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과 의례음식
인간은 한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신체적인 변화의 과정도 겪게 되며 사회적으로 지위와 역할 변화의 과정도 겪게 된다. 우리 선조들은 이러한 한 사람의 개인적인 변화의 과정을 가족·친족·사회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다.
따라서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어떠한 인생의 고비를 넘을 때마다 전통에 따라 의식이나 의례를 마련하여 새로운 대우를 해주었다. 이처럼 사람이 태어나서 한평생 사는 동안 여러 가지 크고 작은 고비를 지날 때마다 행하는 의식이나 의례를 통과의례라 한다.
한 사람이 한평생 사는 동안 겪게 되는 통과의례는 출생, 삼칠일, 백일, 돌, 관례, 혼례, 회갑, 회혼례, 상례, 제례 등이다. 이러한 통과의례 가운데 길한 일은 출생·돌·관례·혼례·회갑례·회혼례 등이며 궂은 일은 상례와 제례이다.
이러한 통과의례 가운데 동양문화권에서는 인륜지 대사라 하여 사례(관례, 혼례, 상례, 제례)를 치르는 일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예로부터 모든 의식의 절차는 의례법으로 정해져 있고 모든 의식에는 빠짐없이 특별한 식품이나 음식을 마련하는데 이러한 상차림에는 기원기복, 외경, 존대의 의미가 담겨있다.
1. 출산의례
통과의례 중 출산의례는 크게 산전 · 출산 · 산후의례로 구성되어 있다.
◎ 산전의례
아이를 갖게 되면 어른들은 태교의 중요성을 임산부에게 일러주고 임산부와 태아를 위해 보약을 지어 먹였으며 임산부는 태아를 위하여 행동·언어·음식 등에 많은 제약을 가하는 금기사항을 지키며 태아가 건강하게 정상적으로 자라 순산하기를 기원한다.
분만기가 가까워 오면 시부모나 남편이 산모를 위하여 산미(産米)와 산곽(産藿)을 마련하고 산모가 산기가 있으면 산실을 마련하여 산실 윗목을 정하고 소반에 백미를 소복이 담아 놓고 산곽과 정화수 한 사발을 떠올린 삼신상(三神床)을 차린다. 미역은 쌀 위에 걸쳐놓고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가 산신께 순산하기를 빈다.
◎ 출산의례
아이가 태어나면 태(胎)를 자른 후 목욕을 시키고 담저고리를 입혀 포대기에 싸서 뉘인다. 산모는 따뜻한 방으로 옮기고 삼신상에 차렸던 쌀과 미역으로 흰밥과 미역국을 끓여 흰 사발에 고봉으로 밥 세 그릇과 미역국 세 그릇을 떠서 삼신상에 다시 차려놓고 순산에 대한 감사와 함께 산모와 아이가 건강하고 장수하기를 빈다.
그리고 산모에게도 똑같이 차려서 첫 국밥을 먹이고 잇몸이 완전히 아물 때까지 냉수, 사과, 무 등 자극적이고 단단한 음식은 피한다. 또한 출산과 함께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는 금줄을 치는 의례가 있다. 아기를 낳으면 바로 금줄을 치는 데 아들의 경우 숯, 고추를 매달고 딸의 경우는 숯, 솔잎을 매단다.
◎ 산후의례
산후 7일이 되면 산모가 밖으로 나올 수 있고 두 이레면 산실의 문을 열고 아이의 배냇저고리를 갈아입히며 3·7일에는 금줄을 거두어 이웃과 친척이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 때 외가에서는 포대기를 가져와서 바깥세계와 재통합하도록 하는 의례가 있다.
또한, 백일, 돌잔치 등은 아이를 사회성원으로서의 존재로 재확인하는 의례가 있다.백일이 되면, 일가친척은 물론 이웃 사람들을 초대하여 아이를 선보이며 축복을 받고 아이를 위하여 백설기와 특별한 음식을 풍성하게 차린다. 첫돌에는 돌상을 차리고 손님을 청하여 축복을 하는 잔치를 베푼다.
‘돌잡이’라 하여 돌을 맞는 아이에게 돌잡히는 풍속이 있는데 아이가 장수 하고 자손이 번영하여 다재다복(多才多福)하기를 기원한다. 무명천을 놓고 아기를 올려 앉히고 돌상 위의 물건이나 음식을 잡아보도록 하는 것이다. 무엇을 먼저 잡느냐에 따라 아기의 장래를 점치며 즐거워한다.
