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란 식재료와 그 조리방식이 시대와 경계를 넘어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문명과 문화의 교류과정을 통하여 수입되고 전파되며 수정 보완되는 것이므로 한국음식이라고 우리가 단정하는 것 중에는 세계 공통적인 것과 다른 지역이나 민족에서 더 강한 전통음식으로 되어 있는 것도 많이 있다.
비교문화학적인 관찰을 통하여 한국적인 음식과 음식관행 중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특징적이라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밥
한국의 식탁에는 밥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흔히 쌀을 주식이라고 말한다. 학자에 따라서는 일본인에게 쌀은 민족정신의 상징물이라는 주장도 있지만(Ohnuki-Tierney, 1993), 실제 일상생활에서 관찰되는 바로는 중국에서는 다양한 종류와 이름의 국수, 교자, 만두가 일본에서는 메밀로 만드는 소바 외에 우동과 라멘이 오히려 주식의 대표격으로 소비되고 있다.
이처럼 중국과 일본에서 밀가루를 주원료로 하는 국수와 만두 종류가 주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데 비하여 상대적으로 한국에서는 쌀과 기타 곡식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의 주원료가 된다. 따라서 쌀로 만든 밥 자체가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고 보리, 조, 콩 등의 잡곡을 이용한 밥 종류 또한 다양하다.
쌀에 이러한 소위 잡곡을 섞어서 만든 밥은 그 자체의 특별한 맛과 색깔을 지녀서 별식으로 된다. 밥에 다른 어떤 재료들을 넣어서 함께 먹느냐에 따라 그 맛과 형태가 달라지는 비빔밥은 특징적인 한국의 밥이다.
비빔밥은 과일과 나물, 산채와 뿌리 등의 식물과 육류, 생선 등을 섞고 고추장이나 간장으로 양념을 하여 비비는 것으로서 먹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맛이 즉석에서 발명된다.
어쨌든 밥의 종류가 발달하고 이러한 다양한 밥을 만드는 방식과 기술과정도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다는 것이 한국음식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Kim, 2010). 밥의 발달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누룽지라는 것을 만들어 내게 하였다.
중국에도 궈바(鍋吧)라 하여 누룽지를 얹은 사천요리가 있지만 그 외 다른 지역에서 요리로 발달 한 것은 볼 수 없다. 오직 한국에만 누룽지가 있고, 숭늉을 만들어 마시는 풍습이 있다. 누룽지는 쌀뿐만 아니라 보리와 좁쌀로 된 것도 있다.
2) 죽
밥의 범주를 넓히면 죽과 미음도 음식의 한 종류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발견 하게 된다. 미음과 죽은 보통 식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끼니를 때우거나 부드러운 것을 넘겨야 하는 환자가 먹는 대용식처럼 여기기 쉽다.
그러나 가난한 식사로서의 죽과 동시에 한편에서는 잣, 깨, 은행, 호두, 콩, 팥, 녹두, 버섯, 호박, 고기, 생선, 채소 등 실로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고급요리로서 오히려 부유한 사람들의 특식 이었던 죽의 종류를 발견할 수 있다(Kim, 2010).
물론 중국의 광동과 같은 남부지방에서도 죽이 발달하였고 여덟 가지 재료가 들어 간 바바오조우(八寶粥)란 것이 있지만 종류에 있어서는 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국이 더 발달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죽은 최근 웰빙의 유행에 따라 상품화되며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다.
3) 떡
쌀가루를 주원료로 하여 만든 떡 종류가 다양한 것이 또한 한국음식의 한 특징이다. 떡은 그 재료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고 만드는 방식과 모양이 다양하며 색깔과 문양이 극히 화려하여 음식으로 실현하는 미술품이다.
고사나 제사에 올리는 종교나 의례음식, 먼 길을 떠날 때 대용식으로 사용하는 실용음식, 별식이나 디저트로 사용되는식 등으로 나뉘어진다. 잔치나 이사 그리고 특별한 일을 축하하거나 기념하기 위하여 떡을 만들어 이웃과 친척에게 돌리는 것은 음식을 나누는 또 하나의 행위로서 공동체적 이념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잔치나 제사상에는 반드시 여러 종류의 떡을 높이 쌓아서 그 행사의 격과 규모를 상징하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떡을 만드는 과정의 복잡 함과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이유로 손수 떡을 만드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었고, 이로 인한 가격의 상승으로 상품으로서의 시장성도 적어졌다.
