망할 수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조선시대 고조리서를 쓴 집필자와 집필동기들을 이해하고 그리고 고조리서에 나타난 조리법들을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