<돌잡이의 의미>
종 류 | 의 미 |
백설기 | 아기의 신성함과 정결 |
수수경단, 찹쌀경단 | 덕을 쌓음, 잡귀의 출입을 금함 |
오색송편 | 곱고 크고 속이 차기를 바람 |
국수, 무명실 | 수명장수를 기원 |
대추 | 대잇기와 자손의 번창, 악귀의 물리침 |
쌀, 돈 | 부귀 |
책, 붓, 먹 | 학문과 문장이 뛰어난 사람이 되길 희망 |
활, 화살(남아) | 곱무예가 뛰어나고 용맹한 사람이 되길 희망 |
실패, 자(여아) | 솜씨가 좋은 여성이 되길 희망 |
* 삼신상
흰쌀밥 세 그릇과 미역국 세 그릇, 정화수 한 사발을 정갈하게 상에 받쳐 산모가 있는 방의 윗목에 놓고 삼신께 순산을 감사하고 영아의 명복과 산모의 건강회복을 기원한다.
* 첫 국밥
산모에게 흰밥과 미역국으로 대접하는 것으로 첫 국밥은 반드시 소갱이어야 하고 산모에게는 삼칠일까지 흰밥과 미역 소갱 만을 대접한다.
* 백설기
눈같이 흰쌀을 곱게 가루로 빻아 물을 내려 찐 흰떡으로 신성(신성)을 의미하는 의례음식이다. 삼칠일에 축하 떡을 이웃에 나누기도 하지만 집에 따라서는 축하음식으로 대문 밖에 내보내지 않고 집안에서 가족과 가까운 친지만 모여 축의를 나누기도 한다.
* 백일상
백일상은 흰밥, 고기를 넣고 끓인 미역국, 푸른색의 나물, 백설기, 붉은 팥고물을 묻힌 차수수경단과 작은 오색 송편으로 마련한다. 백설기는 신성함, 붉은 팥고물과 차수수경단은 나쁜 일을 막음, 오색 송편은 만물의 조화 등의 의미가 담겨 있다.
* 돌상
아기를 위해 새로 마련한 밥그릇과 국그릇에 흰밥과 미역국을 담아놓고 푸른나물, 백설기, 인절미, 오색 송편, 붉은팥 차수수경단, 생과일, 쌀, 국수, 대추, 흰 타래실, 돈 등을 놓는다. 그 외에 남자아이에게는 활과 화살, 천자문, 종이, 붓, 벼루, 먹을 놓고 여자아이에게는 천자문 대신 국문책을 놓고 활과 화살 대신에 색실, 자 등을 놓는다.
* 돌날 손님상
흰밥과 미역국, 나물, 구이, 자반, 김치, 조치 등 반상을 차려서 대접하고 친척과 이웃에게 떡을 돌리며 답례로 실 돈, 수저 등을 선물하여 아이의 장래가 부귀, 장수하기를 기원한다.
2. 생일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매 해 태어난 날을 축하하는 의례로서 어른은 생신(生辰)이라 하여 아랫사람이 잔칫상을 마련하여 축하해 드리고 어린 사람은 생일이라 하여 어른이 잔칫상을 마련하여 축하해 준다.
◎ 생일상
삼칠일 때처럼 흰밥과 미역을 빠뜨리지 않고 차리며 아이들 생일에는 떡을 만들어 친척 및 이웃과 나누어 먹는다.
3. 관례
보통 결혼 전에 하는 예식으로 오늘 날 5월 셋째 주 월요일인 “성년의 날”에 치르는 성인식을 의미한다. 예로부터 관례는 15∼20세 때 행하는 것이 원칙이나 부모가 기년(朞年) 이상의 상복(喪服)이 없어야 행할 수 있으며 관자(冠者)가 《효경(孝經)》 《논어(論語)》에 능통하고 예의를 대강 알게 된 후에 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옛날 사람들은 이 관례를 혼례(婚禮)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였으며 미혼이더라도 관례를 마치면 완전한 성인(成人)으로서의 대우를 받았다. 남자에게는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을 상징하기 위하여 어른의 복색을 입히고 관(冠)을 씌우고 술 마시는 예법을 가르치며 별호를 지어주었으며 15세부터 20세까지 관례를 행하였다.
