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요약

르네상스와 미각의 재발견

요리를 롱한 역사 연구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요리를 통헤 당시 사람들의 행위와 사고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그 시대의 전체적인 사회상을 밝히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 아래, 본 논문은 르네상스기에 일어 난 요리의 변화를 살펴보고, 이것을 통해 르네상스가 가지고 있는 시대적 성격을 규명하고자 한다. 르네상스를 바라보는 기존의 연구들은 크게 근대의 시작과 중세의 연장이라는 두 가지의 시각으로 구분될 수 있다.

정치와 경제, 그리고 예술 분야에서 발표된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 르네상스를 근대의 시작이라고 파악하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어왔지만, 이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연구들 역시 여러 분야에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논문은 요리 연구를 통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온 생활 문화의 연구 영역을 넓힘과 동시에, 르네상스를 세로운 시대의 시작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본격적인 요리 연구에 앞서 필자가 주목한 것은 바로 요리책의 재등장이다. 1세기 이후 유럽에서 사라진 요리책은 14세기 중반에 이르러 다시금 등장했으며, 15세기률 지나며 인쇄슬의 발전을 통헤 유럽 각지로 보급되었다.

요리책이 발간되면서 요리법들은 점차 규범화되었고, 이러한 요리책들이 유럽 각지로 전파되면서 책에 수록된 요리법들은 그것을 접한 사람들에게 권위를 행사하게 되었다. 르네상스는 요리책이 다시금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어서도 주목해야 할 시기이지만, 요리 자체에 있어서도 변화가 나타난 시기였다.

르네상스기에 이르러 요리는 아랍의 영향과 고대 그리스 로마의 영향을 받아 새로운 형태로 변화했으며, 이러한 변화가 요리책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아랍의 요리는 향신료와 설탕, 그리고 과즙을 통헤 유럽인들에게 새로운 맛을 일깨워 주었으며, 고대 그리스 로마의 요리는 해산물, 내장, 아스파라거스, 아티초크, 그리고 버섯 등 다채로운 재료 들로 유럽인들의 미각을 자극했다.

이러한 요리의 변화가 단지 요리법만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요리의 배경에는 새로운 사상이 있었다. 르네상스기의 요리는 단순히 새롭게 등장한 요리가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육체에 대해 가지고 있던 관넘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르네상스가 시작할 무렵의 유럽인돌은 아랍의 의학을 통해 육체를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했고, 요리는 육체에 영향을 미치는 의약품으로 간주되었다. 향신료와 설탕 등 유럽의 요리에 영향을 미친 아랍 요리의 재료들은 요리 재료이자 동시에 의약품으로 받아 들여졌다.

그러나 르네상스가 진행되면서 유럽인들은 고대 문헌의 재발견을 통헤 고대인들의 쾌락적인 삶을 추중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로 요리는 맛을 통한 육체적 쾌락과 관련을 맺게 되었다. 르네상스기의 요리는 육체를 재발견하는 매개체가 되었던 것이다.

한편, 르네상스기의 요리는 14세기 이후 변화한 유럽의 사회 질서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 시기에 어르러 부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귀족 계층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이들 귀족들은 사회 이동성의 중가에 대항하여 자신들의 지위를 공고히 헤야 할 필요성을 느꼈는데, 이때 요리는 이들의 지위를 입증하는 수단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새로운 귀족들은 사치금지법의 실시와 당시의 과학으로 뒷받침 된 자질론을 통해 아래로 부터의 도전을 억누르려 했으며, 고대 그리스 로마의 요리를 도입하여 기존의 귀족들이 의존했던 영양학적 음식의 굴레를 벗어나려고 노력 했다.

결국, 르네상스기의 요리는 음식물을 가공헤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단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맛의 구조를 확립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이것은 요리의 외양만이 변화한 것이 아니라 요리 내부에 위치한 사상과 사회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르네상스기의 요리는 중세의 요리와는 다른 맛의 구조를 만들어냈으며, 그것은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발전의 과정이었다.

* Keywords : 르네상스, 미각의 재벌견, 요리, 음식, 요리책, 육체, 아랍, 고대 그리스 로마, 사치금지법, 사회 질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