이와 함께 70년대부터 정부의 장려책에 힘입어 빵과 분식의 유행이 이루어지면서 떡은 일상의 식생활 영역 에서 쇠퇴한 가장 대표적인 한식의 장르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잔치와 유교식 제사에는 떡이 있어야 한다는 의식이 남아 있어서 소비가 되고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전통 떡은 고급 이바지용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최근에 빵 대신 아침식사 용으로 인절미류의 떡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뷔페나 연회에 떡이 디저트로서 서양의 쿠키나 케이크를 대신하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 이는 음식에 대한 문화민족주의적인 반응이기도 하지만 우리 전통음식의 긍정적인 재해석 경향과도 맥을 같이하는 현상이다(Kim, 2010).
4) 콩 복합 음식
한국, 중국, 일본의 세 나라는 전 세계에서 특히 대두(大豆) 혹은 황두(黃豆)라는 콩의 주된 소비국이다. 콩은 고기를 대신하여 단백질을 공급받는 주된 원천으로서 채식성이 강한 전통 한국 식생활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여 왔다.
대두 외에도 팥과 녹두가 밥·죽·떡으로 많이 사용되며 콩나물과 숙주나물 그리고 녹두로 만든 청포묵은 한식에서 발견되는 특별한 음식이다. 이 세나라는 콩 복합 식물(食物)이 많으며 특히 다양한 종류의 두부를 이용한 음식을 발달시켜 왔다.
중국에서는 두부가 실로 다양하게 발달하여 두부는 곧 중국의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일 정도가 되었다. 독특한 냄새가 나는 초우도우푸(臭豆腐)와 같은 삭힌 두부는 중국 특유의 음식인 반면 순두부요리는 한국적인 것이다.
또한 된장과 고추장, 집장, 청국장 그리고 간장 등 콩을 이용한 발효음식 및 재료가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다. 일본의 낫토(納豆)나 중국의 장(醬) 그리고 우리가 흔히 춘장(純醬)이라고 부르는 도우판장(豆辦醬)도 콩으로 만드는 것이지만,
한국에서의 된장과 고추장은 그 재료와 맛을 다양하게 만들어 내며 그 자체가 반찬으로서 식사에 다양하게 이용되며 각종 찌개류 음식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한국식탁의 특징이라 하겠다.
5) 발효식품
발효식품은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한국처럼 그 종류와 방식이 다양하게 발달한 나라는 없다. 한식의 가장 기본은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양념으로 모든 음식의 맛을 조절하는 것인데, 다양한 장류와 발효식품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맛이 그 핵심이다.
앞서 언급한 된장, 고추장, 간장을 비롯하여 식혜와 젓갈의 종류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며 각종 식물과 심지어 육류나 생선을 간장이나 된장에 절여서 익힌 장아찌가 있다. 게장은 싱싱한 게를 간장에 버무려 발효시킨 가장 특이한 한국음식 이다.
발효음식의 대표격인 김치도 일반적으로는 고춧가루를 버무려 넣은 김장김치류가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그 재료에 있어서 배추와 무의 다양한 종류 외에도 들판의 풀과 야산의 식물의 뿌리와 잎 그리고 육류와 해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사용되는 고명과 재료와 만드는 방식과 과정에도 실로 수백 가지에 이른다는 점은 놀랄 만한 것 이다.
6) 국
식사에는 반드시 국물이 따른다는 점도 독특하다. 중국에서도 탕(湯)이라 하여 일종의 국이 있으나 그것은 독립된 하나의 요리 항목인 반면 한국에서는 밥과 함께 먹는 반찬 내지는 보조음식이다. 국은 갖가지 채소와 고기, 생선을 원료로 하여 만든다.
‘쌀 밥에 고깃국’은 경제적인 부의 상징으로 쓰인 말이었으며, 지금도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언명한 이래 경제발전의 궁극적인 목표의 상징어로 사용되고 있다.
