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Saavedra, 1547-1616)의 『재치 있는 시골귀족 돈키호테 데 라 만차 El ingenioso hidalgo Don Quijote de la Mancha(1605, 15)』1)는 아직까지도 다양한 문학적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일 뿐만 아니라 황금세기 당시 스페인의 사회상을 충실하게 반영한 사료로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출판 400주년을 맞은 2005년, 스페인 곳곳에서는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졌으며, 그 중 하나가 작품에 등장하는 음식들을 재현하고, 또 그것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장을 마련한 것이었다.
세르반테스 시대 스페인의 음식과 요리법, 식습관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의 집필을 시작한 시기는 스페인이 16세기 말 제국의 영광을 뒤로 하고 몰락으로 치닫던, 펠리페 3세가 통치(1598-1612)하던 때였다.
사치와 향락으로 지낸 왕과 각료들의 무사안일주의와 재정 정책의 실패로 펠리페 3세 치하의 스페인의 민중의 삶은 점점 피폐해져가고 있었다. 중산층이 부재하고 극심해진 빈부의 차이는 결국 굶주림이라는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 할 정도였다.
17세기 악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피카레스크 소설(novela picaresca)이 한 장르로 등장한 배경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상류 계급에서부터 하층민에 이르기까지 700여 명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펼치는 17세기 스페인 사회상에 대한 완벽한 파노라마인 『돈키호테』에도 역시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식에 관한 담론이 존재한다.
세르반테스는 소설의 첫 부분 에서부터 가난한 시골귀족 알론소 키하노(Alonso Quijano)의 평소 식단을 요일 별로 소개한다. 그리고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Sancho Panza)가 모험을 찾아 떠난 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과 식사하는 장면들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산 양치기들이 풀밭에 차린 조촐한 식사자리에 초대한 이야기, 녹색 외투를 입은 기사 돈 디에고 미란다(Don Diego de Miranda)가 초대한 식사, 산초를 넋이 나가게 만든 부자 카마초(Camacho)의 결혼식 연회의 넘쳐나는 음식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라타리아(Barataria) 섬을 통치하게 된 산초가 그의 주치의가 지나치게 엄격한 식이요법을 강요하는 바람에 겪게 된 끔찍한 경험과 바르셀로나에 있는 돈 안토니오 모레노(Don Antonio Moreno)의 집에 초대받은 이야기 등이 음식 혹은 식사와 관련된 중요한 장면으로 꼽을 수 있는 것들이다.
음식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것일 뿐만 아니라 한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정서와 가치관, 그리고 생활습관 등이 응축되어 있는 대표적인 문화코드 이다(주영하. 2011: 17). 그래서 우리는 음식을 한 사회에서의 권력과 부 또는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징표로, 더 나아가 종교⋅국가⋅인종적 정체성을 인식하는 중요한 지표로 여기는 것이다.
라데로 케사다(Ladero Quesada)는 “식사를 통하여 사회적 불평등, 연령과 성별의 차이, 직업, 지역 등이 드러나며, 음식은 그 밖에도 문화적 정체성, 종교적 열망 혹은 타부 등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고 주장한다 (Ladero Quesada. 1984: 76).
케사다의 이러한 주장에 주목하면서 본 논문에서는 『돈키호테』에 재현된 음식, 인물들의 식습관, 음식을 대하는 태도 등 음식 담론에 초점을 두고 음식이라는 기호에 담긴 다중적 의미에 대하여 논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