여자에게는 계례라 하여 땋았던 머리를 올려 비녀를 꽂아주는 의식으로 15세에 계례를 치렀다. 관례나 계례를 행한 후 낮춤말씨 “해라” 대신에 “하게”로 높여서 말하게 되며, 관례와 계례 때 지은 자(字)나 당호(堂號)로 부르며 성인대접을 하였다.
◎ 관례 후 잔칫상
술을 비롯한 여러 가지 안주용 음식, 국수장국, 떡, 조과, 생과, 식혜, 수정과 등을 마련하여 손님을 모시고 축하잔치를 한다.
4. 혼례
사람이 성장하게 되면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되는데, 부부의 연을 맺는 의식을 혼례라 한다. 혼례의 의례는 의혼(議婚)-납채(納采)-납폐(納幣)-친영(親迎)-신행(新行)-현구고례(見舅姑禮)-입주(入廚)·회가(回家)-첫 근친(覲親)의 과정을 거친다.
의혼은 혼의라고도 하며, 혼기를 앞둔 남녀가 있는 집안의 어른들이 배필을 구하기 위하여 의논하고 중매인을 통하여 양가의 의사를 확인한 후 혼인갈 것에 합의하는 과정을 말한다. 납채는 혼약이 이루어져 사주와 택일을 청하는 절차로 신랑이 신부집에 청혼하면 신부집에서는 택일하여 회신을 보낸다.
납폐는 봉채라고도 하며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신부용 혼수(婚需)와 혼서(婚書) 및 물목(物目)을 넣은 함을 함진아비에게 지워 보내는 의례이다. 친영은 혼례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로 신랑이 신부를 맞이하러 신부집에 가는 것이다.
이 때 후행과 구종(驅從)이 따라가며 신랑집에서는 새벽에 일어나 이 사실을 사당에 고하고 신랑은 아버지에게서 교훈을 듣는다. 신행은 혼례를 마치고 신부집에서 3일을 지낸 후 신부가 신랑으로 가는 것으로 흔히 ‘시집간다’고 하며 이 때 신부는 정든 집을 떠나기 전에 부엌에 들어가 솥뚜껑을 세 번 들썩거려 하직을 고하고 양친과 존속에게 하직 절을 올린다.
부모는 신부에게 예의범절을 들어 신부에게 훈계하고 책과 붓을 정표를 주며 모친은 손수건을 건네주며 인내를 당부한다. 신부의 일행으로는 신부의 아버지가 상객(上客)으로 따라가고 ‘웃각시’와 신부를 도와주는 하님 등이 신부의 필수품과 폐백 음식을 준비하여 하인들과 동행한다.
현구고례는 신부가 신랑집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그 이튿날 아침 혼례시 입었던 예복을 입고 시부모와 시댁 친척들에게 처음으로 큰 절을 올리는 절차로 신랑집에서는 마루에 돗자리를 깔고 예석(禮席)을 마련하여 신부가 마련해 온 폐백상을 차린 다음 시부모는 상을 앞으로 하여 남향으로 앉는다.
입주·회가는 신부가 신행 온 지 3일 만에 부엌에 들어가 음식을 장만하여 상을 올리는 것으로, 근친(近親)과 어른들을 초청하여 신부가 가져온 정성(精誠)을 각기 다른 사람에게 전하며 정성을 받은 사람은 간소한 물품이나 돈으로 신부에게 답증하는 절차이다.
첫 근친은 신행 후 얼마 후에 신랑과 함께 또는 시가(媤家)의 어른을 상객(上客)으로 하여 친청으로 가는 것으로, 적당한 음식과 증답품 등을 가지고 가서 친정부모를 배견(拜見)하고 위로를 드린다. 혼례시의 상차림은 봉치떡, 교배상, 큰상, 폐백 등으로 다음과 같다.
◎ 봉치떡(봉채떡)
신랑집에서 함을 보낼 때 신랑집과 신부집에서는 봉치떡을 준비한다. 요즈음은 신부집에서 주로 준비하는데, 찹쌀 3되, 붉은 팥 1되로 시루떡 2켜만을 시루에 앉히고 대추 7개를 중앙에 놓아 함이 들어올 시간에 맞추어 쪄서 준비한다. 함이 들어오는 시간에 북향으로 돗자리를 깔로 상을 차린다.
