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논의한 바와 같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서 음식 담론은 다중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기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던 16세기 말과 17세기 초의 스페인 사회를 비판하기 위해 세르반테스는 음식을 부와 권력을 나타내는 기호로 동원하여 당시 스페인의 사회적 불평등을 비판한다.
가난한 시골귀족인 돈키호테와 농부인 산초로 대변되는 민중들은 늘 허기에 지쳐있지 만, 다른 한편에서는 풍성한 음식으로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카마초의 연회와, 생존을 위한 음식이 권력을 과시하는 장으로 변질된 귀족계급의 식생활을 풍자와 조롱으로 비판한다.
한편 세르반테스는 음식을 종교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기호로도 사용하고 있다. 여전히 종교 재판소가 지속되었던 17세기 초 스페인에서는 종교적⋅인종적 순수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었다. 개종한 유대인, 무어인들은 정통 기독 교인들보다 더 깊은 신앙심을 보여주기 위해 음식을 이용하기도 하였다.
작가는 알론소 키하노의 검소한 식단과 거기에 포함된 특정한 음식을 통하여 그가 성실한 정통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르반테스는 음식에 담긴 양면성, 즉 욕망과 절제라는 음식에 담긴 양면성을 현실주의자 산초와 이상주의자 돈키호테라는 인물이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음식이 권력이 된 바라타리아 섬에서 진정한 굶주림을 경험한 이후 산초의 음식을 대하는 태도는 변화한다. 즉 주린 배를 채우려고 음식에 열광했던 그는 최소한의 음식만으로도 만족하는 존재로 변화한다.
결론적으로 세르반테스는 음식에 예법, 권력, 욕망이 개입되면서 문화로 변화해가던 근대 스페인 사회를 조망하는 데 음식 담론을 문학에 동원했다.
생존을 위한 것이었던 음식이 문화가 되고, 권력으로 변모하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인간의 생존에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식생활을 통해서도 나타났음을 비판 한 것이다.
그래서 세르반테스는 음식에 덧씌워진 모든 욕망과 인위적 절제를 벗겨내고 음식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보내라고 돈키호테와 산초의 입을 빌어 말하고 있다. ‘손에 넣을 수 있고’, ‘주어진 것’만 먹으면 ‘네 것’, ‘내 것’의 구분이 없는 평등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주제어: 음식담론, 문화와 식습관, 스페인 황금세기 음식, 돈키호테의 식단, 음식과 종교, 음식과 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