콩나물, 파, 무, 다양한 배추 종류, 들판에서 채취하는 나물과 산채, 콩가루와 밀가루, 시래기 등이 된장이나 간장과 함께 그리고 다른 생선과 육류와 함께 실로 다양한 국을 만드는 것은 한국음식의 특징이라고 할 것이다.
쌀을 위주로 하는 수분이 많고 부드러운 죽 외에 재료가 많이 들어 가는 국 혹은 탕이 있다. 그 기원은 원(元)의 영향이 컸던 고려시대에 몽골족들의 음식관행이 들어온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이도 있다. 기원이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로 정착하고 현지에 따라 수정 발명된 것이 무엇인가가 더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곰탕과 설렁탕, 육개장, (사골)우거지탕 그리고 그 이름이 재미있는 해장국은 한국 특유의 국으로 명기할 만하다. 특히, 해장국은 지방이나 가정에 따라서 각각 재료의 사용에 따라 다양하다.
전주지방의 콩나물해장국이나 서울의 청진동해장국으로 유명한 선지와 고기가 들어간 얼큰한 선짓국은 각각 특징이 있다. 시골의 장터에는 이 선짓국 또는 개장국 한 그릇이 명물이 되어 있다. 특히, 해장국은 한국인의 독특한 음주문화와 연관되어 생겨난 이름이지만 오늘날은 숙취와 관계없는 일상의 식사로 대중화되었다.
제주도의 오분자기국이나 해안지방의 매생이국도 모두 해장국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러한 국이나 탕은 밥과 따로 먹는 따로국밥과 밥과 국을 한데 섞어서 독립적인 요리로 먹는 방법의 두 가지가 있다.
7) 채소, 해조류와 쌈
한국인의 식생활에는 식물, 특히 재배를 한 채소와 자연적인 것을 채취한 산채(채소) 가 많다. 채소는 잎뿐만 아니라 줄기와 뿌리와 열매를 포함하여 모든 부분이 음식의 재료가 된다. 버섯 종류, 잣, 밤, 대추 등도 다양한 요리의 재료가 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곡식과 섞어서 다양한 명칭의 밥을 만든다.
바다의 식물인 해조류가 식탁에 일상적으로 오르는 곳도 한국이다. 김은 한국의 특산이며 미역과 다시마 그리고 청각이나 파래, 매생이는 한국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바다의 싱싱한 채소이다. 이러한 다양한 해조류의 소비는 한국음식의 특징이다.
산후 조리에는 미역국을 먹으며 해조와 다양한 종류의 조개를 섞어서 끓인 국은 숙취로부터 깨어나게 하는 국으로 애용된다. 채소의 대량소비에 대해서 한국음식의 또 하나의 특징인 쌈을 들 수 있다.
쌈은 배추나 상추나 쑥갓 등의 재배 채소 외에도 호박잎과 들깻잎, 그리고 들판에서 채취할 수 있는 취나물이나 곰나물, 나아가서 김과 미역과 같은 해조류로 밥과 다른 요리 혹은 반찬을 싸서 먹는 것으로서 자연과 문화가 하나로 결합되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월남쌈이라 하여 베트남에서도 밥을 채소에 두루 말아서 먹는 것이 있지만, 그 종류는 단순하다. 따라서 쌈밥은 한국 특유의 식사방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Kim, 2010).
8) 해산물요리
동물성 음식에는 생선이 육류보다 더 많이 이용된다. 소고기, 돼지고기 그리고 닭고기 이 세 종류가 육류의 주류를 이루는데,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인 까닭에 다양한 해산물로 식탁을 풍부하게 꾸밀 수 있었다.
중국의 내륙지방은 원양어업이 발달하지 않고 육지에 면한 바다가 넓지 않은 데다가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용하는 해산물의 종류가 극히 한정되어 있다. 중국요리에서 생선은 대개가 담수어이다. 최근 중국에서 해산물요리가 인기를 얻고 있지만 그 종류는 다양하지 않다.
그러나 한국의 해산물에는 생선과 조개, 해조류를 통틀어 그 종류가 실로 다양하다. 생선은 싱싱한 것과 말린 것 그리고 절이거나 발효한 것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한다.