상위에 붉은 색의 천을 깔고 그 위에다 떡시루를 놓는다. 함이 오면 함을 받아 시루 위에 놓고 북향 재배한 후 함을 연다. 봉치떡을 찹쌀로 하는 것은 찹쌀처럼 부부의 금슬이 잘 화합하라는 뜻이 담겨 있으며 붉은 팥의 고물은 화를 피하라는 뜻, 7개의 대추는 아들 7형제를 상징하는 뜻이 담겨 있다.
◎ 교배상
교배상은 사철나무, 대나무, 동백나무를 꽂아 상 좌우로 놓고 촛대 한 쌍에 청홍색 촛불을 켠다. 또 시골에서는 봉황새를 닮은 닭 한 자웅을 목만 내놓고 보자기에 싸서 놓는다.
차리는 식품은 쌀, 팥, 콩, 밤, 대추, 곶감, 삼색 과일과 떡이며 숭어 한 쌍을 쪄서 신랑 것은 밤을 입에 물리고 신부 것은 대추를 입에 물려 담는다. 숭어는 수어(秀魚)라 하여 글자 그대로 매우 빼어나다는 뜻이 있어 축하하는 의미가 있다. 대례가 끝나면 친척과 이웃을 초청하여 국수로 잔치를 베푼다. 국수는 오래오래 잘 살라는 뜻이 있다.
◎ 큰 상
혼례식 후 신랑에게 차려주는 상으로 높이 고이므로 고배상 또는 망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신랑, 신부 앞에는 입매상을 차려준다. 큰상에는 각색 과일과 과자, 어육을 고루 차린다. 음식은 강정, 유밀과, 다식, 숙실과, 당속, 과실류, 전과, 편, 어물새김, 편육, 전유어, 적 등이다.
또 가화라 하여 색종이나 얇은 비단으로 꽃을 만들어서 고인 음식에 꽂기도 하였다. 신방에 들기 전에 저녁은 7첩 반상이나 9첩 반상을 부부 각상으로 차려 주는데, 약식으로 겸상을 차려주기도 한다.
또 신방에는 간단한 주안상을 차려서 들여놓는다. 첫날밤이 지나면 아침 일찍 조조반을 차리는데 대개 깨죽, 잣죽, 떡국 등을 차린다. 조반상은 역시 저녁처럼 7첩이나 9첩 반상을 차린다. 점심은 국수 장국상으로 차린다.
◎ 이바지 음식, 폐백
폐백상사진신부댁에서 시가에 보내는 음식을 집안이나 지역에 따라 달랐지만 서울에서는 청주, 대추, 쇠고기로 만든 편포를 가지고 가고 지방에서는 폐백닭(통닭찜)과 밤, 엿, 대추, 마른 구절판, 청주를 가지고 간다. 폐백음식은 청·홍 보자기에 싸는데 대추는 부귀와 자손번영을 상징하므로 붉은 색이 겉에 오도록 싼다.
폐백을 드리면서 신부가 시부모에게 절을 올리면 시어머니는 대추와 생률 등을 신부의 치마폭에 던져주며 자손 번영을 뜻하는 덕담을 한다. 신랑집에서도 신부에게 고배상을 차려 주는데 규모는 신부집과 비슷하다.
5. 회갑례
장수(長壽)를 기념하는 축하연으로 옛날에는 인간의 수명이 짧아 회갑을 맞는다는 것은 복이었기 때문에 큰상을 차리고 축수를 했었다. 부모가 60회 생신을 맞으면 자손들이 모여 연회를 베풀어 드린다. 이 때 고배상을 차리고, 차례차례 자손들이 잔을 올린다.
헌주가 끝나면 초청한 친척과 부모님의 친구들께 국수장국을 중심으로 고배했던 음식을 고루 차려 대접한다. 고배상은 각 가정의 형편에 따라 차렸으며 상 받는 사람 바로 앞에 입매상도 차린다. 일반적으로 생과류, 맨 뒷줄에 견과류와 조과류, 병류 등을 보기 좋게 차린다.
◎ 회갑 상차림
건과(대추, 밤, 은행,호도), 생과(사과, 배, 감, 귤), 다식(송회다식, 쌀다식, 녹말다식, 흑임자다식), 유과(약과, 강정, 매작과, 빈사과), 당속(팔보당, 졸병, 옥춘당, 꿀병), 편(백편, 꿀편, 차편, 주악, 승검초떡, 팥시루떡), 포(어포, 육포, 건문어), 정과(청매정과, 연근정과, 산사정과, 생강정과, 유자정과), 적(쇠고기적, 닭적, 화양적), 전(생선전, 갈납, 고기전), 초(홍합초, 전복초)
6. 회혼례
혼인하여 만 60년을 해로한 해를 기념한 예식을 말한다. 부부가 자녀도 많고 유복한 살림을 하면 부부가 다시 신랑, 신부처럼 복장을 하고 자손들과 친척 친지들에게 축하를 받는다. 이 의식도 혼례에 준하나 자손들이 헌주하고 권주가와 음식이 따르는 점이 다르다.
