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음식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여러 시대를 거치면서 다양한 외래문화의 영향들을 흡수하고 이들을 태국의 토착적인 음식문화 전통에 알맞게 적응시켜 발전한 것이다.
예컨대 카레의 경우 그것은 분명히 인도의 영향이지만 다양한 향신료와 야자과즙(coconut milk)이 첨가된 것은 동남아적인 음식문화의 요소가 첨가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 타이인들의 가장 보편적인 식사메뉴에 속하는 꾸어이띠여우(kuai tiau), 바미(bami) 등의 국수와 끼요(kiyo), 살라빠오(salapao), 카놈찝(khanom cip) 등의 만두, 각종 볶음음식, 여러 찌개 및 국 종류, 折米에 돼지 살코기와 내장을 넣어 함께 푹 끓인 죽인 쪽(cok), 뻿양(pet yang), 무댕(mu daeng) 등의 오리고기 구이와 돼지고기 구이는 중국의 영향이다.
한편 포이통(foi thong), 통입(thong yip), 통욧(thong yot), 상카야(sangkhaya) 등 계란을 써서 만든 단 과자 류는 17세기 후반부 포르투갈 음식의 영향이라고 본다 (최창성, 1995: 13, 24). 여기서 태국 요리의 특징과 관련하여 몇 가지 중요한 양념과 음식재료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태국의 음식맛을 “맵고, 시고, 달다”라고 묘사한다. 매운 것은 고추와 후추를 많이 쓰기 때문이다. 태국 요리에서 사용되는 고추는 그 크기와 모양에 따라 대개 다음의 다섯 종류로 구분된다 (Vatcharin, 1997: 15).
1. 프릭 키 누 수언(phrik khi nu suan)
약 1cm 정도의 길이로 붉은 색이나 녹색을 띠며 극히 맵다. 끓이는 음식에 넣거나 날 것으로 소스에 첨가된다. 태국에서뿐만 아니라 동남아 전역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된다.
2. 프릭 키 누(phrik khi nu)
약 2.5cm 길이로 위의 프릭 키 누 수언보다 약간 덜 맵다. 역시 동남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3. 프릭 치 파(phrik chi fa)
손가락 크기로 녹색과 적색 두 가지가 있으며 주로 고춧가루를 만들 때 사용된다.
4. 프릭 유억(phrik yuak)
모양은 양고추 즉 피망과 비슷하며 주로 튀기거나 속을 채워 만드는 요리에 채소로 사용된다.
5. 프릭 행(phrik haeng)
붉은 프릭 치 파 고추를 말린 것으로서 이 고추보다는 맵다.
맵고 신맛과 관련하여 태국 요리에서 사용되는 소스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위에서 언급한 바 있는 남프릭이라고 할 수 있다. 남프릭은 타이어로 크르엉찜(khrueang cim) 또는 남찜 (nam cim)이라고 부르는 장의 일종으로 음식에 얹어 먹는 소스나 야채와 곁들어 먹는 쌈장의 역할을 한다.
남프릭은 칠레고추에 어떤 양념을 첨가했는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었는 가에 따라 남프릭 파오(nam phrik phao: 양념들을 먼저 불에 구음), 남프릭 까삐(nam phrik kapi: 새우 어장을 사용), 남프릭 쁠라라(nam phrik plara: 가물치젓을 사용), 남프릭 마무엉 (nam phrik mamuang: 망고를 사용), 남프릭 댕(nam phrik daeng: 붉은 고추를 사용), 남프 릭 옹(nam phrik ong: 고기, 토마토, 고추를 혼합)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남프릭은 이처럼 까삐, 남쁠라 등 여러 기본 소스를 바탕으로 만든 혼합 소스인 셈이다. 이처럼 음식에 있어서 향신료를 중시하는 타이 가정에서는 향신료를 찧는 크록(khrok) 즉 절구가 반드시 있다. 크록은 주로 돌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흔히 ‘크록힌’(khrok hin)이라고 부른다.
태국 음식의 단맛은 일반 설탕 외에도 종려당, 그래뉴당(granulated sugar)을 주로 사용한다. 단맛을 내는 데는 야자과즙도 쓰일 수 있지만, 이것은 또한 고소한 맛을 더해주기도 한다.
신맛은 타마린드와 같은 향신료나 레몬, 라임과 같은 감굴류의 즙을 써서 내지만 요즘은 일반적으로는 식초를 사용하기도 한다. 타이인들이 단 것을 좋아하는 측면은 무엇보다도 주로 후식으로 먹는 콩완(khong wan) 즉 “단 것”에서 명백하게 나타난다.
태국에서 ‘콩완’의 대표적 개념은 카놈(khanom)이라고 할 수 있다. 떡류의 카놈은 대부분 야자속살로 만드는 데, 이 때문에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끄라따이(kratai)라고 부르는 야자속살을 긁어내는 기구가 위에서 언급한 크록과 함께 비치되어 있다.
최근 도시에서는 야자속살을 손쉽게 시장에 서 살 수 있으므로 끄라따이를 쓰는 집이 점차 적어지고 있다. 카놈은 우리의 떡, 서양의 과자, 후식으로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음식 등 다양한 종류를 포함한다. 특별식의 기능을 가진 카놈으로는 예컨대 카놈찐남야(khanom cin nam ya)를 들수 있다.
이것은 멥쌀로 만든 희고 가는 국수에 가물치젓, 익힌 가물치의 살, 야자과즙, 각종 향신료 등을 넣어 소스와 함께 주로 경사스러운 날에 먹는 음식이다.
굳이 특별한 날에 이 국수 ‘카놈’을 먹는 이유는 그것이 맛있는 음식인 까닭도 있지만 국수의 흰색과 긴 면발이 吉祥과 長壽를 상징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창성, 1995: 19). 맵고, 달고, 신 맛 외에 태국 음식은 각종 허브를 사용하여 독특한 냄새를 풍긴다.
중요한 허브들은 다음과 같다 (Hutton, 1996: 30-35).
1. 나륵풀(basil)
타이어로 호라파(horapha)라고 부르는 나륵꽃(sweet basil)은 양념으로 쓰이고 그 가지는 싱싱한 야채와 함께 먹는다. 타이어로 망락(manglak)이라고 부르는 레몬나륵풀(lemon basil)은 국과 샐러드에 넣어 향을 내는 데 쓰인다.
2. 고수풀잎(cilantro)
타이어로는 팍치(phak chi)라고 부르는 고수풀잎은 거의 모든 국과 요리에 넣는 것으로 태국 음식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허브라고 볼 수 있다. 고수풀의 뿌리는 마늘, 후추와 함께 빻아 일반적인 양념으로 쓰인다.
3. 커민(cumin)
타이어로 말렛 이라(malet yira)라고 부르는 커민은 주로 카레에 섞는다.
4. 레몬풀(lemon grass)
타이어로 바이 따끄라이(bai takrai)라고 부르는 이 풀은 레몬 향과 신맛을 준다.
5. 박하풀(mint)
바이 사라니(bai sarani). 주로 샐러드에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