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청국장이 만나면 무슨 맛을 낼까. 1년 내내 조리용 칼을 갈아온 김치 연구자들이 도전하는 광주김치대축제에는 14년이 지나는 동안 온갖 김치가 나왔다. ‘보통주부’들로 통칭되는 재야 김치계에서도 내노라는 김치는 다 언급 되었다.
그런데 심경희 씨는 청국장 배추김치라는 낯선 김치로 대상을 받았다. 김치축제 출전도 처음이었다. 그만큼 창의성이 돋보인 김치라 평가됐다.
“청국장 끓일 때 신 김치가 재료로 들어가지 않습니까. 거기에 착안했지요. 김치와 청국장은 맛의 궁합이 맞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국장 특유의 고릿한 냄새를 줄이기 위해 청국장을 가루로 만들어 쓰고 들깻가루를 섞었다.
들깻가루가 들어가면 고소하면서도 더 깊은 맛이 난다. 청국장 맛은 시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인데. 시댁 식구와 그의 가족들 모두 청국장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청국장 김치, 말만 들어도 웰빙 식품계가 들썩일 아이디어다.
우리 김치의 무한한 변신 가능성을 보여준 김치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다음에는 무슨 김치가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해질 만하다.
“우리 김치맛은 역시 젓갈이 좌우해요. 해마다 신선한 멸치를 사서 직접 담가 씁니다. 잘 삭은 멸치젓을 끓여 받친 뒤 맑게 떠있는 웃국물에다 새우젓을 섞어 쓰면 김치맛 내는 데 그만이지요.” 좋은 배추를 선별하는 것과 국산 천일염 사용은 기본이다.
심경희 씨는 김치공장 ‘오색식품’을 운영하는 김형수 광주김치협회장의 부인으로, 오색식품의 김치 맛을 좌우하는 안주인이다. 맛의 고장이라 일컬어지는 광주와 전라도에서 태어나 살림하고 사는 웬만한 부인네들 치고 김치 못 담그는 사람 없다.
특히 심씨의 시어머니는 손맛이 뛰어나 자연스레 맛을 전수 받았고, 여전히 그 맛은 최고의 평가를 받는다. 지역 사람들에게 지금도 기억되고 있는 ‘범표 간장’이 심씨의 시댁이다. 그와 남편 김형수 회장이 간장은 아니 지만 식품업으로 가업을 잇고 있다 할 만하다.
김치 사업을 하고 있는 남편을 외조하기 위해 뛰어들었지만, 김치가 돈이 된다는 사실에 앞서 그에게 김치는 가장 중요한 밥반찬으로 없어서는 안 될 식품으로 항상 옆에 있었다.
그만큼 익숙해서 물러 터질 정도로 친근한 우리 음식이다. 김치 담기로 경연을 한다니 그런 시합도 다 있나? 하는 심정이었고 데면데면 하다 늦게야 ‘내 김치’도 보통 김치가 아님을 증명해 보여 준 셈이다.
“전통의 맛을 잃지 않고 늘 연구하는 김치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명품 김치를 만들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식품 명가를 만들어 갈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