7. 상례
사람이 운명(殞命)하여 땅에 묻힌 다음 대상(大祥)을 지내고 담제, 길제(吉祭), 탈상(脫喪)하게 되는 3년 동안의 모든 의식을말하여 우리 관습의 의례 중 가장 엄숙하고 정중하다.
◎ 사자(使者)밥
망자의 운명과 동시에 망인을 저승까지 인도하는 염라대왕의 사자가 있다고 생각하여 사자밥을 해서 마당이나 대문밖에 차려 놓는다. 밥 세 그릇, 술 석잔, 명태 세 마리, 짚신 세 켤레 노자(돈)를 넉넉히 놓고 망인을 좋은 곳으로 인도하도록 청한다.
◎ 혼백상
입관이 끝나고 나면 혼백상을 차리는데 초와 촛대, 향로와 향, 주과포를 차려 놓고 상주는 조상을 받는다.
◎ 전(奠)
고인을 생시와 똑같이 섬긴다는 의미에서 죽은 망인에게 술, 생실과, 삼색과일(대추, 곶감, 밤), 감주를 하루에 한 번씩 올리는 것을 전이라 하여 시상(屎床)앞에 올린다. 전은 발상한 날로부터 시작하여 상식(上食)을 올릴 때 거두어 내린다.
◎ 상식(上食)
빈소를 차려놓고 상기(喪期), 즉 만 2년 간 조석(朝夕)마다 진짓상을 차려 올리는데 이를 상식이라 한다. 망인이 생전에 쓰던 반상기에 평소 들던 격식으로 진지와 찬을 차리는데 만 2년 동안 혼이 생전에 살던 집을 떠나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상주가 분향하고 곡을 하고 술을 따르고 재배한다.
◎ 삭망설찬(朔望設饌)
매월 초하루나 보름날 아침에 삭망이라 하여 주·과·포 등 음식을 정성껏 차려 분향하고 곡성을 내며 제사를 지낸다. 그 기간 중에 돌아가신 분의 생신이나 회갑을 맞으면 큰제사를 지낸다.
◎ 제사음식
제사 음식의 주가 되는 것은 주·과·포·탕·적·편·메·해·침채·채소 등으로 각색 음식을 굽이 높은 제기에 차린다. 수육이나 어육은 날 것, 간하여 절인 것, 말린 것 등을 적틀에 담아 적육이라 하며 편도 편틀에 고여 담는다.
준비하는 제물의 특색은 재료를 통째로 혹은 각을 떠서 간단하게 조리하고 고명이나 장식을 화려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지라 하여 제사 때에는 누름적이나 산적을 꽂은 꼬챙이 끝에 흰색종이를 붙이며 반대로 경사 때의 잔치에는 색지를 붙인다.
8. 제례
돌아가신 조상을 기리며 지내는 의식절차로 매년 돌아가신 분의 기일에 지내는 기제와 설날과 추석 같은 명절에 조상의 덕을 기려서 올리는 절사로 나뉘어진다.
제례의 절차는 강신(降神)-참신(參神)-계반(啓飯)-초헌(初獻)-독축(讀祝)-아헌(亞獻)-종헌(終獻)-첨작(添酌)-삽시(揷匙)-합문(闔門)-계문(啓聞)-헌다(獻茶)-철시복반(撤匙覆飯)-사신(辭神)-철상(撤床)-음복(飮福)으로 한다.
기일에 지내는 기제 때 차리는 상을 제상이라 하며 명절과 조상의 생신 날 지내는 차례 때 차리는 상을 차례상이라 한다. 이러한 제례상에 차리는 음식을 제수(제물, 제찬)라 하는데 제상과 차례상의 제수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제상의 주인인 메(밥) 대신 설날 차례상에는 떡국, 추석 차례상에는 송편을 차린다.