육포와 어란(포)은 얇게 저며서 말리거나 훈제하여 다시 참기름을 발라서 말리기를 여러 차례 되풀이 하는 과정에서 발효가 됨으로써 독특한 맛을 낸다. 특히, 젓갈류의 다양함과 풍부함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한국 특유의 음식재료이자 반찬이다.
9) 술과 반주
음료로서 한국인들은 반주라 하여 술을 식사와 함께하는 특징이 있다. 중국에서는 술 을 다 마신 후에 주식을 먹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요리와 주식의 구분이 없어 식사의 전 과정에서 술 마시기가 병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에서는 차를 즐겨 마시지만 한국에서는 샘에서 나오는 자연수를 그냥 마시는 풍습이 있다. 그리고 중국인과 달리 한국인은 냉수로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이는 한국의 지질이 자연수를 그대로 마실 수 있을 만큼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에도 신라시대 때부터 차가 있었다고 하지만 대중적으로 보편화하지 못하였고 대신에 곡식으로 만든 밥의 누룽지를 이용한 숭늉이 대표적인 식후의 음료였다.
지금은 홍콩의 음료 회사가 상품으로 개발하여 세계 음료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보리차(大麥茶) 역시 사실 한국 고유의 음료였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우리 고유의 음식을 상품화하는데 소극적이었고, 때문에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보리를 재배하는 곳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10) 수저의 사용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가장 큰 특징은 수저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일본과 중국은 기본적으로 젓가락을 사용하며 밥그릇을 입에 가까이 가져가서 먹는다. 이에 비하여 한국인은 수저를 사용하며 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입으로 가져간다. 그러므로 한국에서는 밥그릇을 입에 가까이 하여 먹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11) 밥상의 구조
한국의 식사는 주된 요리와 주식이 따로 제공되는 서구나 중국과 달리 모든 음식이 한꺼번에 식탁 위에 제공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모든 요리는 밥을 먹기 위한 반찬으로서 기능을 한다. 소위 밑반찬 외에도 특별히 만드는 요리도 밥과 함께 밥상에 올라 온다.
서구의 식사나 중국의 연회에서는 주어지는 요리를 하나 하나 그대로 감상하는 것이지만, 한국에서는 식사를 하는 사람 각자의 의사와 취향대로 밥과 다른 반찬들을 선택하여 조합함으로써 한 상에 앉아서도 각기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Kim, 2010).
12) 매운맛과 짠맛
맵고 짠맛은 한국음식의 특징인 동시에 한국인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질병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된장, 고추장, 간장이 모두 발효된 콩에 찹쌀과 소금을 섞어서 숙성시킨 것이며 매운 김치에 들어가는 고추장과 고춧가루 그리고 찌개류에 들어가는 소금과 간장, 고춧가루의 양을 보면 확실히 한국음식은 맵고 짜다.
최근 세계의 젊은이들 사이에 한국음식의 자극적인 맛을 즐기는 풍조가 늘어가고 있고, 이러한 매운 맛을 특별히 인상 깊게 이야기한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는 매운 것을 한국음식의 특징 이자 우수성으로 내세우며 더욱 맵게 만들기도 한다.
이는 1980년대에 매운맛을 제거 하여 극히 싱거운 맛의 한국음식으로 대체된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심지어 고추의 영양학적·의약학적 우수성을 강조하는 과학적 언술들이 풍미하고 있다.
멋진 모델이 매운맛에 혀를 두르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 매운 음식의 강력한 광고와 함께 ‘얼큰함’이 한국음식 맛의 대명사로 되고 있다. 부대찌개나 아귀찜뿐만 아니라 떡볶이까지도 온통 고추장과 고춧가루로 벌겋게 채색되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대로 한국의 식탁에는 원래 밥을 먹기 위한 보조요리로서 음식들이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김치, 젓갈, 게장, 고추로 버무린 채소, 소금에 절인 생선 등은 접시마다 하나의 독립된 요리로 먹을 때에는 과다하게 맵고 짜지만 그것을 밥과 함께 먹으면 그만큼 중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