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미풍양속이라고 인식되었던 한국의 부계가족중심의 가족문화는 우리 사회가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국가정책의 기조로서 양성평등 이념이 적용된 최근 10년간 우리 사회 대부분의 공적 영역에서 성차별적 특성은 전면적으로 비판되고 수정되었다.
그러나 공적 영역에서는 물론 개인의 가족 생활에서도 부계가족문화의 본질적인 구조, 즉 남성으로 이어지는 출계율의 원리는 제도상으로는 물론 일상생활의 질서와 규범 속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호주제 폐지로 민법이 개정되었고 이어서 호적법 폐지와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 시행되어 제도적으로 부계가족중심 가족제도는 크게 변화하였다. 물론 법의 개정으로 일상생활에서 부계가족문화가 즉각적으로 본질적인 변화를 보일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백 년간 지속되어 온 부성주의 원칙이 수정되고 성(姓)을 변경할 수 있게 된 것은 실제 일반인들이 그러한 선택을 얼마나 하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남성으로 이어지는 출계율만으로 가문의 연속성을 가늠하던 가족의 의미가 변화될 수 있는 단초인 것이다.
한편, 이러한 일방적 부계출계율의 수정과 호주제의 폐지는 남아출산 여부에 따른 가(家)의 지속과 단절에 대한 의식적 무의식적 갈등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자녀 관련 가치관 조사에서는 남아선호경향이 거의 드러나지 않지만 실제로 사회 문화적 제도와 환경이 남아출산을 기대하게 하는 측면이 아직도 잔재하고 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2007년의 출산성비는 정상수준을 되찾았으며, 가족제도의 변화와 더불어 더 이상 비윤리적인 출산 성(性)의 인위적 조절 현상은 현저히 감소되리라고 본다.
결혼의 목적이 자녀의 출산에 있었던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산아제한이 국가시책, 즉 가족계획사업으로 시행되면서 1970년대 이후 성공적으로 낮아진 출산율은 기혼여성의 취업 증가와 양육 및 교육비 부담의 증가 등으로 2000년대 들어서 심각한 저출산 현상을 초래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들어 기혼여성의 취업 증가와 저 출산 문제를 연결시키면서 다양한 정책이 제시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기혼취업여성의 역할과중 현상은 우리 가족과 사회의 미래에 심각한 음영을 드리울 것으로 예측된다.
출산아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긴 했으나 출산아의 수가 줄어든 것이 곧 자녀가치의 하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소수의 자녀에 대한 기대는 점점 더 높아져서 자녀 가치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자녀수가 줄어들고 가족/친족관계망이 핵가족 중심으로 현저히 축소되면서 소수의 자녀와 부모 간의 강화된 부모자녀관계는 과거의 부계직계가족에서 보였던 가족주의와는 또 다른 가족주의, 즉 핵가족 중심 가족 주의의 강화를 예측하게 한다.
우리 가족생활 속에서 보이는 세계에서 유래없는 사교육 열풍과 자녀에 대한 무한의 보호와 관여 현상은 또 하나의 응집성 높은 가족문화의 발현이다. 이는 부계가족의 영속성을 위하여 가족/친족구조의 기능적 강화를 강조하던 과거의 가족문화에 비견할 만한 수준이라고 보인다.
결론적으로 한국가족은 부계가문 중심의 가족문화가 핵가족 중심의 가족문화로 변용되어 개별가족중심성이 강화되는 가족생활이 지속되리라고 본다.
한편, 점차로 확대되어 가는 가족관계의 양계화 현상은 현재는 과도기적인 상황으로 선택적 양계화의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기혼취업여성의 증가와 가족의 가사활동 분담의 지체로 족기능의 사회화에 대한 기대가 증가하고 기혼여성의 역할과중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