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버섯·고기 등을 볶아서 삶은 당면과 함께 무친 음식. 숙채의 하나이다.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에 수록된 잡채는 오이·무·표고버섯·석이버섯·송이버섯·숙주나물·도라지·거여목·건박·호박고지·미나리·파·두릅·고사리·시금치·동아·가지·생치(生雉) 등을 각각 채 썰어 볶아서 담고 그 위에 즙액을 뿌리고 다시 천초·후추·생강가루를 뿌린 것이다.
여기의 즙액이란 생치를 삶은 국물에 된장 거른 것을 섞고, 여기에다 밀가루를 풀어 끓여서 걸쭉하게 만든 것이다. 지금의 잡채와는 달리 즙액을 뿌렸고, 당면을 넣은 흔적이 없다.
근래에 겨울 요리의 하나로 잡채를 만들 때 여러 가지 채소와 고기를 채 썰어 각각 볶아 만들 때 함께 섞어서 겨자즙에 무쳐 더운 요리로 만드는 경우가 있다.
잡채는 여러 가지 채소와 고기에 양념이 섞여 끓여서 만든 음식이므로 잔치 때 빠지지 않는 요리이다. 요즈음의 잡채지금의당면을 많이 쓰고 있으나 당면을 많이 넣는 것이 잡채의 원래 모습은 아니다. 잡채는 버섯을 많이 쓰고 당면을 조금 쓰는 것이 맛이 좋다.
잡채를 많이 만들 경우 당면을 삶아서 쓰면, 오래 두는 동안에 불어서 좋지 않으므로 당면을 삶지 않고 뜨거운 물에 담가서 불렸다가 볶아서 쓰기도 한다.
각각의 재료를 볶을 때 기름을 많이 쓰게 되므로 전체로 무칠 때는 기름을 넣지 않아도 된다. 잡채를 검게 무쳐서 먹음직스럽게 하려면 진간장을 넣어서 물을 들이고, 하얗게 하여 깨끗하게 하려면 간장 대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한국인의 잔칫상에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바로 이 잡채다. 생일잔치, 결혼식피로연, 환갑잔치 때도 잡채가 나온다. 그만큼 잡채는 화려하고도 품격 있는 음식이었다.
잡채(雜菜)의 ‘잡(雜)’은 ‘섞다’는 뜻이고 ‘채(菜)’는 나물이나 채소 등을 뜻하는 것으로 이름 그대로 나물을 섞어 만든 음식으로, 당면을 투명하게 삶아 건져 시금치, 당근, 버섯, 고기, 양파 등을 넣고 따끈하게 무쳐내는 잡채는 언제 먹어도 맛있는 우리 별식 중 한 가지이다.
잡채(雜菜)는 17세기 조선시대의 광해군 집정 시기에 궁중연회에서 선보인 것이 처음으로 전해진다.
‘광해군일기’에는 한효순의 집에서는 사삼으로 밀병을 만들었고 이충은 채소에 다른 맛을 가미했는데 그 맛이 희한하였다. 라고 적고 있다 또 “이충은 진기한 음식을 만들어 사사로이 궁중에도 바치곤 했는데 임금은 식사 때마다 이충의 집에서 만들어 오는 음식을 기다렸다가 수저를 들고는 했다.”라는 기록도 있다. 이충은 광해군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인물로 그 총애의 비결 중 하나가 바로 ‘잡채’였다. 그렇지만 예전의 잡채는 현재와는 달리 당면이 빠진 형태였다.
『원행을묘정리의궤』에 기록된 정조 대왕에게 올린 잡채, 그리고 『음식디미방』(1670)에 이어 1924년 출간된 『조선쌍무신식요리제법』의 잡채도 각종 채소와 해삼, 전복 등을 채로 썰어 겨자장이나 초장을 찍어먹는 형태로 전해진다.
하지만 잡채가 본격적으로 상품화된 것은 1912년 평양에다 일본인이 중국인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당면 공장을 세워 대량생산을 하고부터이다. 이후 지금과 같은 형태의 당면을 넣은 잡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그저 당면에 채소를 넣은 잡채뿐 아니라 나물잡채, 풋고추잡채, 콩나물잡채, 청포묵잡채, 모듬잡채, 우엉잡채, 쇠고기굴 소스잡채, 취나물잡채, 부추잡채, 표고버섯잡채, 감자 풋고추잡채, 해물잡채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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