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단순히 유기체의 생명을 영위하기 위한 영양분의 원천 이상으로 중요하다. 식사행위는 곧 문화의 생산이자 실천의 장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나 민족도 음식의 종류와 재료, 조리의 기술과 그리고 만든 음식의 분류, 소비, 교환에 관한 특별한 법칙이나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의미의 체계와 방식을 우리는 문화라고 부른다. 문화가 그렇듯이 음식도 지역과 시대에 따라 변한다. 실제로 우리는 일차적인 영양 섭취의 목적 외에 오히려 음식에 의미를 부여하고 음식에 담긴 의미를 실천하고 즐기는 데 더 관심을 쏟는다.
그러므로 문화체계로서의 음식과 식사 행위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물론 음식에 대한 연구는 이미 영양학, 식품가공학, 의약학 그리고 요리학 등의 분야에서 풍부하고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문화가 인간에 의하여 만들어지고 변화한다고 볼때 음식 역시 단순히 생태환경의 적응과 이용의 틀에서 이해되기보다는 인간이 주체적으로 간여하는 문화의 실천이라는 맥락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음식 및 요리는 자료의 채취와 이용의 경제학적인 측면, 그것을 만들고 처리 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에 관한 과학, 음식의 모양과 맛에 대한 미학적 요소에 관한 예술 그리고 상징과 의미의 체계 등이 결합되어 비로소 그 존재가 결정된다.
즉, 종합적이고 상호 연관된 체계 속에서 이해되고 설명되어지는 것으로 음식의 생산과 소비는 문화의 생산과 소비 행위인 것이다(김광억, 1994). 그런데 우리가 음식을 논할 때에는 일차적인 재료에 인공을 가하여 변질·변형시킨 소위 조리된 음식 혹은 요리과정을 거친 먹을거리를 말한다.
레비스트로스는 음식을 날것과 익힌 것으로 이분하고 그것을 자연과 문화 혹은 야만과 문명의 이분법적 분류체계로서 설명하였다. 익힌다는 것은 불을 사용하여 굽거나 끓이거나 삶거나 튀기거나 그을리는 등 기술적인 노력을 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썩히거나 삭히거나 발효시키는 것도 포함한다.
실제로 그는 발효식품을 가장 발달한 수준의 요리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익히지 않는 것, 즉 날것 혹은 자연에서 채취한 상태에서 먹는 것은 조리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문화, 즉 음식이 아닐까?
날것을 먹는 데에는 이미 선택하고 다듬고 무엇과 무엇을 섞거나 함께 먹는 행위가 있으며 거기에는 지식, 상징과 의미가 개입된다. 그러므로 날것도 음식의 하나이며 그것을 준비하고 소비하는 행위는 곧 문화의 실천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