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을 담가서 바로 먹어보면 알큰한 맛과 단맛이 많이 난다.
이 고추장이 발효가 되면 알큰한 맛과 단맛이 가시고, 담백한 맛이 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고추장의 맛이 깊이를 더해간다. 맛이 깊어진 고추장을 맛 보면, ‘기분이 좋다’는 말에 더 더할 것도 더 뺄 것도 없다. 가장 좋은 재료로, 마음과 정성과 뜻을 다해 장을 담그고 있는 강순옥 식품명인이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Q. 올해 장 담그기를 끝내셨죠?
지난해 10월부터 장을 담그기 시작해서 지난 4월 2일에 마지막으로 장을 담갔습니다. 지난해 4만 4,000㎏의 콩으로 메주를 쑤고 띄웠으니까요. 지난 정월에 담근 장은 발효되기 시작했습니다. (몸살이요?)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임무니까, 뿌듯하고 보람된 마음이 더 큽니다.
Q. 전통 장 담그기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계십니다.
전통 자연발효 방식을 그대로 계승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요. 대를 잇고 있는 아들도, 또 그 뒤를 잇겠다는 저의 손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타협하면 잠깐은 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정받을 수는 없을 거예요. 전통 방식 그대로 장을 담그는 것은 한평생 장을 담가온 사람의 자부심이자 떳떳함입니다.
Q. 메주도 직접 띄우고, 엿기름도 직접 기르시죠? 명인님은 모든 재료를 직접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최고의 재료만을 고집하고 계시는데요.
간장, 된장, 고추장은 우리네 집안의 필수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어머니들은 장을 담글 때 정성을 들여 준비했습니다. 그 어머니처럼, 저도 정성을 다해야죠.
이 일은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항상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전통 장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것’이란 원칙을 철칙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Q. 이렇게 노력해 오셨기에, 식품명인으로 인정받으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식품명인이 되고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또 그때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라고 다짐했어요. 명인이란 칭호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겠다고, 명인의 품위를 지켜내야겠다고 말이죠.
이 일은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항상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전통 장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것’이란 원칙을 철칙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Q. 명인님처럼 마음과 정성을 다해 전통 장을 담가온 분들 덕분에, 지금 우리의 장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것 같습니다.
사실 예전에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장류를 별로 선호하지 않았죠. 맵고, 짜다는 등의 이유에서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외국인들이 우리 장을 먹어보려고 시도하고, 또 그 맛을 느끼려고 노력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더라고요.
그동안 우리 장류의 깊은 맛을 보여주려고 다양한 곳에서 많은 사람이 노력해 왔고, 그런 노력이 하나둘 쌓이면서 우리 장류가 자연스럽게 외국인들에게 인식이 된 것이라고 봅니다.
Q. 해외에 우리나라 장맛을 더 알리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2014년에 우리도 해외 진출을 위해 노력했어요. 그래서 일본, 중국, 미국, 캐나다 등 전 세계에서 열리는 박람회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기대와 달랐습니다. 그때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집중해야겠다는 것입니다. 우리 장류를 세계에 알리려면, 먼저 그 장맛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입맛부터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 전통의 자연발효 장류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수출 인프라 등에 대한 연구도 동반돼야 한다고 봅니다.
Q. 어떤 의미인가요?
사실 전통 자연발효 방식으로 만드는 장류를 수출하는 데는 제약이 많습니다. 자연발효가 되다 보니, 수출길에 부풀음. 시어짐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각 나라의 기후에 따라서 장의 발효 효과가 달라지죠. 이를 해결할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인정한 자연발효 제품이, 수출길에 그 제품력을 잃어버리는 것은, 장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문제입니다.
Q. 명인님께서도 지금까지 끊임없이 장맛에 대해 연구해 오셨습니다. 그랬기에 우리 장류가 또 이렇게 모두의 인정을 받는 것 같습니다.
세대가 변화하고 또 그 입맛도 달라지잖아요. 그러니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그에 걸맞은 맛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전통의 장아찌는 젊은 세대들이 먹지 않으리라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젊은 세대들도 장아찌를 잘 먹어요. 짠 음식을 덜 먹는 요즘 세대들의 입맛 변화에 맞추기 위해 연구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전통 장류의 명맥을 잘 이어가기 위해, 또 그 명맥을 잘 전수하기 위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연구하며, 식품명인으로서 해야 할 도리와 품위를 지켜내겠습니다.
♣ 고추장얼얼찌개
전북 순창군이 순창고추장을 활용한 음식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매운맛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한 요리이다.
농사일을 하면서 고추장과 돼지고기를 넣고 끓여 먹던 고추장찌개를,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고추장비빔찌개’ 형식으로 새롭게 해석한 것. 찌개보다 국물이 적고, 볶듯이 조리한다. <한식 읽기 좋은 날> 독자들을 위해 강순옥 명인이 솜씨를 발휘했다.
♣ 장아찌
강순옥 명인이 전통 자연발효 방식으로 담근 장으로 만든 장아찌. 그 맛은? “먹어보고 판단하시라”는 강순옥 명인의 말에 맛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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