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민족에게는 그 나름대로의 식문화가 있다. 무엇을 취하여 어떻게 조리하여 어떻게 먹고 있는가가 세계 각지에 따라 다른 점이 많다. 한국 • 중국 • 일본의 동아시아 삼국에도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식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식문화의 본질은 사람들의 정신에 잠재해 있는 음식이나 식사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고 있는 즉,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관념이나 가치체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먹는다는 것에 관한‘물질’이나 ‘기술’이나 ‘인체의 메커니즘’을 소위 말하는 하드웨어라고 한다면, 그것은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념이나 가치체계는 인간이 처해 있는 환경 즉, 생태학적 환경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즉, 전통적인 식문화라는 것은 각 지역의 생태학적 환경에 어떻게 지배되어 왔는가라는 것을 간과해서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수많은 음식 중에 주로 육류에 관한 한 • 중 • 일 동아시아 삼국의 식문화에 대하여 기술하기로 한다.
동아시아에 있어서의 육류에 대한 식성을 논하기 위해서 우선 인간의 식성을 살펴본 후, 사상, 종교, 정치가 육류 섭취에 미친 영향과 함께 육류 음식에 사용되는 재료나 먹는 방식의 특성에 대해 기술하기로 한다.
♣ 인간의 식성
영양학 사전에서 보면, 식성(食性)이란「동물의 섭식상의 습성, 섭식자로서의 종(種)이 먹이가 되는 종(種)을 어떠한 양식으로 먹는가를 의미하는데, 먹이의 종류만을 식성(협의)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고, - 중략
- 인간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물만이 아니라, 자연계에 영향을 미쳐 먹이가 되는 생물을 만들어 내고, 나아가 가공하여, 수송하고, 조리를 하여 음식을 만들어, 식사로서 먹는다 라는, 지극히 복잡한 잡식성의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인간이 잡식성이라는 것은 인체의 형태나 기능만이 아니라 계통진화의 면에서 보아도 찬동하기 힘들다.
인간이 원숭이로부터 진화했다는 진화론에 따르면, 유럽이나 북미가 원산인 원숭이는 없을 뿐더 러,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의 기원은 열대에서 아열대에 가까운 온대의 어딘가라고 하며, 현재까지는 아프리카라는 설이 우세하다고 한다.
즉 이곳을 인간의 기원으로 본다는 것은 동시에 그 지역의 식물상(植物相)이나 동물상(動物相)을 보고 어떠한 생활을 했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고고학적 연구 상의 개념 중에 유적(遺跡) territ아y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식품을 포함한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어떤 범위에서 획득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주(定住)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에는 반경 5km(도보 1시간) 이내, 채집수렵민의 경우에는 반경 10km(도보 2시간) 범위 내라고 한다. 이 이상의 거리가 되면 획득 가능한 식품과 그 때문에 소비하는 에너지 균형이 나빠지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야생동물의 경우, 소비 에너지의 약 70%가 먹이를 얻는 데에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은 그 후 뇌와 손의 발달로 인하여 문명화와 함께 생산력 향상을 통해 음식을 얻는 데에 필요한 에너지가 감소하여, 남은 에너지를 다른 분야에 사용할 수 있게 되어, 더욱 문명화를 이루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이라는 동물의 식성을 생각할 때에 현재처럼 생활권이 확대된 상태가 아니라 그 이전의 상태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마 그 당시의 생활권은 현재 서식하고 있는 포유류처럼 극히 좁은 범위로 한정 되어, 그 안에서 획득 가능한 것만을 섭취하며 생활을 유지해 왔을 것이다.
이와 같이 생각한다면, 생태계와 진화의 흐름으로 보면 인간은 완전한 초식동물이어야 한다. 그러나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이전부터 다량의 육류와 유류가 섭취되어 왔으며,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동물성 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경제적 발전이나 문명화의 결과라고 하여, 한동안은 인류가 나아가야할 방향인 것처럼 인식되어 왔으나, 이것은 현대 사회가 유럽적인 척도에 의해 평가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원래 생활하고 있던 곳으로부터 멀리 떠나 새로운 곳에 생활권을 확대한 인간이 본래의 식성에 따라 생활할 수가 없어, 그 결과로써 육류나 유류를 섭취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스텝 기후나 사바나 기후 처럼 농경에는 불리하지만 목축에 유리한 기후조건인 곳에 정착한 인간이 적응하며 살기 위해 육류나 유류를 섭취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본래 식성과 생태적 환경으로 본다면 동아시아 삼국인 한국 • 중국 • 일본 중에서 몽골이나 신강지방의 유목민을 제외하고는 원래는 육식을 하지 않고도 생활할 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현재 동아시아 삼국에서 다양한 육류음식을 조리하여 먹고 있다는 것은, 북방 유목민이나 외국 선교사 등의 영향을 받아 긴 세월 동안 이루어온 식문화의 소산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