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구는 『임원경제지』내용에 대해서 서유구 본인이 몇 가지 특색을 제시하면서 크게 2개 부분으로 나누어 파악하고 있었다.
무릇 밭 갈고 베 짜고 작물을 재배하고 나무를 심는 기술과, 음식을 만들고 가축을 기르고 사냥하는 방법은 모두 시골에 사는 사람에게 필수이다.
또 날씨의 변화를 예상하여 농사에 힘쓰고, 터를 살펴보아 살 만한 곳 을 가려 집을 지으며, 재산을 늘려 생계 문제를 경하고, 기구를 구비하여 사용에 편리하도록 하는 일들도 역시 마땅히 있어야 할 것들이다.
이 때문에 지금 수집한 자료들은 힘써 일하여 먹고사는 일들에 대해서 참으로 잘 갖춰져 있다.
그러나 시골에 살면서 수양하는 선비가 어찌 배 채우는 것에만 신경 쓸 수 있겠는가? 화초 가꾸는 법을 익히고 글과 그림을 바르게 공부하며 보양하는 방법에 이르는 것도 그만둘 수 없는 일들인 것이다.
의약 같은 것은 궁벽한 곳에서 위급할 때 쓸 수 있고, 경사나 흉사 때의 예식도 이를 공부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대략 첨가해야 할 것이라서 이에 관한 것들도 함께 수록했다.13)
서유구의 위와 같은 구분은 식력(食力)과 양지(養志) 를 구별한 것에서 연유하는 것이 었다. 하나는 식력(食力)을 갖추는 데 필요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구복(口腹)을 채우는 것 이외에 거향(居鄕)하면서 청수(淸修)하는 선비가 해야 할 일이고, 앞서의 설명에 따르면 양지(養志)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임원경제지』16지를 서유구의 지적에 따라 식력, 양지 2부분으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식력(食力, 10志)
본리지(本利志), 관휴지(灌畦志), 만학지(晩學志), 전공지 (展功志), 위선지(魏鮮志), 전어지(佃漁志), 정조지(鼎俎志), 섬용지(贍用志), 상택지(相宅志), 예규지(倪圭志)
양지(養志, 6志)
예원지(藝志), 보양지(葆養志), 인제지(仁濟志), 향례지 (鄕禮志), 유예지(游藝志), 이운지(怡雲志).
위의 분류에서 특기할만한 점은 예원지가 식력(食力)이 아니라 양지(養志)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각지의 인(引) 배열 순서에 따른 지(志)의 배열 순서가 『임원경제지』인 본에서 채택되고 있다.
관휴지 다음에 등장하는 예원지는 지의 내용, 성격의 측면에서 본리지, 관휴지와 다르고 또한 만학지, 전공지 와도 다른 것 이었다.
예원지는 단적으로 말해서 이목구비(耳目口鼻) 가운데 입을 제외한 이목비(耳目鼻)를 위해 만든 부분이다. 먹을 수는 없지만 꽃과 잎이 아름다워 보고 즐길 만한 것을 구별한 것이었다.
먹을 수 있는 식물은 관휴지에 그 경작법을 정리하고 있다. 이상에서 서유구가 『임원경제지』16지를 식력과 양지라는 사람이 갖추고 누려야 할 2가지 측면을 나누어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중 본 연구에서는 음식에 관한 「정조지(鼎俎志)」를 다루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