◎ 제수
제수의 종류는 가문이나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제수를 조리할 때에는 재료를 통째 혹은 크게 각을 떠서 간단하게 조리하고 고명은 화려하게 하지 않으며 털 난 과실, 비늘 없는 생선, 고춧가루, 파, 마늘은 쓰지 않으며 고기는 개고기와 통발 짐승고기(말고기)는 쓰지 않고 쪽발 짐승 고기(쇠고기, 돼지고기 등)만을 쓴다. 준비한 제수는 제상에 올리기 전에 자손이 먼저 먹어서는 안 된다.
① 초첩
순수한 식초로, 종지에 담는다.
② 메
흰밥을 그릇에 가득히 눌러 담고 뚜껑을 덮어야 제사 지낼 때 뚜껑을 열고 수저를 꽂아도 쓰러지지 않는다. 지역에 따라서는 메를 짓기 위해 식수를 길러와 하룻밤 동안 가라앉힌 다음 윗물만 따라 그 물로 밥을 짓기도 한다.
③ 삼탕(三湯)
④ 적
⑤ 전, 간납(肝納)
⑥ 과(果)
과일은 세 가지 또는 다섯 가지 등으로 짝을 맞추지 않는 것이 통례이며 복숭아는 쓰지 않는다. 생과는 괴기가 좋게 위와 아래를 약간씩 도려내며 밤은 ‘생률(生栗)치기’를 한다. 생률치기란 날밤을 겉껍질을 벗겨 물에 담가 놓고 높이 괼 수 있도록 잘 드는 칼로 양면을 평평하게 하고 주위를 경사지게 다듬는 것이다.
⑦ 포(脯)
육포, 어포, 북어포, 마른 문어, 상어포, 암치포 등을 쓰는데 여러 개를 포개어 놓기도 하고 한 가지만 놓기도 한다. 어포는 보통 북어포, 마른 문어를 많이 쓰며 오징어포나 대구포를 쓰기도 하고 제사 때 쓰는 육포는 도톰하게 썰어 준비한다.
⑧ 편
떡은 시루떡을 고물을 다르게 해서 찌며 고물은 거피팥, 녹두, 흑임자 등을 쓰고 웃기로 주악, 송편, 화전 등을 사용한다. 제사 때 쓰는 떡은 붉은 팥고물은 쓰지 않으나 고사떡에는 반드시 붉은 팥을 사용한다.
⑨ 숙채(나물)
숙채는 보통 3, 5, 7채를 준비하는데 백채(도라지·무·숙주), 청채(시금치, 배추, 호박), 갈채(고사리)를 삼색으로 준비한다. 제기 한 그릇에 색깔별로 소복하게 돌려 담는다.
⑩ 제주
청주를 쓴다.
⑪ 유밀과
약과, 강정, 산자, 정과 등을 준비한다.
⑫ 갱물
찬물에다 밥알을 띄워 낸다.
◎ 제수 진설법
제상을 바라보아 오른쪽을 동, 왼쪽을 서라 하여 진설법에 따라 진설한다. 제수는 일반적으로 신위의 바로 앞쪽부터 1열로 하고 제1열에 메와 갱, 2열에 적과 전, 3열에 탕, 4열에 포와 나물, 5열에 과일을 놓는다.
진설법 역시 가문과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서 가가례(家家禮)라고도 한다. 제상의 상차림의 예로는 주자가례 제찬도(朱子家禮 祭饌圖)와 율곡 격몽요결 제찬도(栗谷 擊蒙要訣 祭饌圖)의 상차림이 있다.
- 홍동백서(紅東白西) : 과일은 붉은 것(사과, 곶감, 대추)은 동쪽, 흰 것(배, 방)은 서쪽에 놓기도 하고, 또는 조(棗), 율(栗), 이(梨) 시(枾), 유과, 다식, 정과를 3. 5 .7의 수로 배열 한다.
- 어동육서(魚東肉西) : 적(炙)과 생선은 동쪽에,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서쪽에 놓는다.
- 두동미서(頭東尾西) : 생선은 머리 쪽이 동쪽으로 오게 담는다.
- 좌포우혜(左脯右醯) : 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에 놓는다. 신위를 중심으로 첫줄의 양편에 촛대를 놓고 촛대 앞에 삶은 국수를 놓는다.
- 건좌습우(乾左濕右) : 마른 것은 왼쪽, 젖은 것은 오른쪽에 놓는다.
- 접동잔서(蝶東盞西) : 접시는 동쪽, 잔은 서쪽에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