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식의 맛 특징은 음식의 재료와 양념, 그리고 조리법이 어울려 내는 복합적인 맛 이라고 한다. 우리 음식에서 주식으로 매일 먹는 밥은 예부터 무쇠솥과 장작불로 지을 때 맛이 좋다고 한다.
이러한 방법은 현대생활과 동떨어지는 관계로 이와 부합되는 밥맛을 재현하기 위해 쌀 품종, 조리기구 및 기술 등이 개발되고 있으나 그중에 으뜸은 품질 좋은 쌀 선택이라고 믿는다. 즉, 맛있게 만드는 음식의 비법 중에 좋은 식재료 선택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식재료는 농축산물의 생산, 수확, 포장 및 출하 등의 시기와 산지, 가격과 저장성 및 신선도 등에 따라 품질이 결정된다. 이들을 생식, 조리 및 가공하거나 저장하여 이용하는데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그 형태와 성분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체내에 흡수되었을 때 식품영양학적 가치를 가진다.
이에 식재료 중에서 생것과 조리가공에 따른 재료적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곡류는 영양과 기능에 따라 그 종류가 많아지며, 육류와 채소류는 부위, 산지와 신선도 등에 따라 그 음식이 달라지며, 양념의 종류와 그 사용법과 정성에 따라 음식의 맛이 크게 좌우된다.
최근 한식의 세계화 정책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식재료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다양한 식재료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에 한국음식의 재료에 따른 종류와 이용 범위 등에 대하여 올바른 식재료 선택방법을 제공하고자 한다.
1 곡류
곡류(cereal grains)에는 쌀, 보리, 밀, 호밀, 귀리, 옥수수, 조, 기장, 수수 등이 있는데 그중 쌀, 보리, 조, 기장, 콩을 오곡이라 하여 제사 때에는 신께 바치는 중요한 곡물이었다. 또한 계절적으로 영양이 부족하기 쉬운 겨울철, 절기상 정월대보름에 오곡밥과 갖은 나물을 해먹어 영양보충을 하는 등의 지혜로운 식문화를 엿볼 수 있다.
한편 곡류의 식품적 가치는 탄수화물이 많아 에너지 공급과 더불어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수송, 유통이 쉽고 값이 싸며 1차 가공만으로 바로 주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민의 건강지향과 다양한 식품선택 요구도가 높아 밥류의 주곡뿐 아니라 주류(막걸리 등), 과자류, 면류, 죽류의 가공원료로서 활용하기 위해 새로운 품종 개발이 농촌진흥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예로 설갱의 쌀 품종이 양조용으로 적합한 것으로 발표하였다(2009).
1) 쌀
쌀(rice, Oryza sativa)은 1963년 이후로 계속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떨어졌다. 통계청 발표(2010)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74.0kg으로 전년 (75.8kg) 대비 1.8kg(2.4%) 감소한 것으로 보고한다.
과거 쌀은 주식으로 많이 먹었 만 최근 식품소비문화 변화로 빵, 고기 등 육류나 밀가루음식을 더 많이 찾게 되면서 쌀 소비량은 줄어들고 기타 보리쌀, 밀가루, 잡곡, 콩류 등의 양곡 소비량은 8.1kg에 서 8.3kg으로 2.5% 늘었다.
벼의 형태로 수확되는 쌀은 왕겨(겉껍질)와 쌀알로 되어 있는데 왕겨를 제거하면 현미(brown rice)가 된다. 쌀의 구분은 현미에서 겨층의 제거 정도에 따라 5분도미, 7분도미, 10분도미(백미)로 나누며 도정도가 높을수록 영양성 분이 감소된다.
백미는 현미보다 탄수화물 비율이 높은 데 비해 단백질과 지방 함량은 적어 건강을 챙기는 현대 소비자들은 백미보다 현미, 발아현미를 찾고 있다.
2) 보 리
보리(barley, Hordeum vulgare)는 쌀 다음의 식량자원으로 오랫동안 우리 식생활에 주요 영양원이었다. 보리는 식량이 부족하였던 1960년대까지만 하여도 보리혼식 장려 정책으로 연간 1인당 보리쌀 소비량은 40kg 정도였으나, 1970년대 쌀자급과 더불어 국민경제가 향상되면서 보리쌀 소비량은 2007년 1.1kg에 지나지 않는다.
보리를 이용 한 식품은 다양하나 주로 도정하여 정맥의 형태로 섭취되고 있다. 보리는 탄수화물이 풍부하고 단백질, 지방, 비타민 등이 풍부하다. 특히, 섬유성분이 쌀에 비해 5배 정도 많아 소화율이 낮다.
3) 메 밀
메밀(buckheat, Fagopyrum esculentum)은 크게 단메밀(Fagopyrum escylentum : 일 반메밀), 쓴메밀(Fagopyrum tataricym) 및 4배체 메밀로 분류되며 주로 재배되는 것은 단메밀이다. 메밀은 예로부터 흉년 때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는 구황식품으로서 단백질이 다른 곡류보다 많은 12∼14% 정도가 함유되어 있고, 특히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의 함유량도 많아서 영양적으로도 좋다.
특히, 모세혈관에 저항성을 강하게 하고, 고혈압증으로 인한 뇌출혈 등의 혈관 손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루틴(rutin)의 함유량도 많다. 루틴은 메밀국수를 삶은 물에 상당량 용출되는 관계로 삶은 물은 마신다. 메밀은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하기 때문에 변비, 설사 등에 효과가 있으며, 메밀은 주로 메밀국수, 빵, 묵, 수제비, 부침, 전병, 떡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4) 기 장
기장(Panicum miliaceum L.)은 인류가 최초로 재배하기 시작한 식량작물 중의 하나이며 우리나라에서 종실이 작아 소립 잡곡류에 속하며 찹쌀, 팥, 수수, 조와 더불어 오곡 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잡곡이다. 기장의 주성분도 좁쌀과 비교할 때 탄수화물 이고 단백질과 지질, 무기질과 비타민 함량도 비슷하다.
기장은 소출이 낮고 주식으로 이용하기에도 우수하지 못하여 널리 재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기장에는 찰기장이 대부분으로 별식을 만드는 관습이 있으며 건조한 척박지에도 잘 견디고 조보다 생육 기간이 짧은 등 여러 이점이 있으며 이삭으로는 빗자루를 맬수 있어 산간지방에서 다소 재배되고 있다. 찰기장은 팥과 섞어 밥을 짓거나 떡을 만들면 별미가 있고 소화율도 높다.
5) 수 수
수수(sorgum)는 오곡에 속하는 곡물로 오곡(五穀)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잡곡이다. 탄닌을 함유하지 않은 붉은 수수와 하얀 수수는 오곡밥과 죽을 만드는 데 적합하다. 수수는 고려시대에 찰수수 전병과 떡이 유명했고 정월대보름의 약식에는 찰수수가 꼭 들어가는 곡물이었다.
중국에서는 고량(高梁)이라고 하며 고량주(高梁酒)는 수수로 만든 유명한 술이고, 한국에서는 문배주의 원료가 수수와 조이다. 수수의 품종은 단간종, 중간종, 장간종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장간종이면서 찰성이 있고 탄닌 함유량이 높은 붉은 찰수수 품종이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